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드베데프, ‘반란’ 쿠드린 재무장관 경질

메드베데프, ‘반란’ 쿠드린 재무장관 경질

입력 2011-09-27 00:00
업데이트 2011-09-27 0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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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에게 반기를 들었던 알렉세이 쿠드린 재무장관이 결국 대통령에 의해 26일(현지시간) 경질됐다.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에 따르면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이날 쿠드린 재무장관 겸 부총리의 사직 명령서에 서명했다고 나탈리야 티마코바 대통령 공보실장이 밝혔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이에 앞서 이날 대통령 산하 ‘경제 현대화 및 기술발전 위원회’ 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회의에 참석한 쿠드린 재무장관을 향해 만일 자신과 이견이 있으면 오늘 안에 사표를 제출하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지난 24일(미국 동부시간)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 회담 참석을 위해 미국을 방문했던 쿠드린 장관은 워싱턴에서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푸틴 총리의 자리 교체를 핵심으로 한 차기 권력 구도 결정을 전해듣고 “메드베데프 내각에서 일할 생각이 없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쿠드린은 “(메드베데프 총리가 이끌) 새 내각에선 내 자리가 없다”며 “아무도 내게 자리를 제안하지 않았기 때문만이 아니라 (메드베데프와) 나의 이견이 이 내각에서 일하는 것을 허용치 않는다”며 사퇴 표명 배경을 설명했다.

쿠드린 장관은 이날 대통령의 질책과 사퇴 압력을 받은 후 또 다른 대통령 주재 경제 관련 회의에 참석했으나 이 회의 이후 티마코바 공보실장이 즉각 쿠드린의 경질을 알리는 성명을 발표했다.

티마코바 실장은 “재무장관은 스스로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았다”면서 “대통령은 현행 절차에 따라 총리의 제청으로 재무장관 경질 명령서에 서명했다”고 덧붙였다. 반면 쿠드린 장관은 사직서를 제출했느냐는 리아노보스티 통신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 “이중권력 분열 계기될 수도” = 이와 관련, 현지 정치ㆍ경제 소통 연구소의 드미트리 오를로프 소장은 “쿠드린 장관이 미국에서 상당히 거친 말을 했기 때문에 그의 사퇴는 대통령의 당연한 논리적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정치학자 알렉세이 마카르킨도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현직에서 물러나면서 여당의 총선 후보 1순위를 맡아 선거운동을 이끌어야 하는 상황에서 쿠드린 장관의 발언은 대통령에게 큰 불쾌감을 줬을 것”이라며 “대통령으로선 아직 레임덕에 빠지지 않았고 상황을 장악하고 있음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마카르킨은 그러면서 쿠드린 장관 사퇴가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푸틴 총리 사이의 분열을 초래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직은 분열이라고 말할 순 없지만 이번 사건이 (메드베데프-푸틴) ‘이중권력’의 견고함에 대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면서 “만일 양측이 이 문제를 둘러싸고 충돌한다면 위기적 정치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고등경제학교 응용정치학부 마르크 우르노프 학장은 쿠드린의 향후 행보와 관련, “그가 야권에 합류해 정치활동을 계속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여의치 않을 경우 사업 분야에서 일자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그러나 “쿠드린과 푸틴의 각별한 관계를 고려할 때 그가 푸틴 차기 대통령의 행정실에 들어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쿠드린은 메드베데프와 마찬가지로 1990년대 초반 상트페테르부르크 시 정부 시절부터 푸틴과 함께 일했던 ‘푸틴 사단’의 핵심 인사다. 그는 푸틴이 대통령에 취임한 2000년 5월부터 재무장관직을 맡아 10년 넘게 자리를 지켜 왔다.

이 때문에 푸틴이 크렘린에 복귀하면 그를 대신해 총리를 맡을 가능성이 가장 큰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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