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특허전문가 “데탕트의 틈이 보이지 않는다”

미국에서 애플과 삼성전자가 특허 분쟁과 관련해 재판 일정과 변호인의 적격성 문제 등을 포함해 거의 모든 분야에서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신경전을 벌이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12일 특허 전문 블로그인 ‘포스 페이턴트’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 지방법원에 제출한 20쪽에 달하는 의견서를 통해 애플을 대리하는 변호인 가운데 일부 변호사가 이전에 삼성전자의 특허분쟁을 대리한 적이 있어 부적격하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는 애플을 대리하는 로펌인 ‘브리지스앤마브라카키스’의 창업자 케네스 브리지스를 포함해 이 회사 소속 변호사 가운데 최소한 5명이 근무했던 ‘커크랜드앤일리스’가 이전에 삼성전자를 대리한 적이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는 또 애플을 대리하는 다른 로펌 2곳도 애플을 대리해 ‘브리지스앤마브라카키스’와 지금까지 협력하는 과정에서 이 로펌으로부터 삼성전자의 어떤 기밀정보도 받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는 진술서를 제출해 줄 것도 요구하고, 이에 응하지 않으면 역시 이번 소송을 대리할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는 이들 변호사가 커크랜드에 있을 당시 올해 초까지 무려 9천시간 삼성전자를 대리했다고 지적한 뒤, 이들이 이번 소송에서 다루는 특허 가운데 당시 삼성전자를 대리할 때와 같은 특허가 포함돼 있어 자사의 기밀과 전략 등이 노출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아직 애플 측의 반응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삼성전자는 의견서를 통해 이들 변호인이 삼성전자를 대리할 당시의 사건과 이번 사건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와 애플은 앞서 이 법원에 제기된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판매금지 가처분신청(preliminary injunction) 심리 일정을 놓고도 날카롭게 대립했다.

애플은 이 신청의 심리를 9월8일 개최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삼성전자는 10월14일을 제시했다.

삼성전자는 이 소송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변론검토를 위해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특히 애플이 처음에 이번 가처분 소송과 관련해 주장해 온 지적재산권 가운데 상품외장(trade dress) 부분을 철회하는 등 일부 소송전략도 수정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애플은 현재 아이폰, 아이패드와 차기 제품간 디자인이 크게 차이가 날 경우 삼성전자가 이 부분에 대해 공격해 올 것을 우려해 소송내용을 일부 변경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애플은 삼성전자가 소송을 고의로 지연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변론을 준비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줬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와 애플은 지난 1일 국내 법정에서 열린 특허침해금지 등 청구소송 첫 심리에서도 감정적으로 대립하는 모습까지 보이는 등 팽팽한 신경전을 펼쳐 눈길을 끈 바 있다.

’포스 페이턴트’의 지적재산권 전문가 플로리언 뮬러는 “삼성전자와 애플이 모든 부분에서 독설을 뿜어 내고 있다”며 “데탕트(긴장완화)의 틈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