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영화 ‘뜨거운 안녕’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욱하는 성질 때문에 언제 사고를 칠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아이돌 가수 충의(이홍기). 그는 결국 폭행 사건에 휘말려 호스피스 병동에서 봉사명령을 받는다. 언론의 관심 속에 내키지 않는 봉사활동을 시작한 충의는 시한부 환자들과 티격태격 신경전을 벌이기 일쑤다. 그러다 봉사시간을 두 배로 쳐준다는 제의에 솔깃해져 환자들과 록 밴드 오디션 참가 준비를 하게 되고, 그러는 사이 그들과 점점 가까워진다.
영화 ‘뜨거운 안녕’


죽음을 앞두고 세상과의 이별을 준비하는 호스피스 병동을 배경으로 한 영화 ‘뜨거운 안녕’은 누가 봐도 ‘착한 영화’다. 방송 PD 출신인 남택수 감독이 직접 호스피스 병동에서 만난 환자들 이야기를 담은 덕분에 캐릭터의 질감이 생생하게 살아 있다. 전직 조폭으로 자신의 몸을 정성껏 닦아주는 자원봉사자들의 극진한 대접에 눈물짓는 무성(마동석), 남겨질 가족의 생계를 걱정해 밤에 나이트클럽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간암 말기 환자 봉식(임원희), 홀로 남아 슬퍼할 아들 힘찬이를 위해 매일 밤 동화책을 쓰는 엄마(심이영) 등의 사연이 구체적이고 실감나게 그려진다.

그렇다고 우울하기만 한 영화는 아니다. 다소 역설적인 제목처럼 이 작품은 생의 마지막을 불꽃처럼 보내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생동감 있게 그리는 데 힘을 썼다. 충의, 무성, 봉식에 위암 환자 안나(백진희)와 꼬마 백혈병 환자 하은(전민서)이 합세해 결성한 불사조 밴드는 돈줄이 막혀 폐쇄 위기에 몰린 병동을 회생시키려고 오디션에 출전한다. 망설이던 충의도 자신의 소중한 꿈을 잠시 뒤로 접고 이들의 마지막 꿈을 함께한다.

영화는 웰빙만큼이나 화두로 떠오른 ‘웰다잉’에 대해 이야기한다. 생의 끝자락을 음악으로 승화시키려는 호스피스 환자들과 매년 기수별로 불사조 밴드를 만들어 그들의 뜻을 이어가는 충의는 관객의 가슴을 훈훈하게 덥힌다. 반면 메시지가 정확하게 전달되지 않고 성글게 전개되는 드라마가 허술해 보이기도 한다.

배우들의 연기는 나무랄 데 없다. 특히 지금껏 개성 강한 역할을 주로 했던 마동석이 호스피스 환자로 변신해 극의 중심을 잘 잡아줬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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