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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사태 열쇠’ 軍의 선택은

‘이집트 사태 열쇠’ 軍의 선택은

입력 2011-01-30 00:00
업데이트 2011-01-30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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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능·청렴집단…전통적으로 국민 지지 높아

 ‘시민이냐 정부냐.’이집트 반(反)정부 시위의 강도가 수그러들 조짐을 보이지 않는 가운데 현재 최대 관심사는 시위 진압을 위해 투입된 정부군의 행보다.

 경찰이 ‘부패한 깡패집단’쯤으로 인식되는 것과는 달리 군은 이집트 사회에서 가장 청렴하고 유능한 조직으로 존경받는 엘리트 계층이다.안와르 사다트 대통령 재임 당시인 1973년에는 제4차 중동전쟁에서 이스라엘을 격파했을 만큼 ‘강군(强軍)’이어서 국민의 자랑 가운데 하나다.

 이번 시위에서 정부의 명령으로 카이로 도심에 군 탱크가 진출하자 시위대가 오히려 박수와 함께 환영했을 정도로 군에 대한 국민적 신망은 두텁다.군 역시 전통적으로 정쟁에 끼어들지 않으면서 국가 안정에 이바지하고,정부뿐 아니라 국민 전체의 이익에 복무하는 조직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군은 일단 29일(이하 현지시각) 현재까지는 수도 카이로의 주요 정부청사와 중심가 타흐리르 광장 등에 탱크를 배치하고 일부 지역에서 약탈자를 검거하긴 했으나 시위대와 직접 충돌하지는 않았다.

 게다가 시위 현장에서는 시위대와 군 장병들이 아예 대놓고 우호적 감정을 드러내는 장면도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다.군이 이번 사태 향방을 좌우할 핵심 주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끄는 부분이다.

 뉴욕타임스(NYT)의 카이로발 보도에 따르면 현재 카이로 어느 곳을 가나 시위대와 장병들이 포옹을 나누거나 탱크 위에 올라 같이 사진을 찍는 모습을 볼 수 있다.알렉산드리아에서는 시위대와 장병들이 차를 나눠 마셨다.

 심지어 카이로 중심가의 일부 시위대는 “이것은 모든 이를 위한 혁명” “싫어,싫어,무바라크” 등의 낙서를 탱크 겉면에 그리기도 했는데,이는 분명 장병들이 낙서를 허락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라고 NYT는 전했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만으로는 군이 시민 편을 들고 있다고 판단하기엔 이르다.실제 29일 내무부 청사 경호에 투입된 군은 시위대가 군용차량을 방패 삼아 경찰과 맞서는 행동을 묵인했다.그러나 도로에 시위대의 피가 낭자하게 만든 경찰의 진압작전 역시 보고만 있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같은 군의 태도가 “시위대의 요구를 지지함을 뜻하는지,아니면 군 지휘부가 단순히 긴장을 완화하고 무바라크 대통령이 권력 이양계획을 세울 때까지 시간을 벌려는 판단인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군부가 대놓고 시위대 편을 들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시위대를 향해 발포하는 등 극단적 선택은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많다.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 연구소의 중동·아시아 전문가 브루스 리델은 “그들(군)이 군중에게 사격한다면 당장 이길 수 있을 지는 몰라도 그러고 나면 자신들을 싹 쓸어버릴 만큼 강력한 봉기가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에드워드 워커 전 이집트 주재 미 대사도 군마저 진압작전에 뛰어들면 이는 “군뿐 아니라 정권의 종말을 알리는 사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국 군은 지금으로서는 정부와 시위대 사이에서 미묘한 줄타기를 계속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보인다.

 그러나 교육수준이 높은 중산층과 청년층 중심으로 벌어지는 시위에 빈곤층까지 가세하면서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된다면 그때는 군도 어느 쪽이든 태도를 분명히 밝혀야만 할 처지에 놓일 수도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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