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15년만에 첫 액션물 ‘런닝맨’ 주연

서울예대 선배 장진이 연출한 연극무대에 오르면서 배우가 됐다. 영화 데뷔 역시 장진의 입봉작 ‘기막힌 사내들’(1998)을 통해서다. 선과 악, 순수함과 잔혹함이 공존하는 그를 사랑한 건 장진과 박찬욱 감독이다. 장진이 ‘기막힌 사내들’ ‘간첩 리철진’ ‘킬러들의 수다’에서 어딘가 부족하고, 코믹한 이미지를 끌어냈다면, 박찬욱은 ‘복수는 나의 것’ ‘박쥐’를 통해 광기와 공포를 드러냈다. 선과 악, 순수와 잔혹함을 간직한 배우 신하균(39)의 얘기다.

신하균은 “결혼이 늦어지는 데 대한 초조함은 없다”고 했다. “성격상 소개는 부담스러워서 못 받는다. 상대를 어디에서 찾아야 할지 모르겠다”며 웃었다.<br>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6·25를 다룬 ‘고지전’ 이후 2년 만에 신하균이 돌아왔다. ‘런닝맨’(작은 4일 개봉)은 신하균이 데뷔 이후 첫 액션물에 도전한 데다 할리우드 자본(20세기폭스)이 처음 한국영화의 메인투자자로 나서 제작단계부터 화제를 모았다. 낮에는 카센터 직원, 밤에는 자가용 콜 기사로 뛰는 차종우(신하균)는 고교시절 사고를 쳐 얻은 아들에게 구박받는 철부지 아빠다. 어느 날 공항까지 100만원을 주겠다는 중년남자를 태운다. 하지만, 잠시 한눈을 판 사이에 사내는 목숨을 잃는다. 알고 보니 죽은 사내는 한국군의 차세대 헬기도입 사업과 관련된 무기 로비스트. 졸지에 경찰과 국정원, 정체를 알 수 없는 킬러에게 쫓기게 된 차종우는 도망치기 시작한다.

신하균은 “액션장르는 처음이다. 그래서 끌렸다. 나이 들기 전에, 체력이 허락할 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웃었다. 이어 “처음 누군가의 아버지로 나왔는데, 차종우와 차기혁 부자 관계에는 한국적 정서가 묻어 있다. 서먹하고 대화도 거의 없고 다들 그러지 않나(웃음). 너무 익숙한 종로나 상암월드컵경기장 같은 데에서 액션이 이뤄진다는 것도 신선했다”고 설명했다.

극중 차종우는 잡범 출신이다. 열쇠를 따고, 도망치는 재주만 빼어나다. 때문에 상대 배우와 치고받는 연기는 거의 없다. 오로지 뛰고, 달릴 뿐. “지난해 7월 말부터 찍었다. 워낙 더울 때 찍는 거라 두 달 전부터 체력훈련만 하루 두 시간씩 했다. 태릉선수촌에서 하는 것처럼 빨간 고깔 세워놓고 뜀박질하고, 점프하고, 굴렀다. 지금 체력장을 본다면 단거리는 자신있다.”

영화에서 차종우는 툭하면 건물옥상에서 뛰어내리는데, 알고 보면 신하균은 고소공포증이 있다. 또 갈비뼈에 금이 간 것도 모르고 대부분의 액션을 소화했다. 20세기폭스코리아 관계자가 촬영현장에 왔다가 깜짝 놀랐다는 후문이다. “투자자가 왔다고 일부러 그런 건 아니다. 그랬다면 진짜 할리우드 액션 아니냐. 피로가 쌓여서 금이 간 모양인데 나중에야 알았다. 덕분에 두들겨 맞는 장면에서 리얼한 표정이 나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공동경비구역 JSA’(2000) ‘킬러들의 수다’(2001) ‘복수는 나의 것’(2002) ‘웰컴 투 동막골’(2005) ‘더 게임’(2007) ‘고지전’(20 11) 등 20여편에서 주연을 맡았지만, 인기의 잣대인 광고와는 거리가 멀었다. 2011~2012년 드라마 ‘브레인’에서 이강훈 선생 역을 맡기 전까지는 그랬다. 인터뷰하러 가는 길에 대형전광판에서 신하균이 출연한 광고를 봤다고 했더니 멋쩍게 웃었다. 그는 “TV의 파급력이 크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영화와 달리 바로바로 피드백이 오는 것도 신기했다”고 했다. 당분간은 스크린과 TV에서 신하균을 동시에 만날 수 있게 됐다. ‘런닝맨’ 개봉일부터 TV 드라마 ‘내 연애의 모든 것’이 방영된다. 묘한 우연이다.(신하균은 4월 4일과 특별한 인연이 있다. 컬트영화의 반열에 오른 ‘지구를 지켜라’가 개봉한 날도 2003년 4월 4일. 신하균 팬들은 이날을 ‘하균데이’라고 부른다).

동안이라 나이를 가늠하기 어렵지만, 한국식 셈법으론 마흔이다. “시간이 흘러 마흔이 됐는데 ‘40’이란 숫자에 어울릴 만큼 채워졌다는 느낌은 안 든다. 20대 때랑 생각도 크게 바뀐 것 같지는 않다. 그냥 이렇게 마흔이 돼도 괜찮은 건가 싶기도 하다. 사실 누군가 얘기를 꺼내지 않으면 나이를 의식하지 않는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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