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캡처.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장항 수심원이 폐쇄된 이후 생존자들의 이야기가 공개된다.

18일 방송되는 SBS ‘그것이 알고싶다’ 1036회에서는 ‘다시, 인간의 조건을 묻다-장항 수심원의 슬픈 비밀’ 편이 전파를 탄다.

1986년 충청도 남단에 위치한 작은 섬 유부도. 가로등 불빛 하나 없는 그곳에 네 명의 검은 그림자가 바삐 움직였다. 그곳에는 방금까지 살기 위해 몸부림쳤던 한 사람이 싸늘한 시체가 돼 묻혔다. 처참한 최후를 맞이한 이는 불과 5분 거리에 위치한 정신질환자 수용시설 ‘장항 수심원’의 한 여자 원생으로 밝혀졌다.

그녀가 묻힌 곳 뒤편엔 동료의 죽음을 차마 정면으로 바라보지 못 하는 한 사람이 있었다. 정 씨는 “내가 그 사람들을 죽였던 걸, 앞잡이가 될 수 밖에 없었던 것을… 걔들 말을 따르지 않으면 내가 죽었을 것이다. 지금도 살려달라고 했던 말이 들린다”며 힘든 마음을 토로했었다.

그리고 30년 후, 눈앞에서 스러져간 동료들을 잊지 못한다는 한 남자. 늦었지만 이제는 제대로 사죄하고 싶다는 정 씨가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을 찾았다. 정 씨는 1985년 군산에서 낯선 사람에게 붙잡혀 유부도 땅을 처음 밟았고, 영문도 모른 채 끌려간 그곳에는 한 번 들어가면 다시는 나올 수 없다는 장항 수심원이 있었다.

‘그것이 알고싶다’는 1992년부터 1997년까지 장항 수심원의 참혹한 인권유린 실태를 네 차례에 걸쳐 고발했다. 당시 장항 수심원 내부는 비극 그 자체였다. 화장실도 따로 없는 독방은 기본이었다.

또 10년 동안 빨지 않은 이불을 덮고 고열에 시달리고 있던 원생, 칸막이 없는 화장실을 쓰며 최소한의 인권조차 박탈당한 채로 살아가고 있었다. 방송이 나간 뒤, 보건복지부는 한 달 만에 시설의 폐쇄를 신속하게 결정했다.

그렇게 수심원생들은 유부도를 떠났고, 2016년이 돼서야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은 수심원에서 발견한 406명의 원생 명부를 토대로 그들을 직접 찾아가 보기로 했다. 하지만 그들을 기다린 것은 수심원생들의 비극적인 죽음이었다.

수심원생이었던 신 씨의 사촌 형은 “벌써 이 세상을 떠났다. 술 먹고 방에 혼자 있다 쓸쓸하게 돌아갔다”고 말했다.

수심원 건물 바깥으로는 빠져나왔지만 수심원에서의 기억으로부터는 탈출하지 못 했던 것이다. 원생명부에 주소가 기록돼 있는 75명 중 사망한 원생이 16명, 생사조차 확인할 길이 없는 원생이 27명이었다.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은 생존자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전국으로 그들의 행방을 찾기 시작했다. 며칠 후, 수심원 폐쇄 직후부터 줄곧 다른 요양원에서 생활하고 있다는 이 씨와 가까스로 연락이 닿았다.

그는 스무 살 때 처음 갇혔던 수심원에서는 나왔지만 여전히 수심원보다 조금 나은 ‘시설’에서 평생을 보내고 있었다. 이 씨는 60이 넘은 백발의 노인이 돼, 19년 전 우리가 수심원을 찾았을 때와 꼭 닮은 이야기를 ‘그것이 알고싶다’에 건넸다.

18일 오후 11시 10분에 방송되는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서해안의 섬 유부도에 위치한 정신질환자 수용시설 ‘장항 수심원’ 원생들의 지난 20년간의 삶을 추적해본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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