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이 왔다” 아이티 참사현장

“종말이 왔다” 아이티 참사현장

입력 2010-01-14 00:00
수정 2010-01-14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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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이 예수가 오고 있다고,신을 믿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기도하고 있었어요.”

 12일 규모 7.0의 강진이 뒤흔들었을 때 아이티는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다.

 CNN 방송과 AP,AFP 통신에 따르면 생존자들은 주위의 모든 것이 파괴된 가운데 자신도 건물 잔해에 깔리지 않을까 극심한 공포에 떨었다고 전했다.

 강진 직후 수도 포르토프랭스는 먼지구름으로 뒤덮였고 사람들은 그 아래서 비명을 지르면서 건물을 뛰쳐나왔다.

 아이티 구세군의 밥 포프는 “수천 명의 사람이 피를 흘리며 거리로 쏟아져 나와 도움을 호소했다.차창 밖으로는 건물들이 팬케이크처럼 납작하게 무너지고 있었다”면서 당시의 끔찍했던 상황을 떠올렸다.

 병원에는 시신이 계속 들어오고 있지만 방치되다시피 하고 있다.인명피해 상황을 파악할 엄두도 못 내는 가운데 사망자가 10만명에 이를 것이라는 주장까지 나왔다.

 포프는 자신을 비롯한 생존자들이 부상자를 싣고 병원에 도착했지만 워낙 부상자가 많아 의료진의 도움을 받기가 어려웠다고 전했다.

 카렐 페드로라는 남성은 건물 대부분이 무너졌고 머리에 상처를 입은 아이들이 많았다면서 사람들은 세상의 종말이 왔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여행사 직원인 재클린 라브롬은 어떤 사람은 히스테리 증상을 보였다며 “사람들은 울부짖었고,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고 전했다.

 또 아동구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의 이안 로저스는 “들리는 것이라고는 이웃의 고통스러워하는 소리뿐이었다”면서 사방에서는 건물에 깔린 가족을 찾으려는 비명과 신음이 터져 나왔다고 말했다.

 이후 아이티에서 여진의 공포는 계속되고 있다.

 상처를 입고 먼지를 뒤집어쓴 생존자들은 건물 추가 붕괴를 우려해 거리에서 밤을 새우며 구원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포르토프랭스에서 보육원을 운영하고 있는 딕시 비켈은 “갓난아이들까지 야외에서 밤을 보냈다”면서 도움을 호소했다.

 참사 현장으로 접근하기도 쉽지 않은 형편이다.

 아이티 남부의 한 교회 관계자는 “현재로선 포르토프랭스와 연락할 방법이 없다”며 “포르토프랭스로 가려면 자동차나 오토바이를 이용해야 하는데,그나마 현장에서는 통행이 끊겨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없다”고 전했다.

 현장에는 아직 국제 구호팀이 도착하지 않았고 중장비도 턱없이 부족해 생존자들이 맨손으로 전해를 치우는 실정이다.전기나 물,의약품도 턱없이 부족하다.

 특히 중앙아메리카의 최빈국인 아이티의 의료체계가 취약한데다 열대성 전염병까지 만연했던 터라 이번 강진은 그야말로 ‘재앙’이 될 것이라고 보건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한 적십자 관계자는 지진 후 3~4일이 지나면 구조 가능성은 희박해진다면서 상처를 입은 생존자들도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회복이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또한 지진 후 전염병이 창궐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여기다 정부 건물은 물론 유엔 지원단 본부까지 무너진 상태에서 치안 불안까지 이어지고 있다.

 현지의 한 미국인은 자신의 인터넷 블로그에 “경찰이나 유엔 직원은 찾아볼 수 없다.사람들은 자신을 돌보려 애쓰고 있을 뿐”이라고 적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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