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말리아 해적이 나를 비밀요원이라고 생각해…”

“소말리아 해적이 나를 비밀요원이라고 생각해…”

입력 2011-07-19 00:00
업데이트 2011-07-19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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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인이 전한 소말리아 해적의 세계

소말리아 해적의 실상을 다룬 책이 나왔다.

19일 미국에서 출판된 “소말리아 해적:숨겨진 그들의 세계 내부”(The Pirates of Somalia: Inside Their Hidden World)는 이런 종류의 책으로는 처음 나온 것이다.

캐나다인인 저자 제이 바하더(27)는 소말리아 해적들과 몇개월 같이 생활한 체험을 토대로 이 책을 썼다.

자신의 첫 저술로 다소 다루기 어려운 소재를 택한 바하더는 이 책을 쓰기 전까지만 해도 부모님 집에 얹혀살면서 애완동물 사료와 냅킨에 대한 시장 보고서를 쓰고 살았다.

아프리카 여행을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는 그는 어느 날 소말리아 여행 계획을 세운다.

공항 도착 후 자신을 맞이해 줄 사람이 없으면 30분 안에 납치될 것이라고 생각한 그는 소말리아로 가는 여객기 안에서 필사적으로 사람을 사귀며 공항을 안전하게 빠져나갈 길을 모색한다.

사전에 주선된 경호원들의 마중을 받은 그는 몇차례 우여곡절을 겪기도 하지만 결국 현지인들의 옷을 걸치고 마약성분이 있는 카트 잎을 씹으며 여자와 총에 관한 그렇고 그런 얘기로 현지인들과 시간을 보내는 등 순조롭게 적응한다.

그가 해안가에 정박된 납치선박에 대해 묻기 위해 뜻하지 않게 절벽 위의 소말리아 마을을 찾았을 때 그는 해적들과 조우하게 된다.

당시 현지인들은 총격전을 예상하며 헛간 같은 자신들의 집으로 조용히 사라졌지만 조바심 낸 쪽은 오히려 해적들이었다.

바하더 책의 마지막 장은 바로 이 내용을 담고 있다.

바하더는 해적들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과대망상적이었으며 자신을 미국 중앙정부국(CIA) 요원으로 생각했다”고 기자에게 말했다.

그는 당시 “그들 해적이 자신을 포함한 일행을 쏠 것으로 생각했다.”

바하더는 더위와 조바심으로 땀을 흘리며 해적들에게 질문하면서 비밀리에 그들을 촬영했지만 무장한 채 자신과 동행했던 경호원들이 자신을 낚아채듯 돌아서는 바람에 곧 그곳을 떠나야 했다.

바하더가 소말리아에 머물던 당시는 소말리아의 해적질이 그 빈도나 강도에서 최고조에 달했을 때였다.

그의 책은 소말리아의 바다에 들어와 불법으로 어로작업을 하는 외국 어선으로부터 어장을 수호하겠다고 나선 어촌 자경대가 오늘날의 심각한 갱 조직으로 발전한 과정을 보여준다.

소말리아해적들은 특히 지난해에 극도로 폭력적인 위험 조직이 됐다.

인질들의 몸값이 치솟으면서 내륙의 잔학한 범죄자들이 이 분야에 몰려왔다.

납치된 선원들은 고문을 당했고 나포된 선박은 불태워지기도 했으며 2월에는 해적들이 요트를 납치해 미국인 4명을 살해하는 사건도 있었다.

바하더는 해적들의 본거지인 에일 여행에서 이들이 미해군 특수전 요원들을 두려워하며 심령술을 믿는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그는 국제범죄카르텔이 이들을 통제한다고 하는 따위의 소말리아 해적들에 대한 외부 통념이 많은 부분 틀렸다고 말한다.

이들이 이슬람 반군과 연계돼 있다거나 정밀한 통신 네크워크 장비를 사용한다고 하는 주장들도 마찬가지이다.

이런 주장들이 수십억달러를 들여 해적들을 퇴치하기 위한 전쟁을 벌이는 데 도움을 준다고 그는 말한다.

바하더는 “많은 사람이 어떤 계획에 따라 근거 없는 주장을 펼치고 있지만 자신은 어떤 의도도 없으며 다만 상식에 의지하려 하고 있다”면서 “많은 사람을 만나보았고 이야기도 나눴지만 이곳 사람들은 대다수가 외부세계에 대해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그도 정보를 얻는 일이 언제나 쉽지만은 않았다.

바하더는 자신에게 차를 고쳐달라고 폭행을 가하기도 하고 입고 있는 청바지를 내놓으라고 요구하기도 한 한 해적과 시간을 많이 보내며 사귀었다.

그는 결국 인질들의 몸값이 분배되는 내역 같은 내부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가 에일에서 직접 본 빅토리아호의 선원들이 몸값 180만달러를 내고 석방됐을 때 배를 지키고 있던 해적들이 받은 돈은 1인당 1만2천달러였다.

시급으로 따지면 시간당 10달러 40센트에 해당한다.

몸값의 대부분은 해적 조직을 지원하는 투자가에게 돌아갔다.

체포나 부상, 심한 경우 사망 등 해적들의 부담을 생각하면 이들 행동대원이 받는 돈은 미국 뒷골목에서 마약을 파는 10대들이 처한 상황을 연상시켰다.

바하더는 “소말리아 해적은 미국의 마약 거래와 공통점이 많다”고 말했다.

”다른 방식으로는 얻기 어려운 사회적 지위와 기회가 제공된다”는 것이다.

바하더 자신과 해적들의 관계도 복잡한 면이 있다.

바하더는 소말리아 북부 해적들의 지배지라고 볼 수 있는 푼트랜드 자치구역 행정 총수의 아들이 지원해 준 경호원들의 보호를 받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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