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더 지니어스 - 룰 브레이커’ 캡처


“인간이 살아가는 모습을 가감없이 보여주겠다”고 공표한 tvN 예능프로그램 ‘더 지니어스 : 룰브레이커’가 게임 속 룰을 무시한 친목, 배신으로 시청자들의 비난을 받고 있는 가운데 제작진이 특정 연예인 집단을 옹호하려는 듯한 편집을 했다는 주장까지 뒤늦게 나왔다. 시청자들이 질타를 쏟아내고 있는 것은 지난 11일 방송된 6회 ‘독점게임’편이다. 이날 방송에서는 이상민, 노홍철, 은지원, 조유영, 유정현으로 모인 이른바 ‘연예인 연합’이 홍진호, 임요환, 이두희 등 ‘비연예인 연합’을 견제하면서 생긴 에피소드가 전파를 탔다. 이 과정에서 이두희의 게임 참여 수단인 ‘신분증’을 훔쳐 게임에서 완전히 배제해버리는가 하면 상호 나눈 계약을 준수하지 않는 모습, 유력한 우승후보인 홍진호를 탈락시키기 위한 비열한 암수 등이 여지없이 드러났다. 또 이런 부정을 저지르면서도 태연한 모습을 보인 일부 참가자들에 대해 시청자들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tvN ‘더 지니어스 - 룰 브레이커’ 캡처


● “이두희, 배신 충격으로 데스매치 기권” 제작진이 숨긴 이유는?

13일 새로 드러난 사실은 이날 방송에서 데스매치에 몰린 이두희가 “무슨 일이 있어도 도와주겠다”던 은지원의 배신을 견디지 못하고 게임을 포기했다는 것이다. 이날 한 매체는 ‘더 지니어스’ 관계자의 말을 빌어 “이두희가 지목해 데스매치 상대가 된 조유영은 게임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두희가 패배 후 충격에 빠졌다. 연이은 배신을 못 견뎌하며 촬영장 구석에서 펑펑 울었다. 더 이상 게임을 진행할 수 없을 정도로 충격에 빠졌다”면서 “결국 이두희가 기권을 선언해 조유영은 게임을 치르지 않고 이겼다. 방송에서는 해당 장면이 편집됐다”고 말했다.

이두희는 이날 메인매치 ‘독점게임’에서 살아남은 6명 가운데 3명을 자신의 편으로 뽑아 데스매치인 ‘암전게임’을 진행했다. 이두희는 앞서 자신의 신분증을 훔쳐간 장본인 은지원이 “미안하다”는 말을 거듭하며 사과하자 “데스매치에서 자신을 꼭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은지원 역시 꼭 도와주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은지원은 데스매치에서 상대인 조유영의 편이었다.

하지만 은지원은 게임이 시작하자마자 이두희를 배신했고 이두희의 팀은 제대로 게임을 치러보지도 못하고 전원 사망했다. 은지원의 결정적인 배신 뒤 이두희는 겉옷을 벗고 대기실 벽을 치며 원통해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두희는 배신의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탈락을 선택한 것이다.

이두희의 기권 사실은 전파를 타지 않았다. 대신 이두희가 은지원을 과신한 것이 배신으로 이어졌다는 제작진의 ‘훈계조’ 해설이 나왔다. 1회부터 6회까지 은지원과 조유영은 연대를 맺어왔는데 이를 간과한 이두희의 실수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두희는 게임장을 떠나기 전 “은지원이 사적으로 전화를 걸면서까지 나를 도와주겠다 말했다”고 했다. 은지원을 100% 믿은 이유가 따로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은지원은 이 역시 “그때 내가 만취하지 않았었냐”면서 농담으로 넘어가려 했다. 은지원의 말에 출연진은 웃음을 보이기도 했다.

이두희는 또 “사회생활을 하면서 큰 배신을 2번 당해봤다. 후배가 수천만원을 사기 친 적도 있고 내가 만든 회사에서 잘린 적도 있다”면서 “하지만 그래도 사람을 믿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때도 이두희를 사지에 모는데 일조한 이상민은 말을 자르면서 “인생 선배로서 얘기하는데 현실에서는 더 심한 일이 많다”고 충고했다.

방송 상으로는 그런대로 훈훈한 마무리였다. 하지만 이두희가 충격으로 촬영장에서 울면서 기권을 했다는 보도가 나오기 전이었다. 보도가 사실이라면 이두희를 배신한 이들은 이두희가 큰 충격을 받은 것을 알면서도 그를 향해 농담을 던진 셈이 된다. 방송이 아닌 기본적인 윤리의 잣대를 가져와도 비난의 여지가 다분한 것이다.

● 게임 자체의 룰을 무시한 일부 출연자들의 행동, 비난받아도 할 말 없다

이날 이두희는 아예 메인매치에 참여를 하지 못했다. 게임이 시작되기도 전에 게임에 참가할 수 있는 수단인 ‘신분증’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이두희는 신분증을 세트장인 차고 책상에 올려놓은 채 ‘불멸의 징표’라는 게임 내 면제권을 찾아낸 이상민을 따라가다 화를 당했다. 중요한 게임 수단을 꼼꼼히 챙기지 못한 이두희에게 일차적인 책임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두희가 다른 곳에 정신이 팔린 사이 책상에 놓인 신분증을 발견한 조유영은 은지원을 향해 이두희의 신분증을 건냈고 은지원은 이를 잽싸게 챙겼다. 제작진은 자막을 통해 “주웠다”고 표현했지만 정황상 ‘절도’에 준하는 행위였다.

tvN ‘더 지니어스 - 룰 브레이커’ 캡처


‘더 지니어스’는 통상 6~10시간 녹화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두희는 이날 데스매치 전까지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방송에서는 바닥에 드러누워있는 모습이 나오기도 했다.

은지원, 조유영이 속한 ‘연예인 연합’은 신분증을 찾는 이두희에게 거짓말로 일관했다. 게임 말미에 사과를 요구하는 이두희에게는 5명이 함께 찾아가 사과를 했지만 이 역시 가벼운 분위기로 넘기려는 기색이 역력했다. “처음에는 장난으로 시작한 것”이라는 조유영의 사과는 전형적인 가해자들의 것과 같았다.

은지원은 거듭 “정말 미안하다”며 이두희에게 사과를 했다. 하지만 그는 결정적인 순간 또 다시 이두희를 배신한 뒤 “팀을 살리기 위함”이라는 말을 했다. 이두희를 도와주겠다던 말은 하지 않느니만 못하게 된 것이다.

tvN ‘더 지니어스 - 게임의 법칙’ 캡처


● 진정한 ‘지니어스’의 가치관은?

매회 논란이 거듭되는 가운데 ‘더 지니어스’는 시청률 고공행진을 기록하고 있다. 이두희의 충격적인 탈락이 전파를 탄 11일 방송분은 시청률 1.7%(닐슨코리아·케이블유가구)를 기록했다. 하지만 시청자들의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과거 시즌 1 ‘더 지니어스 - 게임의 법칙’에서는 저마다 명분과 실리를 놓고 합종 연합을 하면서 두뇌싸움을 펼쳤지만 이번에는 사적인 친밀도와 편가르기만 난무할 뿐 게임 자체를 하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시즌 1 우승자이자 유력한 시즌2 우승 후보인 홍진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연합을 하는 것도 게임의 일부”라고 인정하면서도 “내 가치관과는 맞지 않다”고 말했다. 제작진과 출연자 개개인의 가치관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프로그램의 진짜 주인인 시청자들의 의견이 어떤 것인가에 대해서는 제작진이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다.

맹수열 기자 gun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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