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국민의 놀라운 위기 대처

노르웨이 국민의 놀라운 위기 대처

입력 2011-07-28 00:00
업데이트 2011-07-28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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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뜯고 비난하기 보다 위기 극복에 총력 모아500만 국민 “우리 모두에 대한 테러..함께 극복해야”

사상 초유의 테러 공격을 받은 노르웨이의 놀라울 만큼 차분한 대응 분위기가 관심을 끌고 있다.

한국은 물론 다른 유럽 국가들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의 성숙한 모습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인구 500만의 소국 노르웨이를 강타한 연쇄 테러 충격은 웬만한 강대국도 혼란에 빠뜨릴 만큼 치명적이었다. 차량 폭탄 테러로 시내 중심가의 정부 청사 건물이 박살나면서 8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로부터 약 1시간 뒤 집권 노동당 캠프에 참여했던 청소년 68명이 무차별 총격으로 처참하게 사살당했다. ‘평화의 나라’, ‘관용의 나라’에서 일어나리라곤 꿈에서조차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상대적으로 보자면 미국이 9·11 테러로 받은 충격에 비견할 만했다.

하지만 노르웨이 정부와 국민의 대응은 놀라울 정도로 침착했다. 서로 헐뜯고 비난하기보다 위기를 극복하는 데 힘을 모았다.

유가족들이 울부짖으며 정부와 당국에 무조건적 비난을 퍼붓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TV 방송도 사실 관계를 차분히 보도할 뿐 국민감정을 자극할 만한 선정적 장면들은 내보내지 않았다. 사고 수습과 조사가 끝나기도 전에 ‘누구누구는 물러나라’는 등의 성급한 책임론을 거론하는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사고 사흘 뒤인 25일 오슬로 시내에서 열린 희생자 추모식에는 휴가철임에도 무려 20만 명이 몰려들었다. 60만 시민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인파였다. 참석자들은 손에 손에 장미와 촛불을 들고 오슬로 시내 거리를 질서 정연하게 행진했다. 정부를 비난하는 요란한 스피커 소리는 어디서도 들리지 않았다. 믿기 어려운 광경이었다.

사실 테러 대처 과정에서 정부 당국은 적잖은 실수를 저질렀다. 경찰 신속대응팀은 신고를 받은 지 1시간이 지나서야 우퇴위아 섬 총격 현장에 도착했다. 잔혹한 테러범 아네르스 베링 브레이비크(32)가 수많은 어린 학생들을 차례차례 무더기로 사살하고 난 뒤였다. 초를 다투는 시간에 수도 오슬로에서 불과 40여km 떨어진 섬까지 이동한 시간 치곤 너무 길었다.

신속대응팀이 타고 가려던 헬기는 조종사가 휴가 중이어서 띄우지 못했다. 뒤늦게 이용하려던 경찰 보트는 대원들이 타자마자 물이 새 들어오는 허술한 배였다. 어쩔 수 없이 민간 선박 2척을 부랴부랴 확보해 대응팀을 섬으로 수송할 수 있었다. 그 사이 많은 어린 생명이 추가로 희생됐다.

하지만 일부 언론의 절제된 비판을 제외하곤 경찰의 허술하고 뒤늦은 대응을 성토하는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법무장관은 경찰의 침착한 대응을 ‘환상적’이라고 칭찬했고 경찰 수뇌부도 대원들의 용감한 행동을 치하했다. 추모식에 모여들었던 시민들도 경찰과 구조대원들에게 감사의 박수를 보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총리는 27일 애도 기간이 끝나면 보안기관들에 대한 전면적 점검과 평가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책임자 처벌보다 문제가 무엇인지를 점검해 보완하는데 초점을 맞추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총리는 또 충격적 테러에도 불구하고 노르웨이인들은 개방적이고 관용적이며 민주적인 사회를 계속 지켜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고 책임을 물으며 서로를 헐뜯고 나무라기보다 아픔과 슬픔을 함께 나누며 서로를 보듬고 위로하며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지 함께 고민하는 분위기가 압도적이었다.

노르웨이 사회연구소의 정치학자 베른트 아아들달은 “500만 명의 적은 인구를 가진 노르웨이 국민은 비극의 순간에 서로 뭉치는 경향이 있다”며 “사람들이 ‘이것은 우리 모두에 대한 공격이며 그래서 서로 힘을 합쳐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노르웨이인들은 다른 유럽 국가 국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남을 징벌하는데 덜 적극적이며 이런 면에서 영국이나 미국이 노르웨이보다 훨씬 더 징벌에 엄하다고 아아들달은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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