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의 영화’로 심사위원대상
6차례 경쟁 부문 초청받아 ‘인연’
홍 감독 “기대 안 했는데 너무 놀라”
해외 언론 ‘장난스러운 풍자’ 평가

홍상수 감독.<br>EPA 연합뉴스
홍상수(62) 감독이 3년 연속 베를린국제영화제 은곰상을 거머쥐었다.

홍 감독은 16일(현지시간) 열린 제72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시상식에서 27번째 장편인 ‘소설가의 영화’로 심사위원대상(은곰상)을 받았다. 심사위원대상은 최우수작품상인 황금곰상에 다음가는 상이다.

홍 감독으로서는 2020년 ‘도망친 여자’로 감독상, 지난해 ‘인트로덕션’으로 각본상을 받은 데 이어 3회 연속 수상이다. 2017년 김민희에게 한국 여자 배우 최초의 베를린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안겼던 ‘밤의 해변에서 혼자’까지 포함하면 사실상 네 번째 은곰상 수상이다.

홍 감독은 세계 3대 국제 영화제 중에서도 유달리 베를린과 인연이 깊다. 2010년대 중반까지 칸영화제 단골 손님이었으나 경쟁 부문 수상에 번번이 실패했고, 베를린은 ‘밤과 낮’(2008)과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2013)을 포함해 이번까지 6차례 경쟁 부문 초청을 받았는데 네 번이나 수상했다.

시상식 무대에 오른 홍 감독은 “정말 기대하지 않았다. 너무 놀랐다”며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연인이자 이번 영화에 배우 겸 제작실장으로 참여한 김민희를 무대로 불러올렸다. 김민희는 “오늘 시사회에서 관객분들이 진심으로 영화를 사랑해 주신다는 것을 느꼈다”며 “감동적이었고 잊지 못할 것 같다. 너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김민희는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2015)부터 홍 감독이 만든 대부분의 작품을 함께하고 있다.
홍상수 감독에게 네 번째 베를린국제영화제 은곰상을 안긴 ‘소설가의 영화’는 잠적한 후배의 책방으로 먼 길을 나선 소설가 준희가 영화감독 부부와 여배우 길수를 만나며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사진 왼쪽이 길수 역을 맡은 김민희, 오른쪽이 준희를 연기한 이혜영.<br>전원사 제공
‘소설가의 영화’는 소설가 준희(이혜영)가 잠적한 후배의 책방으로 먼 길을 가는 중 영화감독 부부를 만나게 되고, 공원을 산책하다 마주친 여배우 길수(김민희)에게 캐스팅 제안을 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지난해 2주 동안 서울에서 흑백으로 촬영한 이 작품에 대해 홍 감독은 “이 영화는 느낌을 생각할 때 흑백이 적절했고, 마지막 장면에서 컬러로 바뀌는데 좀 형식적이지만 그렇게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해외 언론은 이번 작품에 대해 홍 감독의 ‘장난스러운 풍자극’이라고 평가했다. 영국 스크린데일리는 “작지만 놀라운 형식적인 반전과 많은 장난기가 팬들을 행복하게 할 것”이라고 평가했고 미국 버라이어티도 “다작하는 감독의 대표작으로 꼽히지는 않겠지만, 장난기 많은 즐거움을 제공한다”고 소개했다.

한편 이날 황금곰상은 스페인 여성 감독 카를라 시몬의 ‘알카라스’에 돌아갔다. 감독상은 ‘보스 사이즈 오브 더 블레이드’의 클레어 드니 감독이, 지난해부터 남녀를 통합한 주연상은 ‘라비예’의 멜템 캅탄이 각각 받았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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