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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정치개혁 나서…대규모 시위 지속

이집트, 정치개혁 나서…대규모 시위 지속

입력 2011-01-31 00:00
업데이트 2011-01-31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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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에서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반(反)정부 시위가 격화하는 가운데 무바라크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각) 새 내각에 물가안정과 일자리 창출 및 야권과의 대화를 지시하는 등 본격적인 정치.경제 개혁에 나섰다.

그러나 시위대는 여전히 무바라크 대통령의 완전 퇴진을 요구하고 있고, 신임 부통령과 국방장관마저 권력이양의 필요성에 공감했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혼란은 계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을 필두로 한 야권과, 시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군부가 어떤 입장을 취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집트 정부, 정치.경제개혁 시동 = 무바라크 대통령은 오마르 술레이만 부통령과 아흐메드 샤피크 총리를 지명하는 등 대규모 개각을 단행한 지 하루만에 신임 총리에게 경제개혁과 민주화 방안 마련을 지시했다.

무바라크 대통령은 이날 국영 TV를 통해 방송된 연설에서 신임 총리의 최우선 과제로 실업률과 물가상승 억제, 일자리 창출 등 경제난 해소를 꼽았다.

그는 또 정치 개혁과 민주화 방안 마련을 위해 야당과 대화에 나설 것을 총리에게 주문하기도 했다.

그는 “나는 각 정당과의 광범위한 대화를 통해 그들의 폭넓은 참여를 허용하면서 헌법과 법률 측면에서 더 많은 정치적 개혁을 위해 진지하고 효율적으로 나아갈 필요성을 있음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시위대, 여전히 대통령 퇴진 촉구 = 하지만 카이로 중심가에 진을 친 시위대는 여전히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면서 무바라크 대통령이 자리에서 물러날 때까지 시위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타흐리르 광장에 집결한 시위대는 ‘군은 이집트와 무바라크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라’는 문구가 써진 팻말을 들고 ‘무바라크, 비행기가 기다리고 있다’는 구호를 외쳤다.

탱크, 장갑차 등이 주요 지역에 배치되고 군 병력이 곳곳을 장악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군 총성이 들렸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지만, 시위가 아닌 약탈 사건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일부 시위대가 탱크에 올라가 구호를 외치거나 시위대와 군인이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시위대가 군인들을 무동 태우는 장면이 목격되는 등 군과 시위대 사이에 별다른 충돌은 없었다.

대부분의 시위대가 이날 오후 4시부터 실시된 통행금지를 따르지 않았지만, 군은 시위대에 대한 연행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그러나 시위대가 31일과 2월1일, 무바라크 대통령의 집무실이 있는 곳까지 대규모 행진을 벌이는 등 시위를 이어가겠다고 밝힘에 따라 유혈사태가 우려된다.

지금까지 최소 100여 명이 숨진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리라는 사망자가 150명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칼자루 쥔 軍 = 일각에서는 무바라크 대통령의 운명이 현 상황에서 그나마 시민의 지지를 받고 있는 군부의 태도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무바라크 대통령은 이날 모하메드 탄타위 국방장관 등 군 지도자들을 만나 사태 수습책 등을 논의했다.

그러나 군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는 미지수다.

특히 영국 선데이 타임스 인터넷판은 이집트 정부 소식통을 인용, 술레이만 부통령과 탄타위 국방장관이 현 상황을 진정시키려면 권력이양이 불가피하다는 뜻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무바라크 대통령에게 그가 퇴진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기했으며, 무바라크 대통령이 ‘점잖게’ 물러날 방법을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시위 현장에 집결한 군은 시위대에 대한 해산작전 등은 시도하지 않고 있다.

수에즈시(市)에 주둔 중인 한 군 준장은 앞으로 며칠 안에 도시가 다시 안정을 찾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군이 시위를 저지하기 위해 거리로 나온 것은 아니라며 며칠간 시위가 계속 진행되도록 놔둘 것이라고 말했다.



