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에게 심사받는 ‘국민 심사위원’… 정규 11집 발표한 이승철

‘말리꽃’ ‘네버 엔딩 스토리’ 등에 붙여진 ‘이승철표 록발라드’라는 수식어, Mnet ‘슈퍼스타 K’에서 보여준 까칠하고 날카로운 심사위원 이미지. 가수 이승철(47)은 자기 고집이 확고한 음악인으로 대중에게 각인돼 있다. 하지만 오는 18일 그가 4년 만에 발표하는 정규 11집 앨범 ‘마이 러브’는 우리가 알던 ‘그 이승철’의 것이 맞는지 다시 돌아보게 한다. 지난 12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녹음실에서 만난 그는 “일단 노래부터 듣고 이야기합시다”라더니 40분 가까이 새 앨범의 노래를 전부 들려줬다. 애절한 발라드는 물론 산뜻한 느낌의 팝 록에 힙합과 레게 스타일의 곡도 있었다.

‘이승철표 발라드’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미디엄 팝 록과 잔잔한 발라드, 힙합과 레게까지 두루 담은 정규 11집 앨범을 발표하는 가수 이승철. “노래 스타일을 바꿨지만 변화에 대한 부담감은 없다”고 했다.<br>루이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번 앨범에는 트렌드를 반영한 노래들을 담았어요. ‘오늘도 난’ 같은 댄스곡도 불렀을 만큼 제 색깔을 고집하지 않았어요. ‘슈퍼스타 K’ 심사위원을 하면서 받았던 ‘너는 얼마나 잘하나 보자’ 하는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타이틀곡 ‘마이 러브’는 산뜻한 비트와 멜로디가 애절한 가사와 묘하게 버무려진 미디엄 팝 록이다. 후렴구에 직접 중독성 있는 코러스를 넣어 세련된 느낌을 더했다.

가슴을 울리는 피아노 선율과 애절한 목소리가 일품인 ‘사랑하고 싶은 날’, 어쿠스틱 기타 반주와 리듬이 몸을 들썩이게 하는 ‘그런 말 말아요’ 등도 돋보인다. 힙합 스타일의 ‘늦장 부리고 싶어’, 레게 스타일의 ‘비치 보이스’(Beach Voice)는 눈이 번쩍 뜨인다. 록 발라드에서 고집하던 힘있는 목소리도 버렸다.

“‘긴 하루’ 이후 힘을 뺀 창법을 구사했는데 호불호가 갈리더라고요. 이번에는 힘은 뺐지만 더 굵어진 창법을 연구했어요.”

그의 정규 11집은 두 파트로 나뉜다. 각각 ‘센슈얼리즘’(감각주의)와 ‘에고티즘’(이기주의)을 주제로 한 두 파트 중 ‘마이 러브’에 담긴 9곡이 파트 1이다.

“트렌드를 중시한 파트 1의 곡들은 다소 가볍다는 느낌이 들 수 있어요. 기존 제 스타일의 록 발라드 곡들은 파트 2에서 들으실 수 있습니다.” 파트 2는 올가을에 발매될 예정으로 70% 정도 다듬어졌다.

이번 앨범에 들어간 제작비는 5억여원. 2년 전부터 작곡가 40여명의 곡을 받아 녹음까지 완료한 것이 60여곡이었다. 새로운 작곡가의 신선한 곡을 찾던 그는 여행 중 우연히 만난 캐나다 작곡가에게 6곡을 받아 녹음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감성과 맞지 않아 멜로디부터 갈아엎었다.

대신 동아방송대 실용음악과 08학번 학생들이 쓴 곡(늦장 부리고 싶어, 비치 보이스)을 앨범에 담았다. 실력이 쟁쟁한 오디션 참가자들에게 독설을 날리던 그로서는 의외의 모습이다. “학생들의 곡을 들어 보면 가사나 편곡 등에서 신선한 충격을 받습니다. ‘슈스케’에서 받았던 느낌도 그랬죠. 학생들의 좋은 곡들이 빛을 봤으면 하는 바람에서 이들과 함께 작업했어요.”

한두 곡을 담은 싱글앨범과 미니앨범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파트 1과 파트 2로 나뉜 앨범을 들고 나온 것은 음반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그의 고집 때문이다. “스스로 녹음해 앨범을 내고 싶어 제 돈으로 녹음실도 만들었어요. 음반 판매량은 줄겠지만 여전히 소장 가치는 있으니까요. 저는 죽을 때까지 앨범을 낼 겁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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