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1TV ‘인간극장’

김종기(39)씨는 ‘싱글 대디’다. 단 하루도 바람 잘 날 없이 우당탕탕 뛰어다니며 말썽을 부리는 11살 인준이, 6살 효준이, 4살 동준이 삼 형제를 키우고 있다. 열 달 전 아내가 떠난 뒤 아침마다 어린 두 녀석을 손수 씻기고 입혀 어린이집 차를 태워 보내느라 전쟁 같은 하루를 시작하고, 부랴부랴 출근해 바깥일 하고 돌아와서는 또 아이들을 건사하며 하루를 보낸다. 제 날짜에 예방접종하기, 인준이 체육대회 참가하기 등 힘겨운 일상을 살아가지만 그래도 큰녀석 인준이가 의젓한 맏형 노릇을 톡톡히 해 줘 고마울 따름이다.


복통 증세로 병원을 찾았을 때 아내는 이미 대장암 말기였다. 그리고 겨우 5개월 만에 세상을 떠났다. 아내의 빈자리가 그리워질 때면 종기씨는 카톡을 보낸다. 쌓여 가는 메시지만큼 선명하게 남아 있는 ‘읽지 않음’ 표시. 종기씨는 여전히 그리움 속에 살고 있다. 그는 블로그를 만들어 버킷리스트를 작성했다. 운동하기, 드럼 다시 배우기, 아이들과 여행 가기, 그리고 ‘솔직하게 그리워하기’ 등이다. 잊을 수 없다면 차라리 마음껏 보고 싶어 하자고 마음먹었다. 한때 뮤직비디오 감독이었던 종기씨는 요즘 사진 스튜디오를 운영하며 컨설팅도 하고, 아내 생전에 함께 머리를 맞대고 구상했던 수제 잼 사업까지 동시에 해내고 있다.

KBS 1TV 인간극장은 오는 15일까지 매일 오전 7시 50분 ‘걱정 말아요, 그대’를 주제로 종기씨와 아이들 삼 형제 이야기를 전한다. 벚꽃이 흐드러지고 뒷산에는 붉은 철쭉이 물드는 봄. 아내가 떠난 뒤 다 뽑아 버린 꽃밭에 여전히 남아 있는 생명의 흔적을 발견하고 아내의 부재 속에 더욱 힘을 내는 종기씨의 모습을 통해 희망을 전한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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