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아톤’, ‘좋지 아니한가’의 정윤철 감독이 최근 흥행 중인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스크린 독점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정윤철 감독<br>연합뉴스


정 감독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은밀하게’ 따위(?)가 1천300개를 까면 장차 ‘미스터고’나 ‘설국열차’처럼 수백억이 들어간 대작들은 과연 몇 개의 극장을 먹어치울지 상상도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앞으로 될 성 싶은 영화들은 아예 한 달쯤 전세를 내서 대한민국 전체 극장에서 상영하는 것이 어떨까”라며 스크린 독점 관행을 비꼬았다.

실제로 개봉 8일 만에 400만 관객을 넘어서는 등 연일 기록을 경신하며 흥행몰이 중인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개봉 첫 주말 1천300여 개 관에서 상영한 데 이어 13일 현재도 1천여 개 상영관에서 상영 중이다.

정 감독은 “물론 제작사와 배급사 입장에서는 극장들이 돈에 눈이 멀어 마구잡이로 상영관을 확대하니 어쩔 수 없다고 말하겠지만, 은밀하게 충분히 위대했을 영화를 이렇게 ‘떠들썩하고 파렴치하게’ 세상에 내놓은 것에 일말의 책임감을 느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두어 달이 멀다 하고 단 한 편의 영화가 공포의 슈퍼갑이 돼 다른 영화들의 극장을 빼앗고 왕따시키며 퐁당퐁당 교차 상영 신세로 전락시키는 모습은 한국 사회 곳곳의 병폐와 너무도 비슷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똑같이 고생해 만든 다른 좋은 영화들을 순식간에 불쌍한 을로, 아니 심지어 병과 정이 되게 만드는 꼴을 보는 것은 참으로 어이없고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면서 “피해를 본 영화의 감독과 스태프, 배우, 제작사의 심정은 아마 학교에서 두들겨 맞는 힘없는 자식새끼를 보는 가슴 찢어짐과 크게 다를 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감독은 이를 최근 논란이 된 한국 사회의 ‘갑을 논쟁’에 비유했다.

그는 “’아이언맨’은 할리우드 영화라 맞아도 어쩔 수 없다 치지만 같은 나라, 업계의 영화에 얻어터지는 건 몇 배 더 아프다”고 말했다.

그는 “마치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노동자의 권익 신장에 눈감고 오히려 자신들의 자식들을 대물림해 채용해달라고 회사에 요구하는 파렴치함과도 같다”면서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노동자의 연대의식도 결국 팔아먹듯 눈앞의 흥행 수익에 눈이 뒤집혀 한국 영화계의 업계 질서를 파괴하는 이런 행위는 결코 용납돼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감독은 “한국 영화계는 할리우드 영화에 저항하던 스크린 쿼터 투쟁의 강력한 에너지를 이제 산업 내부로 돌려 새롭고 정의로운 룰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관객의 다양한 영화를 볼 권리를 지키기 위해 슈퍼갑의 독식과 횡포를 몰아내고 작은 영화들도 공정한 대접을 받기 위해 모두가 은밀하고 위대한 싸움을 준비할 때”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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