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오자와 정면충돌…日정치 ‘대혼돈’

간-오자와 정면충돌…日정치 ‘대혼돈’

입력 2010-08-26 00:00
업데이트 2010-08-26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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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정계의 최고 실력자인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전 민주당 간사장이 다음달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해 일본 정치가 혼돈에 빠졌다.

 작년 8.30 총선을 역사적 대승으로 장식하며 국민의 큰 기대속에 출범한 민주당 정권은 8개월만에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총리가 낙마하고,7월 참의원 선거에서 대패한 이후 다시 분열의 위기를 맞았다.

 현직 총리와 정치권에서 최대 계파를 거느린 오자와 전 간사장의 정치생명을 건 충돌은 누가 승리하든 일본 정치의 향방에 엄청난 변화를 몰고올 것으로 보인다.

 정치자금 문제를 안고있는 오자와 전 간사장에 대한 부정적 인식때문에 간 총리의 유임을 지지하는 여론이 50%를 넘지만 오자와 전 간사장은 ‘선거의 달인’,‘조직의 귀재’로 통할 만큼 전투력이 만만치 않다.여기에 민주당내 두번째 세력을 거느린 하토야마 전 총리가 오자와 전 간사장을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오자와,‘왕따’에 위기감

 오자와 전 간사장이 국민여론의 반발을 무릅쓰고 당 대표 경선 출마를 결정한 것은 간 총리의 탈(脫) 오자와 노선에 위기를 느꼈기 때문이다.

 오자와 전 간사장은 집권 민주당 의원 412명(중의원 306명,참의원 106명) 가운데 150여명에 달하는 최대 세력을 거느리고 있지만 정치자금 의혹에 대한 여론의 반발로 지난 6월초 하토야마 당시 총리와 동반 퇴진한 뒤 구심력 저하로 고민해왔다.

 특히 반(反) 오자와 세력을 업고 대권을 잡은 간 총리가 자신은 물론 직계그룹 의원들을 당정의 요직에서 철저하게 배제하자 그룹 의원들 사이에서는 다음달 대표 경선에 오자와 전 간사장이 직접 출마해 판을 뒤집어야 한다는 호소가 끊이지 않았다.

 오자와 전 간사장 역시 이대로 있다가는 대권의 꿈을 접어야한다는 초조감을 떨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정권의 향방을 결정할 총선(중의원 선거)은 3년을 기다려야 한다.간 총리는 자신이 대표 경선에서 재선해 총리직을 계속할 경우 3년간 중의원을 해산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3년후엔 오자와 전 간사장도 70세가 넘는다.그 때 자신에게 기회가 주어질지도 불투명하다.

 결국 가만히 앉아 고사(枯死)할 수 없다는 지지세력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는데다 자신의 정치장래에 대한 불안감,간 총리에 대한 반감,참의원 선거에서 대패한 현 당정 지도부로는 차기 총선에서의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불안감 등에 얽혀 출마를 결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간 총리 “타협은 없다”

 오자와 전 간사장의 대표 경선 출마 선언은 간 총리에게 충격이다.

 민주당과 정부 내에서는 정치자금 문제로 여론이 극도로 악화된 상황이어서 오자와 전 간사장이 출마할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이 우세했기 때문이다.현지언론들도 24일까지만 해도 오자와의 불출마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간 총리는 이날 아침 오자와 전 간사장이 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한 직후 “정정당당하게 싸우겠다.재선될 경우 총리,당 대표로서 목숨을 바친다는 각오로 정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일단 간 총리는 반 오자와 노선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오자와 그룹이 총궐기한 상황에서 국민 여론의 지지를 받고 있는 탈 오자와 기치를 선명히 함으로써 반 오자와 세력을 결집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간 총리로서는 자신과 오자와 전 간사장 사이에서 균형추 역할을 하던 하토야마 전 총리가 오자와 지지로 돌아선 것은 엄청난 타격이다.간 총리 세력과 오자와 전 간사장 지지세력이 팽팽하게 대치하는 상황에서 약 60명의 의원그룹을 거느린 하토야마 전 총리가 오자와 진영에 가세함으로써 당내 무게중심이 일거에 오자와 쪽으로 기울었다.

 ●정치 혼돈..정계재편 가능성도

 간 총리와 당의 실세인 오자와 전 간사장의 정면 대결로 민주당 정권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대혼돈에 휩싸였다.

 누가 승리하든 후유증이 만만치않을 것으로 보인다.이번 대표 선거전을 통해 패배하는 쪽은 치명적 타격이 불가피하다.

 오자와 전 간사장이 승리할 경우 새로운 일본 총리가 된다.민주당 정권 출범 1년만에 총리가 3명이나 바뀐다는 것은 어떻게 봐도 정상이 아니다.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불신과 염증은 더욱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간 진영과 오자와 그룹간 불신의 골이 너무 깊어 당이 두조각 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간 총리가 승리할 경우엔 친 오자와 세력을 더욱 배제할 것으로 예상된다.반대로 오자와 전 간사장이 승리할 경우엔 반 오자와 세력의 설 땅이 없어진다.

 오자와 전 간사장의 경우 정치자금 문제가 아직 완전히 정리되지않았다는 약점을 안고 있다.

 일반 시민으로 구성된 도쿄 제5검찰심사회는 다음달 중 오자와 전 간사장의 자금관리단체인 리쿠잔카이(陸山會)의 정치자금보고서 허위기재와 관련한 오자와 전 간사장의 강제기소 여부 판단을 할 예정이다.

 검찰심사회는 지난 4월말 오자와 전 간사장에 대한 도쿄지검 특수부의 불기소(혐의불충분)가 잘못됐다며 기소해야한다(기소상당)고 의결했고 이에대해 도쿄지검 특수부가 5월에 다시 불기소를 결정하자 강제기소 여부를 최종 결정하는 것이다.

 검찰심사회가 강제기소를 결정하면 법원이 검찰 대신 변호사를 선임해 오자와 전 간사장을 기소해야 한다.오자와 전 간사장이 대표 경선에서 승리해 총리에 취임한뒤 검찰심사회의 강제기소 결정이 내려질 경우 정치권은 다시 극심한 혼란에 빠져들 가능성이 있다.

 일본은 현재 경기 침체와 엔화값 급등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참의원에서의 ‘여소야대’,후텐마 기지 이전문제의 불투명성 등으로 안팎으로 어려움에 직면해있다.정치권이 힘을 합해 대응해도 수습이 간단치않은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 정권이 내부 권력투쟁에 골몰해 시간과 힘을 낭비하고 있는 것에 대해 여론의 시선은 차갑다.

 

도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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