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정부, 생존 인물 있어 공개 난색…항고 가능성
워터게이트 사건과 관련한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의 비공개 법정 증언은 공익을 위해 공개가 필요하다는 미국 법원의 결정이 나왔다.
미 워싱턴D.C. 연방지법 재판장 로이스 램버트 판사는 29일(현지시각) 결정문에서 “지금 우리는 대배심 기록의 기밀 유지보다는 논쟁 여지가 없는 역사적 관심이 훨씬 중요한 특별한 상황에 처했다”면서 “법원은 대배심 증언 공개가 공익에 들어맞고 워터게이트사건을 잘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위스콘신 대학의 스탠리 커틀러 교수를 비롯한 5명의 미 역사학자들은 지난해 워싱턴D.C. 연방지법에 닉슨 전 대통령의 증언이 갖는 역사적 중요성이 수사상의 기밀 보호에 우선한다고 지적하며 공개해달라고 요청했다.
커틀러 교수는 “닉슨 전 대통령은 증언할 때 위증죄로 처벌될 수 있다는 점을 알았기 때문에 진실만을 얘기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력의 남용: 새로운 닉슨 테이프’의 저자인 커틀러는 앞서 청원을 통해 닉슨 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행한 오디오 녹음의 공개를 이끌어 낸 바 있다.
일단의 ‘괴한’들이 워터게이트 단지 내 민주당 전국위원회 사무실을 침범한 워터게이트 사건은 닉슨 대통령의 사임으로 이어졌으나, 당시 닉슨이 사건을 알고 있었는지, 그리고 자신의 관련을 차단하기 위해 개입했는지 등을 둘러싸고 아직도 학자들 간에 논란이 일고 있다.
닉슨 전 대통령은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사임한 지 10개월 후인 1975년 6월23∼24일 캘리포니아 자택에서 선서하에 대배심 증언을 했으나 297쪽에 달하는 증언 내용은 수사상의 기밀보호를 이유로 그동안 일반에 공개되지 않았었다.
당시 신문들은 백악관 녹음테이프 중 18분 30초 분량이 삭제된 점, 백악관의 녹음 필사본 중 일부가 수정된 점, 정적들을 압박하기 위한 국세청 동원 여부, 재벌 하워드 휴즈로부터 10만 달러 상당의 선거기부금 수령 여부 등에 대해 닉슨 전 대통령이 배심원들로부터 질문을 받았다고 보도했었다.
미 법무부 찰스 밀러 대변인이 이날 정부 변호사가 법원의 결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것으로 미뤄볼 때 미 정부가 항고할 가능성도 아직 남아 있다.
오바마 행정부는 닉슨 전 대통령의 증언에서 언급된 인물 중 아직 살아 있는 사람들이 있고 이들의 사생활 보호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증언 공개에 반대해 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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