◇야권, 새 내각 불신 = 무슬림형제단 등 반정부단체들은 그러나 무바라크 대통령이 임명한 새로운 내각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과도 정부 구성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사무총장은 이날 오후 카이로 도심 시위에 참석하기에 앞서 CNN 방송과 인터뷰에서 “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진은 이집트 모든 사람이 원하는 명백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엘바라데이는 무바라크 대통령이 하야할 경우 임시 대통령을 맡을 용의가 있느냐는 질문에 “이집트 국민이 독재체제에서 민주주의로 이행하는 가교로서 내가 역할하기를 원한다면 여기서 그들을 위해 당연히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알 아라비야 TV는 시위군중을 대표하는 그룹들이 엘바라데이를 과도정부의 책임자로 지명했다고 보도했다.

최대 야당단체 무슬림형제단의 대변인 가말 나세르는 dpa에 무바라크 대통령의 여당 국민민주당을 배제한 거국정부의 구성을 엘바라데이와 논의 중이라고 확인했다.

2005년 대선에 출마했던 야당 정치인 아이만 누르도 야당 진영이 정부와의 요구조건을 협상할 위원회를 구성했다고 발표했다.

누르는 사실상 정권 인수위원회 역할을 할 위원회에는 엘바라데이와 무슬림형제단의 고위 지도자 등이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치안 공백…약탈.탈옥 등 혼란 = 전날 밤 일부 폭도들은 경찰이 철수한 공백을 틈타 상가를 부수고 물건과 식료품 등을 약탈하는 등 혼란이 빚어졌다.

대통령궁 인근의 헬리오폴리스 지역을 포함한 카이로 곳곳에서는 흉기로 무장한 약탈자들이 슈퍼마켓과 쇼핑몰에서 물건을 훔치는 모습도 목격됐다.

주택가에서는 시민들이 몽둥이와 체인, 칼 등을 든 채 거리를 순회하며 약탈에 대비하고 있으며 범인들을 붙잡아 군 당국에 넘기기도 했다.

군 당국은 지금까지 카이로에서 450명, 수에즈에서 63명 등의 약탈자들을 체포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 카이로 인근 파윰과 와디 나트런 등지의 교도소에서 수감자 수천여 명이 전날 밤 탈옥했으며 이 과정에서 수십여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탈출 러시…한인도 출국 행렬 = 시위에 따른 사상자가 잇따르고 치안 공백현상이 빚어지면서 각국 정부는 자국민을 철수시키거나 여행을 제한하는 등 자국민 보호조치를 내놓고 있다.

영국 외교부와 이집트 주재 미국 대사관은 자국민에게 이집트를 떠날 것을 권고했다.

미국 대사관은 자발적으로 이집트를 떠나기를 희망하는 자국민들에게 항공편을 제공, 유럽의 안전한 장소로 소개할 방침이며, 현지 외교관의 가족 및 공관 내 필요인력 이외의 직원들을 31일부터 소개하기로 했다.

터키도 2대의 터키에어라인 특별기를 투입해 몇 차례로 나눠 자국민을 실어나르기로 했고, 이라크도 항공기를 이용해 자국민들을 실어나를 예정이다.

한국 교민과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 등 현대차그룹은 이날 카이로에 있는 아프리카지역본부를 임시 폐쇄하고 주재원의 경우 중동지역 본부가 있는 두바이로, 가족은 전원 귀국토록 조치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 소속 주재원 9명과 기아차 3명, 모비스 1명은 이날 오후 두바이행 비행기에 탑승하고, 이들의 가족 36명은 두바이와 바레인 등을 경유해 한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이집트에서 공장을 가동하고 있는 LG전자 현지 법인은 주재원의 가족 30명에 대해 희망자에 한해 귀국을 지원하기로 했고, 삼성전자 지사도 가족들을 공항 근처 호텔에 투숙시킨 뒤 내달 1일께 한국행 비행기에 탑승토록 하는 방향으로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카이로=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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