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성이 빼어난 노랫말로 대중가수로는 사상 처음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밥 딜런(75)은 여러 분야에서 창작력을 뽐내왔다. 영화도 그중 하나다. 그는 배우로, 감독으로, 시나리오 작가로, 영화음악가로 활동했다. 그와 관련된 영화들을 살펴보는 것 또한 음악 못지않게 딜런의 진면목을 아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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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폭력 미학의 거장’ 샘 페킨파 감독의 서부 영화 ‘관계의 종말’(① 1973)에 조연으로 출연했다. 친구였다가 적이 된 보안관 팻 개럿과 무법자 빌리 더 키드의 이야기다. 딜런은 음악 감독까지 맡았는데, 이때 만든 노래가 그 유명한 ‘노킹 온 어 헤븐스 도어’다. 1978년에는 시나리오 공동 집필에다가 감독, 주연까지 맡은 ‘리날도와 클라라’를 선보이기도 했다. 당시 부인이었던 사라 딜런과 뮤즈였던 존 바에즈를 비롯해 조니 미첼, 로저 맥귄 등 동료 음악인들이 대거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딜런의 영화 중에서는 유명 컨트리 가수 빌리 파커 역을 맡아 열연한 ‘허츠 오브 파이어’(1987)가 다소 대중적이다. 2003년에는 코미디언 출신 래리 찰스가 감독한 코미디 ‘가장과 익명’의 주연을 맡아 연기파 배우인 존 굿맨, 제시카 랭, 제프 브리지스, 페넬로페 크루즈 등과 연기하기도 했다. 딜런이 직접 등장하지는 않지만 토드 헤인즈 감독의 ‘아임 낫 데어’(2007)도 중요한 작품이다. 딜런 특유의 시적 가사를 토대로 딜런을 일곱 가지 서로 다른 자아로 표현한다.

인터뷰하거나 본인 역으로 직접 출연하고, 자료 영상을 등장시킨 다큐멘터리물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스크린 데뷔작 또한 다큐다. 1965년 영국에서 보낸 딜런의 3주를 좇은 D A 페네베이커 감독의 ‘돈트 룩 백’(② 1967)이다. 어쿠스틱에서 일렉트릭 기타로 전환하던 시기의 딜런을 엿볼 수 있다. 영화계 거장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노 디렉션 홈’(③ 2005)도 유명하다. 어린 시절부터 1960년대 중반까지의 딜런을 담고 있다.

그의 노래가 실린 영화나 다큐멘터리, 드라마는 확인된 것만 600편이 넘는다. 그는 위기의 중년 교수를 그린 ‘원더 보이스’(2000)의 주제가 ‘싱스 해브 체인지드’로 오스카와 골든글러브 주제가상을 받기도 했다. 아카데미 시상식 당시 호주 투어 중이던 딜런은 위성 생중계로 축하공연 무대를 꾸리기도 했다. 살인 누명을 쓰고 22년간 옥살이를 해야 했던 흑인 복서의 실화를 그린 노먼 주이슨 감독의 ‘허리케인 카터’(2000)에도 딜런의 8분이 넘는 대곡이 흐른다. 카터의 비극을 노래해 파문을 일으켰던 ‘허리케인’(1975)이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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