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균미특파원 워싱턴 저널] 美 노예제도 아물지 않은 상처

[김균미특파원 워싱턴 저널] 美 노예제도 아물지 않은 상처

입력 2010-04-10 00:00
업데이트 2010-04-10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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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 시대를 연 미국에서 150여년 전 폐지된 노예제도가 여전히 아물지 않은 상처임이 확인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해 11월 당선된 로버트 맥도넬 버지니아주지사는 지난주 4월을 ‘남부연합 역사의 달’로 선포하면서 남북전쟁의 단초가 된 노예제를 언급하지 않았다가 들끓는 비난 여론에 밀려 7일 밤 결국 사과 성명을 발표하며 한발 물러났다.

맥도넬 주지사는 내년 남북전쟁 150주년을 앞두고 역사관광을 촉진하고, 남부연합군 후손들의 요청도 받아들이는 차원에서 4월을 남부연합 역사의 달로 선포했다. 문제는 선언문에 부끄러운 역사인 노예제도에 대해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은 것이다.

버지니아 주는 미국 남북전쟁 당시 노예제 폐지에 반대해 ‘남부연합’에 가담했을 뿐 아니라 남부연합의 수도가 위치했던 곳으로 곳곳에 남북전쟁의 유적지들이 남아있다. 또한 불과 몇년 전 늘어나는 히스패닉 불법이민자들을 공개적으로 차별, 사회적 문제가 됐던 보수적인 지역이기도 하다.

워싱턴포스트는 물론 보수 성향의 일간지 리치먼드 타임스 디스패치까지 나서 사설로 맥도넬 주지사의 ‘무감각한 역사인식’을 비난했고, 민주당과 인권단체들도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반쪽짜리의 잘못된 역사인식에 인종차별적 인식까지 갖고 있다는 것이다.

급기야 맥도넬 주지사는 7일 성명을 통해 ‘선언서’에 “노예제도를 언급하지 않은 것은 실수였으며, 이 일로 불쾌했거나 실망한 버지니아 시민들에게 사과한다.”고 밝혔다. 맥도넬 주지사는 “노예제는 미국을 분열시키고 신이 주신 빼앗을 수 없는 권리를 박탈했으며 남북 전쟁을 초래했다.”고 덧붙였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미국에서 일반인은 물론 정치인들이 가장 경계하는 것이 ‘인종차별주의’다. 인종차별적 발언은 금기사항이다. 미국의 흑백문제는 한국의 지역감정보다도 뿌리가 깊고 민감하다. 이번 일은 잘못된 인식을 스스로 바로잡는 미국 사회의 건강성과 동시에 15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아물지 않은 흑백차별의 상처를 보여준다.

kmkim@seoul.co.kr
2010-04-1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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