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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유혈시위] “원조 재검토 고려” “성숙지 못한 발상”… 美 양분

[이집트 유혈시위] “원조 재검토 고려” “성숙지 못한 발상”… 美 양분

입력 2011-01-31 00:00
업데이트 2011-01-31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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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반정부 시위 사태가 정점을 향해 치달으면서 백악관도 급박하게 돌아갔다. 지난 28일 금요 예배 후 시위가 더욱 확산되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국가안보회의(NSC)를 소집, 이집트 사태를 논의했다. 이어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한 뒤 이번 소요 사태 해결을 위한 정치 개혁을 구체적으로 이행할 것을 촉구했다.

29일 오전에는 톰 도닐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주재로 회의가 열렸다. 윌리엄 데일리 백악관 비서실장, 리언 파네타 중앙정보국(CIA) 국장, 제임스 클래퍼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참석, 2시간 동안 대응책을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회의실 한쪽에는 이집트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도하는 CNN방송이 켜져 있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오후 조 바이든 부통령, 톰 도닐런 국가안보보좌관, 윌리엄 데일리 백악관 비서실장,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 데이비드 플루프 선임고문 등을 만나 또다시 고민했다.

잇따른 회의에 이어 백악관은 성명을 통해 “오바마 대통령은 폭력에 반대하고 자제를 촉구하며 (이집트 국민의) 보편적 권리를 지지하고 이집트의 정치 개혁을 진전시키는 구체적 조치들을 지지하는 데 우리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거듭 말했다.”고 전했다.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유럽 3개국 정상이 공동 성명을 통해 선거를 통한 권력 이양을 주장하고 나선 상황에서 이집트 국민과 무바라크 대통령 사이에서 어정쩡한 자세를 취해온 미국의 입장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 셈이다. 다만 이집트 정부에 대한 미 행정부의 압박 수위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집트 국민들의 권리 편에 설 것”이라고 언급했으며 연간 15억 달러에 이르는 이집트 원조도 재검토할 수 있다고까지 했다. 하지만 ‘개혁’을 촉구하면서도 여전히 그 개혁의 주체는 무바라크 대통령이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로버트 카간 등 일부 전문가들은 “백악관도 곧 일종의 권력 이양이 있을 것을 알고 있다.”며 이미 오바마 정부는 무바라크 정권과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이집트의 미래는 이집트 국민들이 결정할 것”이라며 무바라크 지지 여부에 대한 즉답을 피하고 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 협상이나, 아랍 내 이슬람 극단주의를 차단하는 데 있어서 강력한 동맹이었던 무바라크 정권인 만큼 그와의 결별을 선택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이다.

이집트에 대한 미국의 입장에 대해 정치권과 언론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백악관이 원조 중단 카드를 꺼내들자 그동안 이집트 정부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 온 민주당 소속 존 케리 상원 외교위원장은 “원조 철회를 고려하는 것은 성숙하지 못한 발상”이라고 반대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사설을 통해 “무바라크와 시위대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은 비현실적으로, 야당 세력에 의한 평화적인 정권 교체를 준비해야 한다.”며 미 행정부와 무바라크의 결별을 주장했다.

반면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무바라크가 통치하고 있는 이집트는 이·팔 협상의 중개 역할을 계속하고 있다.”면서 “누구도 미국이 정권교체를 옹호할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고 지적, ‘무바라크에 의한 개혁’에 힘을 실을 것을 정부에 주문했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2011-01-31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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