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 600만명 동원을 눈앞에 둔 ‘수상한 그녀’도 음악이 흥행에 단단히 한몫을 했다. 1970~1980년대 히트곡을 세련된 댄스곡으로 재해석한 ‘나성에 가면’과 애절한 음색이 돋보이는 발라드곡 ‘하얀 나비’ 등이 수록된 앨범이 발매됐고, 이 곡들은 음원 차트 상위권에 진입하며 큰 호응을 얻었다. 추억의 인기 가요가 중장년층에게는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젊은층의 호기심을 자극했다는 평가다. 여주인공인 배우 심은경은 이 노래들을 직접 불렀다.
코미디 영화에서 OST는 특히나 중요하다. 분위기를 띄우는 데 노래만 한 장치가 없기 때문. 800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한 코미디 영화 ‘과속스캔들’에선 여주인공 박보영이 직접 부른 리메이크곡 ‘아마도 그건’이 큰 인기를 모았고, 660만명을 동원한 영화 ‘미녀는 괴로워’에서도 주연배우 김아중이 부른 ‘마리아’, ‘별’ 등이 히트를 쳤다. 코미디 영화 ‘피끓는 청춘’에도 1980년대 히트곡인 송골매의 ‘어쩌다 마주친 그대’, 들고양이의 ‘마음 약해서’ 등이 적재적소에 배치됐다.
멜로 영화에서 배경 음악은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하다. 180여만명의 관객을 모으며 소리 없이 흥행 행진 중인 황정민, 한혜진 주연의 멜로 ‘남자가 사랑할 때’는 엔딩송으로 이문세의 ‘사랑이란 기억보다’가 잔잔히 흘러 눈물샘을 자극한다. 두 사람의 절절한 사랑을 표현한 곡으로 황정민이 직접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영화의 내용과 결이 맞지 않는 배경 음악은 집중도를 떨어뜨려 감흥을 반감시키기도 한다. 지난해 12월 개봉한 로맨틱 코미디 ‘캐치미’는 김동률의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를 배경 음악으로 여러 번 등장시켰으나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수상한 그녀’를 홍보하는 흥미진진의 정은년 과장은 “배경 음악은 스토리와 배우만으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 주는 영화의 보조 장치”라면서 “하지만 OST가 잘못 배치되면 오히려 감정의 흐름을 끊어 놓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