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테러 현장인 미국 뉴욕의 ‘그라운드 제로’ 부근에 이슬람 사원을 건립하는 문제를 놓고 당파를 초월한 ‘백가쟁명(百家爭鳴)’이 전개되고 있다.

　11월 중간선거의 쟁점으로 부상한 이번 논란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13일 사원 건립을 지지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하고,보수층이 이에 반발하면서 점차 격화되고 있다고 미국 매체들이 20일 보도했다.

　9·11 당시 수습작업을 진두지휘했던 공화당 출신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은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사원 프로젝트의 책임자인 페이잘 압둘 라우프를 겨냥,“당신이 치유자라면 사원 건립을 밀어 붙여서는 안된다.만약 당신이 전사(戰士)라면 그렇게 하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반면 민주당 소속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샌프란시스코의 라디오 방송사인 KCBS에 “이 문제를 정치 이슈로 만들려는 일부의 결연한 노력이 있다는데 의문의 여지가 없다”며 “나는 사원 건립을 반대하는 측이 어떻게 재원을 마련하는지에 대해 조사할 것을 요구하는 사람들에 동조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원 건립을 지지하는 공화당 측 인사가 있는가 하면 현재 추진되고 있는 부지를 대체할 새로운 장소를 찾자는 민주당 측 현직 인사도 존재한다.

　9·11 때 전처를 잃은 공화당 계열의 테드 올슨 전 법무차관은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어떤 종교를 가진 사람이건 도시 계획 관련 법률 하에서 지역 공동체가 허용하는 곳에 건물이나 구조물,종교적인 학습의 장소 등을 지을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며 오바마 대통령의 견해에 동조했다.

　반면 민주당 인사인 데이비드 패터슨 뉴욕주지사는 CNN에 출연,“사람들이 머리를 맞댄다면 아마도 우리는 ‘그라운드 제로’에서 떨어져 있는 장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대체 부지를 모색하자고 제안했다.

　여기에 더해 뉴욕 지역 가톨릭계의 리더인 티모시 돌런 대주교도 한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논의되고 있는 이슬람 사원의 위치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한편 사원건립을 주도하는 쪽에서는 총액 1억달러로 추산되는 재원 조달을 막 시작한 단계라면서 중동국가들의 지원을 받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듯한 입장을 피력했다.이와 관련,사원 건립 프로젝트의 대변인인 오즈 술탄은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주로 국내에서 건립 기금을 조달할 계획이라면서도 ‘해외 펀딩을 추진할 것이냐’는 물음에 ‘노 코멘트(No comment)’로 일관했다.

　‘뜨거운 감자’가 된 이슬람 사원은 9·11 테러로 붕괴된 세계무역센터(WTC) 쌍둥이 빌딩이 서 있던 곳에서 불과 두 블록 떨어진 곳에 15층 높이의 건물로 건립될 계획이다.

　이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13일 “무슬림들이 이 나라의 다른 누구와 마찬가지로 종교를 믿을 권리를 갖고 있다고 믿는다”면서 “이는 맨해튼 남쪽의 사유지 위에 신앙의 장소이자 지역 주민들의 모임 장소를 지역 법령에 부합되게 건립하는 권리를 포함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