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고전영화극장 ‘졸업’

‘졸업’(The Graduate·1967년)은 1960년대를 대표하는 영화로 널리 알려져 있다. 더스틴 호프먼의 희극적인 표정과 몸짓, 앤 밴크로퍼드의 중후한 연기와 캐서린 로스의 청초한 매력이 산뜻한 대사와 어우러져 전 세계적으로 인기몰이를 했다. 작은 키에 볼품없는 외모의 무명배우 더스틴 호프먼의 등장은 미남 미녀만이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관습을 깨드리는 계기가 됐고, 더스틴 호프먼은 스타덤에 올랐다.

17일 밤 10시 45분 EBS 고전영화극장은 ‘졸업’을 방영한다. 달콤한 청춘영화처럼 포장됐지만 실상은 현대를 사는 미국 젊은이들의 고뇌가 깃든 비판적 작품이다. 불안한 미래를 앞둔 주인공 벤저민(더스틴 호프먼 분)이 로빈슨 부인(앤 밴크로퍼드 분)과 벌이는 불륜과 방황을 통해 기성세대의 가치관을 신랄하게 꼬집는다. 미국 동부의 명문대학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캘리포니아의 집으로 돌아온 벤저민이 벌인 방황에 종지부를 찍게 도와준 이는 아이로니컬하게도 로빈슨 부인의 딸인 엘레인(캐서린 로스 분)이다.

주인공들의 심리적인 상황을 적절하게 잡아낸 독특한 카메라 기법은 마이크 니컬스 감독에게 아카데미 감독상을 안겼다. 뉴 아메리칸 시네마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사회의 낙오자가 아닌 동시대의 보편적 젊은이를 등장시켰다는 게 특징이다. 영화는 순수함을 잃어버린 채 물질적, 육체적 욕망에 충실한 기성세대의 속물근성이 젊은 세대에게 얼마나 큰 상처를 안겨주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미국 작가 찰스 웨브의 장편소설을 각색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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