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들에 대한 드라마 출연료 미지급 문제가 방송계의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중견 연기자들에게도 적잖은 타격이 미치고 있다. 한때 실력파 중견 연기자들은 안정된 수입원이 보장되는 인기 ‘보직’이었지만 이제는 갈수록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해져 울상을 짓는 연기자가 늘고 있다.

이른바 ‘퐁당퐁당’ 캐스팅이 대표적인 경우다. 주로 주인공의 부모나 친척 역으로 등장하는 중견 연기자들은 제작비 부족으로 1회부터 연속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1회, 7회, 13회 등으로 ‘퐁당퐁당’ 비연속적으로 출연하고 있다. 때문에 주인공의 이모나 고모 역할 등 관계 인물들이 등장하는 장면이 줄어들고 주인공 위주의 전개가 늘고 있다. 부득이한 경우 특별 출연이나 카메오로 충당하기도 한다.

한 방송계 관계자는 “중견 연기자들에게도 연차와 연기력에 따라 출연료 등급이 있는데, 한 장면만 나오더라도 회당 출연료를 전부 지급해야 한다.”면서 “제작비 절감 차원에서 중견 연기자를 여럿 쓰는 것보다 오히려 많은 출연료를 투입한 배우들을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중견 연기자들의 입지가 좁아진 이유 중 하나는 여전히 고공행진하고 있는 톱스타들의 출연료 때문이다. 한 드라마 관계자는 “미니시리즈의 최소 제작비는 2억 5000만~4억원인데 최근 주연배우의 출연료 비중이 제작비의 50%까지 차지하면서 중견 연기자의 ‘퐁당퐁당’ 캐스팅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지상파는 물론 케이블, 종편사까지 드라마를 제작하면서 드라마 수는 늘어났지만 비용을 긴축하기 위해 효과가 확실한 연기력을 지닌 중견 연기자들을 선호하는 경향이 높아졌다. 이는 중견 배우들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으로 이어져 겹치기 출연이 늘어나는 이유가 되고 있다.

한진희는 SBS 주말극 ‘청담동 앨리스’, MBC 수목극 ‘보고싶다’와 일일극 ‘오자룡이 간다’ 등에 동시 출연 중이고 송옥숙도 MBC ‘보고싶다’, KBS ‘내 딸 서영이’를 비롯해 KBS ‘각시탈’, SBS ‘옥탑방 왕세자’ 등 올해 쉬지 않고 작품 활동을 이어갔다. 전노민도 KBS ‘각시탈’, SBS ‘추적자’와 ‘다섯 손가락’에 연이어 출연했다.

이 때문에 방송계에서는 뮤지컬이나 연극 쪽에서 발굴되던 신선한 명품 조연들의 출연이 많이 줄었다. 오히려 영화계에서는 멀티 주연 영화가 늘고 관객층이 30~50대로 확대되면서 흥행의 변수가 되는 중견 연기자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 ‘광해, 왕이 된 남자’와 ‘26년’을 비롯해 올해 5편의 영화에 출연한 장광(60)이 대표적이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제작비가 확보된 뒤 촬영하는 영화에 비해 드라마는 제작비의 부족으로 중견 연기자들을 축소해 전반적인 작품의 완성도가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면서 “일부 배우들의 겹치기 출연이 잦아질 경우 시청자들에게 혼선을 줄 수 있고 신비감이 떨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r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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