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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리조나 총격, 오바마 국정 전환점될까

애리조나 총격, 오바마 국정 전환점될까

입력 2011-01-11 00:00
업데이트 2011-01-11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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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속에서도 정치는 작동한다.

6명의 인명을 앗아가고, 유망한 젊은 여성 정치지도자 등 13명을 부상케한 지난 8일 미국 애리조나주 투산의 총기난사 사건이 미국을 충격과 슬픔속에 몰아넣었지만, 이 사건의 정치적 파장은 길게 드리워질 전망이다.

미국 남서부 도시에서 발생한 사건이지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의회의 일정과 우선순위를 바꿔놓는 등 워싱턴 정치에도 당장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10일 지방방문 일정을 취소하고 오전 11시 백악관 남쪽 정원에서 미셸 오바마 여사, 보좌진과 함께 전국적으로 진행된 추모묵념을 이끌었다.

의회도 추모묵념 행사에 동참했고, 하원은 12일로 예정했던 건강보험개혁법 폐지법안 표결을 연기하는 등 이번주 의사일정을 순연했다.

티파티 운동 등 보수우파 운동의 정치적 표적이 돼왔고 건보개혁 찬성론자라는 이유로 지역구 사무실이 공격당하는 등 수차례 위협을 받아오던 민주당 연방 하원의원이 총격테러의 대상이 됐기때문에 증오를 부추기는 독설정치가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는 점은 정치적 영향의 방향을 가늠케 한다.

‘독설정치’가 책임론의 대상으로 부상할 경우 정치적 타격은 민주당보다는 공화당이 받을 수밖에 없다.

오바마 행정부 출범 이후 글렌 벡과 러시 림보 등 보수우파 논객들이 민주당 진영에 대한 독설정치를 주도해왔고, 세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를 비롯, 공화당 유력정치인들도 선동적인 발언으로 대중들을 자극해 ‘대결과 증오’의 정치를 조장했다는 의견이 부상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여론이 확산될 경우 오바마 대통령은 정치적 의도와 상관없이 정적들로부터의 정치공세로부터 보호막을 얻을 수 있다. 새롭게 하원권력을 장악한 공화당도 애리조나 총격정국에서 공세의 날을 조절하는 형국이다.

총격을 당해 중태에 빠진 가브리엘 기퍼즈 의원이 건보개혁 찬성론자라는 점에서 공화당이 112대 의회의 첫 목표로 내세운 건보개혁법 폐지 동력도 이완될 수 밖에 없다.

정치적 영향면에서 이번 애리조나 총격사건은 지난 1995년 168명이 사망한 오클라호마시티 연방건물 테러사건과 비교되기도 한다.

당시 빌 클린턴 대통령은 1994년 중간선거 패배이후 정치적 입지가 축소됐지만, 이듬해 4월 발생한 이 테러사건으로 정치력 회복의 기회를 잡았기 때문이다.

당시 의회 다수당이던 공화당은 테러 용의자가 우익민병대와 관련돼 정치적 책임론에 봉착하게 됐고, 클린턴 대통령은 추모정국에서 ‘단합’ ‘통합’ 등 조율된 메시지를 던지며 지도력을 발휘해 정치적 이득을 얻었다.

정치학자들은 오클라호마시티 테러사건을 클린턴 정치력의 전환점으로 해석하고 있다.

뉴스위크의 조너선 올터는 10일 “오클라호마시티 테러사건처럼 이번 사건은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 정치 지형을 바꾸도록 하는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8일 테러발생 직후 발빠르게 백악관에서 생방송 대국민입장을 발표했고, 수시로 수사진행상황을 보고받고 상황을 직접 챙기며 전국민적 추모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다.

오는 25일로 예정된 오바마 대통령의 의회 국정연설도 이번 총격테러 사건이 초점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증오하고 대결하는 워싱턴 정치를 바꾸자”는 주장은 오바마 대통령의 후보시절부터의 공약이기도 하다.

특히 생사의 갈림길에서 투쟁하는 기퍼즈 의원이 지난해 4월 건보개혁 논란 때 보수우파들로부터 테러 위협을 받을 당시 MSNBC 방송에 출연, “지난 20, 30년동안 정치를 했던 동료들도 지금과 같은 정치적 환경을 겪지 못했다”며 ‘증오 정치’를 문제삼았던 것은 더욱 공명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집권 전반기 동안 자신의 공약을 제대로 실천하지 못했지만 ‘증오.독설정치가 총격을 조장한 정치적 환경’이라는 여론이 먹혀드는 이번 사건을 ‘대결정치 종식’, ‘초당정치구현’ 공약을 실천하는 디딤돌로 삼을 수 있다.

그러나 공화당을 비롯, 보수 진영은 이번 사건이 테러용의자 개인의 정신적 문제에서 비롯됐다는 주장에 무게를 두고, 정치적 영향 연계설은 아직 근거가 없다며 공화당에 불리한 정치적 여론 구도가 형성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공화당 성향의 보수 싱크탱크 헤리티지 재단이 10일 논평에서 비극적 사건에 슬픔을 표하면서도 “불행하게도 일부에서는 이번 비극을 정치적 이득을 얻는데 이용하려 한다”고 언급한데서 이런 분위기를 읽을 수 있다.

이번 사건의 정확한 동기는 규명되지 않았지만, 오바마 정부 최대 핫 이슈인 건보개혁 논란의 한 축이었던 민주당 정치인이 총격대상이 됐기 때문에 조용하고 숙연한 추모 분위기속에서도 워싱턴 정국은 요동칠 조짐이다.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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