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순’의 성공 이후 자연스럽고 코믹한 노처녀 연기는 김선아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으나, 그에겐 넘어야 할 또 다른 벽으로 작용했다. 비슷한 색깔의 연기를 선보였던 후속작 ‘밤이면 밤마다’(2008)의 흥행 성적이 그다지 좋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새로운 드라마에 꾸준히 출연하며 자신의 연기 스펙트럼을 조금씩 넓혔다. 김선아는 10급 공무원이 최연소 여성 시장이 되는 ‘시티홀’(2009)에서 여주인공 신미래 역을 맡아 코미디뿐만 아니라 정극 연기에 대한 자신감을 높였다.
그의 연기 내공이 빛을 발하고 있는 드라마가 바로 ‘여인의 향기’다. 그가 연기하는 이연재는 그동안 맡았던 인물 중 가장 극적이다. 학력이나 외모가 평균치를 살짝 밑돈다는 설정은 비슷하지만, 담낭암 말기 판정을 받고 6개월 시한부 인생을 살게 된 인물의 캐릭터는 기본적으로 비극을 밑바닥에 깔고 시작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생애 마지막으로 선택한 강지욱(이동욱)과의 로맨스는 더욱 애절하게 다가온다. 김선아는 그런 연재를 입체적이고 현실감 있게 표현해 재벌 2세와의 사랑 놀음으로 끝날 뻔한 드라마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다. 살이 너무 빠져 홀쭉해진 ‘삼순이’가 다소 낯설기는 하지만, 그가 ‘로코퀸’뿐만 아니라 ‘멜로퀸’으로 진화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꽤나 흥미롭다.
현재 SBS 수목 드라마 ‘보스를 지켜라’에서 당찬 여비서 노은설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치며 차세대 ‘로코퀸’의 자리를 노리고 있다. 최강희의 가장 큰 장점은 과장이 없고 솔직하고 자연스러운 연기다.
그의 이런 매력은 작품 속 캐릭터와 어울려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극중 은설은 돈도 없고 배경도 없는 삼류대 출신으로 이 시대의 88만원 세대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하지만 오기와 깡으로 똘똘 뭉친 그에겐 언제나 씩씩하고 밝은 기운이 넘친다.
최강희는 드라마 ‘달콤한 나의 도시’와 영화 ‘달콤살벌한 연인’ 등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 자주 얼굴을 비췄다. 하지만 엉뚱한 ‘4차원’ 이미지가 강해 대중과 다소 거리감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는 이번 작품에서 그런 간극을 줄이고 인기의 폭을 넓히고 있다.
극 초반 ‘발산동 노전설’로 불리는 은설의 캐릭터로 과격한 액션 연기도 서슴지 않았던 최강희는 중반을 넘어서며 두 남자 주인공 차지헌(지성)과 차무헌(김재중)의 사랑 고백을 받고 목하 고민 중이다.
하지만 허황된 신데렐라의 꿈을 덥석 좇지 않고, 재벌가 사모님 앞에서도 기죽지 않고 당당한 모습을 보이는 ‘노은설식 사랑 방정식’에 관심이 쏠린다.
‘겨울연가’, ‘천국의 계단’을 비롯해 최근 ‘스타의 연인’까지 멜로 드라마를 고집했던 최지우에게 이번 작품은 꽤 과감한 도전이다. 데뷔 이후 처음 도전하는 로맨틱 코미디이기 때문이다. 사실 최지우의 변신은 최근 ‘1박2일-여배우편’에서 이미 감지됐다. 그는 이 프로그램에서 기존의 이미지와는 달리 몸개그도 마다하지 않는 소탈함으로 시청자들의 호감을 샀다. 이번 작품을 시작으로 그의 다양한 연기 행보가 기대되는 이유다.
최지우는 지난 17일 드라마 제작 발표회에서 “청순가련 이미지를 15년 동안 했으면 이젠 깰 때도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해 변신을 예고했다. 이어 “이제 화면에서 예쁘게 보이는 것은 내려놨다.”며 ‘로코퀸’에 대한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첫 방송이 나간 뒤 그의 연기 변신에 새롭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최지우가 멜로에 이어 로맨틱 코미디에서도 두각을 나타낼 것인지 주목된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