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의학상으로 체외수정 윤리논란 재점화

노벨의학상으로 체외수정 윤리논란 재점화

입력 2010-10-05 00:00
업데이트 2010-10-05 11:36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생명존엄성 침해‘ 윤리논란,대리모 등 법적 논란 계속( 체외수정(IVF) 기술을 개발한 로버트 에드워즈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명예교수의 2010년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을 계기로 체외수정을 둘러싼 각종 윤리적·의학적·법적 논란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체외수정 기술은 지금까지 세계적으로 400만여명의 시험관 아기를 태어나게 했을 뿐 아니라 배아줄기세포 연구,대리모 기술 등 관련 의학 기술의 혁명을 이끌었으나,그만큼이나 많은 논란을 가져왔다.

 가장 큰 논란은 인간 생명의 존엄성과 관련된 것으로,종교계 등은 체외수정이 인간배아의 파괴를 통해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침해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체외수정 반대에 가장 앞장선 곳은 로마 가톨릭으로,가톨릭의 생명윤리 관련 최고 담당자인 이그나시오 카라스코 데 파울라 생명학술원 원장은 4일(현지시각) 이번 노벨 생리의학상 선정은 “완전히 잘못된 것”이라며 비난했다.

 그는 “에드워즈 교수가 없었다면 수백만 개의 난자가 팔리는 시장이 생기지도 않았을 것이고,자궁에 이식되기를 기다리거나 연구용으로 쓰이거나 모두에게 버려져서 잊혀진 채로 죽어가는 인간배아로 가득찬 수많은 냉동실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작년에도 교황청은 인간은 잉태되는 순간부터 사람이므로 “따라서 그 순간부터 사람으로서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며 체외수정 및 관련 기법에 대한 입장을 재천명한 바 있다.

 교황청의 ’인간의 존엄성‘ 문서에 따르면 체외수정 인간배아의 80% 이상이 자궁에 이식되지 않고 버려지거나 냉동 상태로 보관돼 있다.

 가톨릭 외에 복음주의 개신교,그리스 정교의 다수도 생명이 수정 단계에서 시작되기 때문에 인간배아 파괴는 살인과 마찬가지라는 입장에 동의하고 있다.

 미국 내 최대 개신교단인 남부 침례교단(SBC)의 최고 윤리 담당자인 리처드 랜드는 “한 인간이 수정란보다 더 발전되어 있고 필요로 한다는 이유로 다른 인간의 생명을 이용하는 것이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 종교계의 반대로 인해 미국은 1996년 인간 배아를 만들거나 파괴하는 줄기세포 연구에 연방 자금을 사용하는 것을 금지한 바 있다.

 그러나 리버럴한 기독교인들은 생명의 시작을 덜 엄격하게 규정함으로써 체외수정에 상대적으로 관대한 입장이다.

 이슬람의 경우 태아가 약 4개월 간의 임신 기간을 거쳐야 권리를 갖는다고 대부분의 이슬람 신학자들이 밝히고 있어 배아 조작이 허용되나,체외수정은 결혼한 부부가 남편의 정자와 아내의 난자를 사용하는 경우만으로 제한하고 있다.

 또 유대교는 출산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때문에 대다수 유대교 권위자들은 체외수정을 허용하고 있는데,사실 이스라엘은 인구 대비 체외수정 시술 비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이다.

 체외수정에 의한 대리모 문제도 크나큰 논란의 대상으로 특히 인도의 경우 대리모 개념을 인정하는 힌두교의 영향 등으로 대리모가 크게 성행하고 있다.

 그 결과 한 인도 정부 보고서에 따르면 해외 수요를 겨냥한 인도의 ’대리모 관광‘ 산업은 40억달러(5천800억원) 규모로 성장했는데,이 보고서는 “저개발국가에서 돈을 위해서 자신의 몸을 파는 빈곤한 여성들의 착취”에 대하여 우려를 나타냈다.

 이와 관련해 몇몇 유럽 국가들은 인도 뭄바이에 소재한 체외수정 센터들의 대리모 출산 과정이 불법적이어서 여기서 태어난 유아들이 자국 시민권을 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체외수정 및 대리모 기법으로 여성의 출산 가능 기간이 40대 이후로 늘어나고 여성이 아이 아버지 없이도 혼자 아이를 갖게 되면서 복잡한 법적·도덕적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1997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한 부부가 기증받은 정자와 난자,대리모를 사용해 아이를 가졌다 출생 전 이혼,양육권을 둘러싸고 소송이 벌어지자 법원이 고심 끝에 법적 부모가 없다고 판결한 바 있다.

 또 스페인에서는 67세 여성이 체외수정으로 남자 쌍둥이를 낳고서 2년 반만에 애들만 남겨놓고 숨졌고 미국에서는 싱글맘 나디아 슐먼이 체외수정으로 여섯 자녀에 이어 여덟 쌍둥이를 낳아 ’옥토맘(Octomom)‘이라는 악명을 얻은 바 있다.

 이처럼 체외수정 및 대리모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면서 상업적 대리모를 불법화하는 나라들이 있는가 하면,대리모 또는 원래 어머니 중 어느 쪽이 법적 모친인지 법도 제각각이어서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의학적 논란도 끊이지 않아,프랑스 연구자들이 2003~2007년 33개 의료기관에서 체외수정으로 출산한 1만5천명 이상의 사례를 조사한 결과 선천성 기형 비율이 4.24%로 일반 출산의 2~3%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기형의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나,지금까지 체외수정 관련 최대 규모인 이 연구를 주도한 파리 포르 루아얄 산부인과 병원의 유전의학자 제랄딘 비요는 “이 같은 규모의 기형 비율은 공공보건상의 이슈”라고 밝혔다.

 또 체외수정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건강한 배아를 골라내는 기술도 성감별 출산 등에 남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1978년 체외수정 기술로 탄생한 세계 최초 시험관 아기인 루이스 브라운은 에드워즈 명예교수의 노벨상 수상 소식에 대해 “매우 기쁘다”고 이날 밝혔다.

 브라운은 모친 레슬리 브라운과 공동으로 낸 성명서에서 “이는 환상적인 소식으로,체외수정의 개척자 중 한 분이 합당한 인정을 받았다는 사실에 나와 어머니는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현재는 자연 방식으로 임신,출산한 어머니인 브라운은 “우리는 밥(에드워즈 교수의 애칭)에 대해 큰 애정을 갖고 있으며 개인적으로 그와 그의 가족에게 이 사실을 축하하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에드워즈 명예교수의 아내인 루스 에드워즈도 이번 수상에 대해 가족들이 흥분돼 있고 기쁘다고 전했다.

 루스는 “이 연구의 성공은 세계 수백만 명의 삶과 관련이 돼 있다”며 “각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의 헌신과 결단력으로 인해 그의 선구적인 연구가 성공적으로 실용화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런던.파리 로이터.AFP=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
공무원 인기 시들해진 까닭은? 
한때 ‘신의 직장’이라는 말까지 나왔던 공무원의 인기가 식어가고 있습니다. 올해 9급 공채 경쟁률은 21.8대1로 3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공무원 인기가 하락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낮은 임금
경직된 조직 문화
민원인 횡포
높은 업무 강도
미흡한 성과 보상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