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교도소 밀착 다큐 ‘세상 끝의 집’ 김동일·김범수 PD

지난달 6일부터 방영된 KBS 6부작 다큐멘터리 ‘세상 끝의 집’은 방송으로는 최초로 소년교도소를 밀착 취재해 잔잔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국내 유일의 소년교도소인 김천소년교도소는 징역형 이상을 선고받은 평균 18세의 소년수 220여명이 생활하는 곳이다. 이들의 의식주와 독방 생활, 직업 훈련 등 일상과 함께 소년수들 저마다의 사연과 참회가 차분하면서 밀도 있게 그려졌다.

이 프로그램에 비친 한겨울의 소년교도소는 험악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대신 교도관의 지시에 묵묵히 따르며 하루 일과를 마치고 찬 바람이 부는 방에서 오지 않는 잠을 청하는 똑같은 날들의 연속이었다. 촬영기간 3개월과 준비기간을 포함해 1년 동안 이 프로그램을 진두지휘한 김동일(왼쪽) PD와 김범수(오른쪽) PD를 최근 서울 여의도 KBS 사옥에서 만났다. 두 PD는 소년수들을 “국가기관의 엄격한 통제 안에 있는 그저 평범한 또래 소년들일 뿐”이라고 돌이켰다.

부끄러운 과거를 안고 살아가는 이들을 카메라 앞에 세우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을 터. 소년수들과의 거리감을 좁히기 위해 제작진은 매일같이 교도소를 찾았다. “너희들의 이야기를 가감 없이 전달해 주겠다, 그것 하나만 약속한다고 했어요. 세상에 하고 싶은 이야기를 우리에게 해 달라고 했죠.”(김동일 PD)

소년수들은 조금씩 마음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직접 손을 들고 카메라 앞으로 나오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서로 툭툭 치면서 ‘너도 나가봐라’고 독려하는 분위기도 생겼다. “미성년자들은 부모들에게 동의를 받아야 했어요. 하루는 부모들이 사인한 동의서가 한가득 쌓여 있어서 깜짝 놀랐어요. 소년수들이 부모들까지 설득한 겁니다.”(김동일 PD)

그렇게 들여다본 이들의 삶은 소년이 견딜 수 있으리라 상상하기도 힘든 것이었다. 1화의 주인공인 환수군은 눈앞에서 자살하는 아버지를 봤고, 5화의 영석(가명)군은 3세 때 부모에게 버림받아 고아원에 보내졌다. ‘범죄는 네가 선택한 것’이라는 비판에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이들이지만 김범수 PD는 “불우한 환경일수록 나쁜 선택을 할 가능성도 높아진다”고 말했다. “방송에 다 담아내지 못한 사연도 많아요. 어린 나이에 겪었던 충격적이고 슬픈 일들, 주변에 도움을 청해도 도와주지 않았던 경험 등…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을 우리 사회가 제대로 감싸주지 못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죠.”(김범수 PD)

두 PD가 가장 많이 고민했던 건 시청자들의 평가와 반향이었다. 소년수들의 사연과 아픔을 들여다보는 작업이 범죄자에 대한 사회의 냉정한 시각과 배치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동일 PD는 “최대한 객관적으로 접근하면서 그들의 반성과 참회를 시청자들에게 전달하는 것으로 극복하려 했다”고 말했다.

오는 10일 마지막 방영을 앞두고 있는 두 PD는 프로그램이 자신과 가족, 사회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아이들의 과거를 돌이킬 수 없다는 안타까움이 컸습니다. 더 이상의 반복이 없도록 우리 자신과 가족, 사회는 잘 살고 있는지 다시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김동일 PD) “아이들이 사회에 돌아왔을 때 우리는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어떻게 해야 그들이 다시 나쁜 선택을 하지 않을 수 있을지 그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습니다.”(김범수 PD)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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