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그룹, 90년대부터 팬덤 기반으로 음반 판매 강세 걸그룹, 대중성으로 음원 강세지만 각종 논란에 취약

걸그룹 씨스타가 신곡 ‘기브 잇 투 미(Give it to me)<br>스타쉽엔터테인먼트 제공
걸그룹 씨스타는 지난달 발표한 2집 타이틀곡 ‘기브 잇 투 미(Give It To Me)’로 각종 음원 차트 1위를 휩쓸었다. 하루가 다르게 요동치는 음원 시장에서도 씨스타는 멜론 기준 3주 연속 정상을 지키는 저력을 과시했다.

음반 판매에서는 신인 그룹 엑소(EXO)의 선전이 두드러졌다. 이들의 1집 ‘엑소엑소(XOXO)’는 첫 주문 물량만 30만 장에 육박하며 신인으로는 이례적인 성적을 거뒀다.

대중 음악시장이 음원 위주로 재편되면서 보이그룹은 ‘음반’, 걸그룹은 ‘음원’에서 뚜렷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음악 시장 양분화..기준은 ‘팬덤’ = 이 같은 경향은 최신 차트에서 더 뚜렷하게 드러난다.

지난 14일부터 20일까지 음원 다운로드와 스트리밍을 종합한 가온 디지털종합 차트에 따르면 여성 가수 에일리의 신곡 ‘유 & 아이(U & I)’가 1위를 차지했다. 그 밖에 엠넷 ‘보이스 코리아’ 출신 유성은의 ‘비 오케이(Be OK)’가 4위, 걸그룹 에이핑크의 ‘노노노(NoNoNo)’가 5위, 걸그룹 투애니원의 ‘폴링 인 러브(Falling in Love)’가 6위, 여성듀오 다비치의 ‘오늘따라 보고 싶어서 그래’가 7위 등 10위권에서 여성 솔로·그룹은 6팀이나 됐다.

그러나 같은 기간 가온 앨범 차트에서는 그룹 인피니트의 싱글 ‘데스티니(Destiny)’가 1위, JYJ 멤버 김준수의 ‘인크레더블(Incredible)’이 2위, 그룹 틴탑과 엑소가 각각 3·4위를 차지하는 등 다른 경향이 나타났다.

이 밖에도 걸그룹 포미닛의 ‘이름이 뭐예요?’, 이효리의 ‘미스코리아’, 김예림의 ‘올라잇(All Right)’ 등 올 상반기 음원 차트에서 정상을 차지한 팀들은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현상에 대해 보이그룹은 왕성한 소비 욕구를 가진 팬덤을 기반으로 하는 데 비해 걸그룹은 폭넓은 대중성을 바탕으로 하는 차이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대중음악평론가 강태규 씨는 “충성도 높은 여성팬이 많은 보이그룹은 음반으로 대표되는 ‘소장 가치’를 중시한다”며 “이에 비해 ‘친근한 이미지’로 승부하는 걸그룹은 대중을 상대로 하기 때문에 음반 구매로 이어지는 과정이 일어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사실 이러한 현상은 1990년대 중반부터 나타났다. S.E.S나 핑클 같이 국민적 인기를 구가한 걸그룹도 H.O.T나 god 등 보이그룹의 음반 판매량을 넘지 못했다.

강태규 평론가는 “이러한 경향은 사실 굉장히 오래 전부터 나타났다”며 “2000년대 들어 음반 시장이 음원으로 바뀌었을 뿐, 그전에도 걸그룹의 음반은 경제적, 소비적인 측면에서 ‘무게감’이 떨어졌다”고 짚었다.

◇소비 경향에 따라 홍보 전략도 달라 = 보이그룹과 걸그룹의 각기 다른 소비 행태는 홍보 전략에도 차이를 가져왔다.

보이그룹은 팬 사인회 등을 통해 음반 판매를 더욱 촉진하기도 하고, 팬덤이 수요를 보장하는 만큼 단독 콘서트도 자주 연다. 이에 비해 걸그룹은 대중적 인기와 ‘친근한 이미지’를 유지하고자 각종 방송 활동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실제로 최근 2집 ‘하드 투 러브, 하우 투 러브(Hard to love, How to love)’를 발표한 그룹 비스트는 지난 20·21일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이틀 연속 컴백 콘서트를 열어 2만 5천 관객을 만났다.

반면 29일 2집 ‘핑크 테이프(Pink Tape)’를 선보인 걸그룹 에프엑스는 음원 공개 전 지상파와 케이블 음악 프로그램에서 신곡 ‘첫 사랑니(Rum Pum Pum Pum)’ 무대를 먼저 가졌다.

에프엑스의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방송 무대를 먼저 보면 음악에 대한 관심이 쏠릴 수 있다”며 “노래를 들으며 무대를 상상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마케팅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보이그룹을 중심으로 음반 판매의 사전 예약 판매량이 발매 후 판매량을 웃도는 새로운 현상도 나타났다.

온라인 서점 인터파크도서에 따르면 지난 15일 공개된 김준수의 2집은 예약 판매량이 발매 후 판매량보다 2.5배 많았으며, 인피니트의 ‘데스티니’는 2.1배, 지난 5월 신화의 11집 ‘더 클래식(THE CLASSIC)’은 무려 6배나 많았다.

◇음악 순위 프로그램서 각기 다른 약점 = 이 같은 소비 경향은 TV 음악 순위 프로그램에도 영향을 줘 보이그룹과 걸그룹에게 각기 다른 취약점이 되기도 한다.

보이그룹은 음반보다 음원에 무게를 두는 순위 프로그램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 있다. 엠넷 ‘엠카운트다운’은 음원 50%에 비해 음반은 10%만 반영하며, SBS TV ‘인기가요’는 아예 음원 판매량만 순위 산정 기준에 넣었다.

보이그룹의 소속사들은 “음원이 모든 잣대는 아닌데 불합리한 측면이 있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그러나 순위제 음악 프로그램이 방송 시간 동안 문자 투표를 비중 있게 포함하는 측면은 팬덤이 탄탄한 보이그룹에 한층 유리하다. MBC TV ‘쇼! 음악중심’은 1위 후보 여러 팀 중 문자 투표를 합산해 1위를 가리며, ‘인기가요’도 사전 점수(음원·SNS·사전투표)와 별개로 실시간 투표에 10%의 비율을 반영한다.

걸그룹의 소속사들은 “일부 순위 프로그램에선 문자 투표가 1위를 결정짓는 데 큰 역할을 해 팬들의 충성도가 높은 보이그룹이 유리한 상황”이라고 반박한다.

또 걸그룹은 보이그룹 같은 확고한 팬덤의 뒷받침이 없어 사소한 실수도 각종 ‘논란’으로 연결되는가 하면, 열애설에도 큰 타격을 입는 경향도 있다. 이미지 소모도 빨라 그 수명도 보이그룹에 비해 짧은 편이다.

씨스타의 소속사 스타쉽엔터테인먼트의 서현주 이사는 “논란이 일 때 걸그룹은 아무래도 취약한 부분이 있다”며 “보이그룹은 음악이나 콘셉트에 변화를 줘도 팬들이 언제나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지만, 걸그룹은 곡이 좋지 않거나 캐릭터를 살리지 못하면 대중이 바로 외면한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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