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의 배려도 없다”… 시청률 지상주의 비판

MBC가 시청률 부진에 빠진 ‘놀러와’와 ‘엄마가 뭐길래’를 잇따라 폐지하기로 하자 시청자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놀러와’
인터넷을 중심으로 ‘시청자를 배려하지 않은 조치’ ‘성급한 결정’이라는 비판이 줄을 잇고 있다.

지난 8일 폐지 소식이 알려진 ‘놀러와’ 홈페이지 시청자의견 게시판에는 폐지 결정에 항의하는 글이 하루 만에 300여 건 올라왔다.

MBC의 일방통행식 폐지 결정을 비난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아이디 ccom**은 ‘오랜 세월동안 MBC를 빛냈던 프로그램이다. 그런 방송이 폐지된다면 최소한의 배려는 있어야 하는데 이건 예의라고는 찾아볼래야 볼 수가 없는 막장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gusxoddl** 역시 ‘폐지 반대 찬성을 떠나서 기본적으로 시청자들한테 폐지한다는 인사 정도는 해야 하는 거 아닌가’라며 폐지 방식에 문제를 제기했다.

시트콤 ‘엄마가 뭐길래’ 게시판에도 ‘재미있게 보고 있는데 뒤통수 제대로 맞은 느낌이다’ ‘시청률이 전부인가’라는 항의 글이 잇따랐다.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서는 폐지 반대 서명이 진행 중이다.

지난 5일 시작한 ‘엄마가 뭐길래’ 폐지 반대 서명은 이틀 만에 목표인원 2천명을 달성했고, ‘놀러와’ 폐지 반대 서명도 시작했다.

시청자의 분노를 자극한 것은 일방적인 폐지 결정 외에 제대로 된 절차 없이 프로그램이 마무리된다는 사실이다.

두 프로그램 모두 추가 녹화 없이 기존 녹화분으로 방송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출연진의 종영 인사나 이야기의 결말은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놀러와’는 8년간 방송된 장수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시청자의 배신감은 더욱 크다.

후속 프로그램에 대한 청사진 없이 ‘우선 폐지하고 보자’는 식의 행태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두 프로그램 모두 아직 후속작이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이러한 상황은 폐지시점의 결정이 워낙 전격적으로 이뤄진 탓이다.

두 프로그램의 폐지에는 최고 경영진의 의지가 크게 작용했다는 게 방송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김재철 사장은 최근 창사 기념식에서 “내년 밤 9시대 시청률 1위 달성을 위해 올해 12월이 중요하다”며 “버릴 것은 버리고 갈아 끼울 것은 끼우고 해서 내년에는 반드시 1등을 해야 한다”고 고강도의 개편 가능성을 시사했다.

MBC 예능본부의 한 관계자는 “폐지설이 돌긴 했지만 이런 식으로 결정되고 통보될 줄은 일선 제작진 대부분이 몰랐다”고 전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폐지 결정은 시청자뿐 아니라 출연진과 제작진에게도 충격이다.

’놀러와’는 지난 7일 오후 MC 유재석을 포함한 출연진에게 폐지사실이 전격 통보됐다. 이번 주 녹화를 마칠 때까지도 출연진은 이번이 마지막 녹화가 될 줄 몰랐던 것.

더욱이 최근 연출자를 교체하고 지난 3일 새 코너 ‘수상한 산장’을 선보이며 심기일전했던 만큼 제작진의 충격은 크다.

’놀러와’의 한영롱 PD는 지난 7일 자신의 트위터에 “그래도 힘냈어야 하는데 자꾸 오락가락 어지러워서 일이 손에 잡히질 않았다. 미안하고, 면목없고’라는 글을 올려 심경을 전했다.

이 같은 사정은 ‘엄마가 뭐길래’도 마찬가지다.

한 출연 배우의 소속사 관계자는 “시트콤 촬영 때문에 스케줄을 다 조정해 놨는데 하루아침에 폐지 통보를 받으니 황당할 따름”이라며 “출연진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게 아닌가”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엄마가 뭐길래’는 방송을 시작한 지 한 달 만에 평일 ‘뉴스데스크’의 시간대 이동으로 방송시간과 횟수가 갑작스레 바뀌면서 시청자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엄마가 뭐길래’의 한 관계자는 “회사 개편 방침을 따라가다 보니 방송이 자리 잡을 시간이 충분히 없었다”며 “폐지 결정이 너무 성급한 게 아니냐”며 불만을 제기했다.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은 지난 7일 ‘엄마가 뭐길래’의 조기 종영 철회를 촉구하며 “방송사 대표이사가 마음대로 방송을 조기 종영하고, 이후 발생하는 피해는 ‘나 몰라라’하는 파렴치한 행태를 자행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연합뉴스

인기기사
인기 클릭
Weekly Best
베스트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