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어빠진 사랑, 현실

사랑에는 정말 유통기한이 있는 것일까. 있다면 그 감정의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처해야 할까. 영화 ‘블루 발렌타인’은 이처럼 사랑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영화다.

‘블루 발렌타인’이라는 제목처럼 영화는 결코 가볍지 않고 우울한 색채를 띤다. 대신 6년차 부부의 현실적인 결혼 생활을 통해 사랑이라는 감정이 변하는 과정에 천착한다.

영화 속 주인공인 딘(라이언 고슬링)과 신디(미셸 윌리엄스). 그들의 시작도 찬란했다. 운명적인 사랑을 믿는 이삿짐 센터 직원 딘은 병원에서 우연히 만난 의대생 신디에게 첫눈에 반하고, 신디 역시 솔직하고 다정한 남자 딘에게 이끌린다. 두 사람은 결국 우여곡절 속에 영원한 사랑을 약속한다.

하지만, 결혼 후 6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뒤 그들에게 남은 것은 건조하고 메마른 일상뿐이다. 간호사로 일하는 신디는 직장과 가정 생활에 지쳐 있고, 야망도 꿈도 없는 딘에게도 예전 같은 감정을 느낄 수 없다. 둘 중 한 명이 외도를 하거나 큰 잘못을 저지른 것도 아니다. 다만 두 사람 사이의 사랑이 식었을 뿐이다.

영화는 이 부부가 왜 위기를 겪게 됐는지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지 않는다. 다만 현실의 무게에 짓눌린 두 사람과 그들의 감정 사이에 쌓인 세월의 흔적을 가감 없이 보여줄 뿐이다.

이 영화의 특징 중 하나는 현재와 과거를 넘나드는 독특한 편집기법이다. 데릭 시엔프랜스 감독은 이들의 현재의 모습과 대비해 6년 전 사랑을 약속하고 키워나갔던 두 사람의 과거를 틈틈이 보여주면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하는 사랑의 모습을 보여준다.

또 하나 눈여겨봐야 할 것은 바로 두 배우의 연기력이다. ‘노트북’, ‘드라이브’, ‘킹메이커’ 등의 작품에서 다양한 연기 스펙트럼을 선보였던 라이언 고슬링은 이번 작품에서 열정적이지만 다소 다혈질적인 성격의 남편 역을 사실적으로 표현했다.

한편 미셸 윌리엄스는 현실적인 사고 방식의 신디 역을 맡아 6년간의 시간 변화를 표현하기 위해 8㎏이나 몸무게를 불리는 등 열연해 지난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데릭 시엔프랜스 감독은 “부모님의 이혼은 나를 적잖이 당황스럽게 만들었고, 시간이 흐르면서 관계가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 관계의 변화를 다룬 이야기에 관심을 기울이게 됐다.”고 말했다. 다소 지루하고 답답한 구성은 흠이지만, 조용히 곱씹어 볼 만한 부분은 있다.

특히 마지막의 열린 결말은 여운을 남긴다. 31일 개봉.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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