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종종 직접 만나 보거나 겪어 보지 않은 사람들에 대한 선입견을 갖고 살아간다. 특히 학연, 지연 등을 중시하는 한국 사회에서 그런 경향은 더욱 짙다. 해묵은 ‘지역 감정’ 같은 것이 대표적이다. 13일 개봉한 ‘웰컴 투 사우스’는 이처럼 특정 지역이나 사람에 대한 편견을 유쾌하게 꼬집는 이탈리아 영화다.

풍광은 이국적이지만 우리나라와 비슷한 정서가 군데군데 담겨 있어서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코미디 영화다. 이탈리아 북부 도시에서 우체국장으로 일하는 평범한 가장 알베르토(클라우디오 비시오)는 아들의 교육을 위해 대도시 밀라노로 전근을 가려고 한다. 하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게 되자 거짓말을 한 것이 발각돼 오히려 기피 지역인 이탈리아 남부 나폴리 인근의 해변 마을 카스텔라바테로 발령을 받는다.

비교적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이탈리아 북부에 사는 사람들은 남부에 대해 소득도 낮고 촌스럽고 위험한 동네라는 선입관을 갖고 있고 알베르토 역시 그런 편견 속에서 근무를 시작한다. 문화도 다르고 사투리가 너무 강해 소통도 제대로 되지 않자 불만만 쌓여 가는 알베르토. 시도 때도 없이 커피를 마시는 직원들의 느긋한 근무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 그는 목소리를 높여 싸우기도 한다. 하지만 직원들은 이런 악명 높은 상사를 위해 오히려 생활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배려를 아끼지 않는다. 이들의 순박한 마음을 알게 된 알베르토는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한다.

영화는 각박한 도시 생활에 치여 살던 주인공이 시골 마을의 순박한 사람들과 자유롭게 어울리면서 삶의 의미를 깨닫는 과정을 유쾌하게 그린다. 진심이 담긴 소통이 가장 큰 치유임을 이야기한다. 또한 여러 가지 해프닝을 통해 다른 사람이나 지역에 대한 근거 없는 선입관과 오해가 얼마나 손해를 끼칠 수 있는지도 에둘러 표현한다.

이탈리아 남부 해변 마을의 아름다운 풍광과 문화를 보는 것은 영화의 또 다른 재미다. 이탈리아 사투리가 자주 나와 그들의 유머 코드를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고 한층 고조되던 주인공과 마을 사람들 간 갈등이 급작스럽게 해소되는 대목이 단점이기는 하다. 하지만 서로 오해를 갖고 있던 사람들이 마음의 벽을 허물고 점점 친해지는 과정에서 코미디 영화 특유의 따뜻함이 전해진다.

또한 부모와 자식 간의 끈끈한 관계나 겉으로는 아웅다웅하지만 서로를 아끼는 부부관계 등 한국과 비슷한 이탈리아 사람들의 정서가 고스란히 담겨 있어 문화적으로도 큰 거리감이 없이 다가온다. 이 영화는 이탈리아 개봉 당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인셉션’을 누르고 4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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