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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무바라크 퇴진’ 유혈사태 격화

이집트 ‘무바라크 퇴진’ 유혈사태 격화

입력 2011-01-30 00:00
업데이트 2011-01-30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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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튀니지 ‘재스민 혁명’의 열풍이 이집트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로 번진 가운데 무바라크 대통령의 내각 교체 선언에도 불구,29일(현지시간) 시위대와 경찰의 유혈 충돌 사태가 닷새째 이어지는 등 한치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무바라크 대통령이 측근을 부통령과 총리로 기용하는 한편 경찰과 군대를 내세워 사태 진정을 도모하고 있으나 청년을 비롯한 이집트 시위대가 이날에도 시위를 벌여 경찰의 무력에 맞서 부딪쳤다.이에 따라 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진 요구 시위가 발생한 이래 사망자가 100명을 넘어서고 수천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29일 카이로 남부의 베니 수에프 지역에서는 경찰이 경찰서를 공격하는 시위대를 향해 발포해 17명이 숨지는 등 지난 25일부터 이날까지 시위로 인한 사망자수가 100명을 넘어선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오후 수만명의 시위대가 카이로 중심의 타흐리르 광장 등에 재집결했으며 군대는 1980년대 중반 이후 처음으로 28일부터 거리에 배치됐으나 시민과의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이집트군의 움직임은 앞으로 시민봉기 정국의 향배를 좌우하는 주요 요인으로 관측되고 있다.

 29일 밤에는 카이로 인근의 파윰 지역 교도소에서 약 5천명의 수감자가 탈출했다고 두바이의 범 아랍권 방송인 알-아라비아TV가 보도했다.

 ◇“사망자 100명 넘어”..부유층 출국 행렬=29일까지 이집트 전역에서 시위로 102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보안 및 병원 소식통들이 전했다.

 또 알 아라비아 TV는 29일 최근 사흘간 전역에서 시위로 73명이 숨지고 1천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병원 관계자는 지금까지 사망자가 최소 92명에 달한다고 전했다.

 대통령궁 인근의 헬리오폴리스 지역을 포함한 카이로 곳곳에서는 흉기로 무장한 약탈자들이 슈퍼마켓과 쇼핑몰에서 물건을 훔치는 모습도 목격됐다.

 일부 약탈자는 카이로 교외의 부유층 주택가를 공격하는 등 통행금지 시간을 불문하고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이에 따라 주택가에서는 자체 불침번을 조직해 약탈에 대비하고 있다.

 이집트 군대는 텔레비전 성명을 통해 카이로와 수에즈에서 약탈자들을 붙잡았으며 범법자들을 계속 추격할 것이라고 밝혔다.

 군대는 카이로의 주요 청사와 함께 시위대가 모인 타흐리르 광장에도 탱크를 배치했지만 군과 시위대 사이에 충돌은 발생하지 않고 있다.

 수십명의 시위자는 ‘군(軍)은 우리와 함께’라는 문구를 들고 군대 저지선으로 다가섰고,한 장교는 “군대는 누구를 향해서도 발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위대는 군대에 우호적인 반응을 보인 반면 경찰을 향해서는 강경 진압에 분노하며 공격을 계속하고 있다.시위대는 28일에만 카이로 내 경찰서 17개소를 불태우고 총기와 탄약을 탈취했다.

 이런 가운데 이집트 부유층과 기업인을 태운 19대의 민간 항공기가 29일 카이로를 떠났다고 카이로공항 관계자가 전했다.

 이 관계자는 승객 중에는 이집트 통신업계 거물인 나기브 사위리스 오라스콤 회장과 호텔 재벌이자 무바라크 대통령의 측근인 후세인 살렘 일가 등이 포함됐다면서 수십 명을 태운 대다수 비행기는 두바이로 향했다고 말했다.

 ◇최측근 부통령 임명..시위대 반발=무바라크 대통령은 29일 자신의 최측근인 오마르 술레이만 정보국장을 부통령에,아흐메드 샤피크 전 항공부 장관을 총리로 임명했다.

 특히 무바라크 대통령이 부통령직을 둔 것은 1981년 집권 이래 처음이다.1993년부터 20년 가까이 정보국장을 맡아온 술레이만은 무바라크 대통령의 아들인 가말 무바라크와 함께 무바라크의 후계자 후보로 거론돼 왔다.

 술레이만 신임 부통령과 샤피크 신임 총리 모두 군 출신이며 무바라크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일부에서는 이 같은 조치에 대해 무바라크 대통령이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유사시 권력이양을 준비하는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성난 시위대를 달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카이로에 거주하는 나글라 마무드(37)는 무바라크 정권이 혼란을 가중하고 있다면서 “그(무바라크 대통령)는 사람들에 대해 개의치 않는다”고 분개했다.

 한 시위자는 술레이만이 “무바라크 대통령과 마찬가지”라고 성토하기도 했다.

 또한 가택연금 상태인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29일 알 자지라 방송과 인터뷰에서 권좌에 남으려는 무바라크 대통령의 결정에 실망했다면서 “이는 사람을 바꾼 것뿐인데,우리는 정권 교체를 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엘바라데이 전 총장은 나아가 “이집트인들은 ‘무바라크가 떠나야 한다’는 한 가지를 말하고 있다.우리는 민주국가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카이로 ‘알 아흐람 정치.전략연구센터’의 에마드 가드 애널리스트는 “대통령이 하야시 군부와 정보기관 출신의 손에 국가를 맡기는 쪽으로 방향을 잡는 것 같다”면서 “그가 떠날 때까지 시위는 계속될 것이다.그러나 군부가 그를 제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이집트의 대표적인 부패 정치인으로 꼽히는 아흐메드 에즈 국민민주당 사무총장은 29일 사퇴를 발표했다.

 ◇국제사회,무바라크에 정치개혁 촉구=서방을 중심으로 한 각국 지도자들은 무바라크 대통령에게 정치개혁에 나서라고 일제히 촉구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29일 공동성명을 내고 무바라크 대통령이 국민의 분노에 귀를 기울이라면서 “비무장 시민을 향해 폭력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또 이집트 국민이 “더 좋은 미래”를 원할 뿐이라며 무바라크 대통령은 자유,공정선거를 포함한 정치,경제,사회개혁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날 오후 조 바이든 부통령과 톰 도닐런 국가안보 보좌관,윌리엄 데일리 백악관 비서실장,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 등 안보팀과 함께 1시간 이상 이집트 사태에 대해 논의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거듭 이집트에서 폭력사태가 번지는 것을 반대한다며 시위대와 정부 모두의 자제를 촉구하고 무바라크 대통령이 구체적인 정치개혁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필립 크롤리 미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는 자신의 트위터 메시지를 통해 무바라크 정권이 단순히 개각 카드를 이용해 변화에 저항할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 “무바라크 대통령의 개혁 약속에는 행동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군부가 이집트 정국의 ‘열쇠’=향후 이집트 군부가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정국 향배가 결정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중동전문가인 존 알터만은 “이집트 정권은 무바라크의 정부라기보다 군부의 정부다.군 장성과 퇴역 장군들이 정부와 경제를 통제하고 있다”면서 많은 이권을 거머쥔 군부는 무바라크 퇴진을 꺼릴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비해 ‘인사이드 이집트’를 집필한 영국 언론인 존 브래들리는 “무바라크가 군부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며 군부는 조만간 무바라크 대통령의 체면을 세워주는 방향으로 그의 퇴진을 결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CNN은 또 무바라크 대통령에게 실권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면서 “군대가 거리를 통제하고 있지만 정치적으로는 진공상태”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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