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지금껏 고집스레 추구해 왔던 것들을 이번 앨범에서도 이었다. 하지만 이런 시도는 어느새 국내 가요계에서 보기 힘든 ‘모험’이 돼 버렸다. 먼저 20곡을 꽉 채운 더블 CD(2CD) 앨범이라는 점이다. 한 CD에 10곡씩, 총 2개의 CD로 구성된 앨범에서 전편을 26일에, 후편을 하반기에 각각 발표한다. 요즘에야 단발성 싱글과 미니앨범이 넘쳐나지만, 그는 이미 정규앨범 중 7집을 더블 CD로 꾸린 적이 있다. 지난 19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 만난 그는 자신이 싱어송라이터라는 데에 방점을 찍었다. “싱어송라이터로서 많은 곡을 들려주고 싶다는 단순한 생각이었어요. 남들은 EP앨범(미니앨범)을 만들라고 했지만, 앨범 전체가 아닌 한 곡만으로 제 이야기를 들려드리기는 억울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완벽한 사운드를 담아내기 위해 투자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3년 동안 3억 8000만원을 들여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내슈빌의 스튜디오에서 녹음하는 한편 아브라함 라보리엘 주니어, 존 페냐 등 세계적인 연주자들을 참여시켰다. 한 곡당 믹싱을 두세 번씩, 마스터링을 여섯 번씩 거쳐 밀도 있는 사운드를 완성했다고 그는 자부했다. “예전에는 ‘조로’(早老)하지 말아야겠다, 특별한 걸 해야겠다는 생각에 미국으로 건너가 녹음했죠. 지금은 1%의 아주 작은 차이라도 만들기 위한 고집에서 미국행을 합니다.”
대중문화 전반에 복고 바람이 불고 가요계가 거장의 귀환으로 들썩인다지만 시장은 냉정하다. 1주일 안에 대중의 눈과 귀를 잡아끌지 못하면 음원차트에서 사라진다. 그 역시 이런 현실을 비켜갈 수는 없을 터. 2010년 내놓은 10집은 막대한 물량을 투입하고도 성과는 기대 이하였다고 특유의 ‘셀프 디스’ 화법으로 자평했다. “10집 이후 다신 앨범을 내지 말아야지 했어요. 하지만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어서 벼랑 끝에 섰던 기억을 잊고 또다시 많은 곡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이번 앨범에서는 대중성을 놓치지 않았다. “R&B와 일렉트로닉, 록 등을 아우르면서도 누구나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앨범으로 꾸렸다. 그를 대중적인 발라드 가수의 반열로 올려놓은 1, 2집을 좋아하는 팬들이 부담 없이 들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이번 앨범은 꼭 잘돼야 한다는 결연한 의지가 있다”면서 “대중친화적이면서 고급스러움을 잃지 않았다는 점에서 나 자신도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동안 덕분에 ‘어린왕자’라 불리지만, 그도 어느새 한국 나이로 쉰이다. 5시간 40여분 동안 방방 뛰며 노래를 했던 그는 이제 “두 시간 서서 노래하면 잠시 앉아줘야 한다”며 웃었다. 하지만 뮤지션으로서의 행보만큼은 나이를 먹지 않겠다는 게 그의 다짐이다. “후배들에게 ‘못된 어른’의 권위주의적인 말과 행동은 하지 않겠다고 마음을 다져요. 소리의 장인이 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좋은 음악을 만들어 후배들에게 밀알이 되고 싶습니다.” 그의 궁극적인 목표는 “70세가 돼서도 록 페스티벌 무대에 서는 것”이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