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여에스더가 3년 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여동생의 이야기를 첫 고백했다.

1일 방송된 MBC ‘휴먼다큐 사람이 좋다’에서는 여에스더의 숨겨진 아픔이 공개됐다.

여에스더는 “어머니는 금수저로 자랐기 때문에 금수저 집에 시집와서 금수저로 한평생을 살았다. 아이들도 직접 키우지 않았다. 저는 유모가 키워줬다. 어머니는 언제나 우아함을 추구했고, 패션도 세련되게 입었다. 많은 분이 저보고 공주과라고 하는데 어머님에 비하면 무수리과다”라며 “경제적으로는 풍족했으나 남들과 달랐던 어머니로 인해 늘 마음이 공허했다”고 밝혔다.

이어 여에스더는 우울증약을 복용하고 정신과를 찾아 상담을 받는 모습을 공개했다. 그의 주치의는 남편 홍혜걸의 동생이었다. 여에스더는 “제 기억에 고등학교 때부터 그런 끼가 있었다. 남편 만나기 전에도 한 번 우울증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이후 그는 아버지와 여동생이 잠들어 있는 추모공원을 찾았다. 그는 동생에게 “다음에 태어나면 네가 하고 싶어 했던 지휘 공부해”라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여에스더의 동생은 지휘자가 꿈이었지만 원치 않는 아버지의 사업을 물려받아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여에스더는 “사람을 살리는 직업을 가진 언니인데 동생을 도와주지 못한 게 지금도 큰 죄책감으로 남아 있다.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을 견딜 수가 없었다. 차라리 밖에 나가서 억지로라도 웃으면 억지로라도 기분이 좋아질 수 있지 않나. 그러다 보니 지난 3년간 방송에서 더 과한 행동들이 나온 것 같다”고 밝혔다.

이를 곁에서 지켜본 남편 홍혜걸은 “찰리 채플린도 아주 지독한 우울증 환자인데 대중 앞에서는 웃지 않나”라며 “아내가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닌데 방송에서 붕붕 뜨게 나왔다. 그리고 집에 돌아가면 또 완전히 가라앉는다. 오히려 측은한 감도 있었다”고 안타까워했다.

방송에 앞서 홍혜걸은 페이스북을 통해 “집사람이 오늘 방송을 통해 우울증 사실을 밝힌다. 공개 여부를 놓고 고민이 많았지만, 사람들에게 우울증 환자와 가족들의 고통을 알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내린 결정이다”라고 전하기도 했다.

그는 “집사람을 병원에서 의사로 만난 분들은 ‘예전에는 얌전하고 조용했는데, 방송에서 수다쟁이로 변해서 놀랐다’고 한다. 사실은 우울증 치료과정에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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