
박영규는 지난 18일 “쉬면서 연예계를 멀리서 바라보다보니 나같은 문제로 괴로워하는 후배들이 은근히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선배로서 이들과 아픔을 함께 나눠야 겠다는 필요성을 느꼈다”며 “기회가 닿는다면 편한 자리에서 만나 마음과 경험에서 절실하게 우러난 조언과 충고를 해 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솔직히 나도 그랬지만 아마 누구의 얘기도 귀에 들어오지 않을 만큼 정말 힘들 것”이라며 몹시 안타까워한 뒤 “우선 지금은 말보다 즐겁고 활기차게 연기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 후배들이 그런 나를 보고 ‘인생은 길다’는 메시지와 함께 용기를 얻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아들의 갑작스러운 사망에 큰 충격을 받고 이듬해 봄 드라마 ‘해신’이 끝난 뒤 재혼한 아내의 권유로 캐나다에 간 그는 아내가 전 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두 아들을 양육하며 현지에서 새로 꾸린 가정을 돌보는 데만 충실했다고 한다. 자살을 떠올리고 눈물이 말라버릴 만큼 우울하고 고통스러운 상황을 잊기 위해 한때 필리핀에서 골프장 사업을 시작하려 했으나. 적성에 맞지 않아 이내 그만두기도 했다. 이처럼 힘들었던 그동안의 시간에 대해 “무엇보다 하늘에 있는 아들이 무력하게 사는 내 모습에 실망할 것 같았다. 하늘나라에서 아들과 즐거운 얼굴로 다시 만나려면 우선 내가 훌훌 털고 일어나야만 했다”고 털어놓았다.
극적으로 복귀하게 된 계기에 대해서는 “마음의 정리가 되지 않아 처음 출연 제의를 받고는 고사했으나. 전편에서 내가 연기했던 배역에 누구를 캐스팅할 지를 두고 제작진과 편하게 의견을 나누는 과정에서 나도 모르게 캐스팅 디렉터 역할을 하고 있더라(웃음)”며 “그럴 바에는 차라리 내가 연기하는 편이 나을 것같아 고민 끝에 출연을 승낙했다”고 답했다. 지난 21일 개봉된 이 영화에서 박영규는 주유소를 지키려다가 전편에 이어 또 다시 제 꾀에 넘어가는 ‘박사장’으로 나와 웃음을 선사한다
지난 1980년대 중반 진지한 이미지의 멜로 스타로 출발했으나. 방향을 바꿔 인기 시트콤 ‘순풍산부인과’와 ‘똑바로 살아라’ 등에서 코믹 연기에 주력했던 복귀 직전과 달리 앞으로는 다양한 연기에 도전하겠다는 다짐도 공개했다. 박영규는 “그 동안은 먹고 살기 위한 연기를 해 왔다”면서 “그러나 이제는 어떤 것이 연기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하며 작품에 출연하고 싶다. 연기 생활을 시작할 때의 초심과 정체성을 되찾기 위해서라도 다채로운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다”고 희망했다.
조성준기자 whe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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