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기기에 중독된 사람들을 위해 강제로 디지털 기기 사용을 막는 여행 상품까지 나오고 있지만 디지털 기기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미국의 일부 호텔과 리조트 등은 최근 ‘전자기기에서 벗어나기’(unplugged)나 ‘디지털 해독’(digital detox) 같은 상품을 내놓기 시작했다.

르네상스 피츠버그 호텔은 ‘선(禪)과 해독의 기술’이라는 여름 주말 패키지를 내놨고 모나코 시카고 호텔은 ‘평온한 스위트룸’ 상품 예약자에게 ‘기술로부터의 휴가’ 옵션을 제공한다. 워싱턴의 퀸시 호텔이나 와이오밍의 테론 마운틴 로지&스파, 시애틀의 비아 요가 등에서도 비슷한 상품을 내놓고 있다.

이들의 접근 방식은 모두 비슷하다. 고객이 체크인할 때 전자기기를 호텔에 맡기게 하고 대신 보드 게임이나 고전 읽기 같은 옛날 방식의 시간 보내는 프로그램을 제안한다. 이런 호텔들은 아예 TV와 전화도 객실에서 빼버리기도 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6일 이런 상품의 등장은 심지어 휴가 중에도 휴대전화와 이북리더, 태블릿, 랩탑에서 눈과 귀를 떼놓지 못하는 오늘날의 미국인들과 관련이 있다고 전했다.

신용카드사인 아메리칸 익스프레스가 2천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여행객 중 79%가 다음번 휴가 때 휴가기간의 일부나 전 기간 동안 인터넷에 접속돼 있길 기대한다고 답했다.

이메일을 확인할 계획이 있는 사람 중 일을 위해서 매일, 혹은 더 자주 이메일을 확인하겠다고 답한 사람은 2010년 조사 때의 58%보다 증가한 68%로 조사됐다.

이런 현상에 대해 매사추세츠주의 정신과 의사인 에드워드 할로웰은 “기술은 우리를 많은 분야에서 자유롭게 만들어줬지만, 의도하지 않은 결과도 낳았다”라며 “모르는 사이에 중독되는 새로운 담배인 셈”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갑자기 디지털 기기를 끊기는 쉽지 않다. 존 피터스(46)는 지난 5월 바하마의 한 리조트에서 머무르는 동안 ‘휴대전화 끊기’를 시도했다. 그의 목표는 자신이 항상 아이폰을 갖고 다니는 것을 봐온 4달 딸이 자신에게 아이폰은 어딨냐고 묻게 하는 것이었다.

그는 호텔 금고에 블랙베리와 아이폰, 킨들, 랩탑을 집어넣었다. 하지만, 그는 “혹시 무슨 큰 비상사태가 있지 않을까 해서 밤에 기기들을 힐끗 봤다”면서 “하루나 이틀쯤은 아침에 기기들을 확인했지만 답장은 안했다”고 말했다.

휴가를 보낼 때 4시간에서 하루를 일하곤 했던 존 드라노이(42) 변호사는 지난 5월 시애틀의 요가 휴양시설을 찾으며 아이폰을 집에 두고 오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공항과 베인브리지섬, 워싱턴에서 그의 시선은 자꾸만 부인의 아이폰을 향했다. 부인은 보모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낸 뒤 아이폰을 치워버렸다.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딘 피셔(30)는 최근 남자친구와 함께 모나코 시카고 호텔에서 ‘기술로부터 휴가’ 프로그램을 이용했다. 피셔는 ‘평온한 스위트룸’에서 디지털 기기 없는 하룻밤을 보내고 혼란에 빠졌다.

그는 “몇 시인지 몰랐고 고객이 나랑 연락하려 애쓰고 있지 않을까 걱정되기 시작했다”고 털어놨다.

디지털 기기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워도 복귀하기는 아주 쉬워 보인다. 하루에 50~100번 정도 이메일을 확인한다는 드라노이 변호사는 “즉각 똑같은 습관에 빠질 수 있다”며 “실망스러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