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3대 세습 내부 안정 위한 거라면 따를 수밖에”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장남 김정남이 일본 언론인과 주고받은 이메일과 인터뷰 등을 모은 책 ‘아버지 김정일과 나’가 18일 일본에서 출간됐다.

문예춘추사가 펴낸 이 책은 중국에 사는 김정남이 지난해 고미 요지(五味洋治) 도쿄신문 편집위원과 한 인터뷰와 이메일 내용 등을 시간 순서대로 정리했다.

김정남은 2004년 베이징 공항에서 우연히 만난 고미 편집위원이 한국어와 중국어를 할 줄 알고 자신을 진지하게 대한다는 점을 주목하고, 최근까지 150통 가까이 이메일을 보냈다고 한다.

김정남이 “기사화될 것이라는 점을 알고 이메일을 보낸다”고 적은 것으로 미뤄볼 때 자신의 생각을 누군가를 통해 정확하게 전달하길 원한 것으로 추측된다.

책 내용을 살펴보면 김정남은 “나는 북한 정치와는 관계없는 사람”이라고 강조하면서도 북한을 걱정하고 있었고, 일부 언론이 자신의 단편적인 발언을 확대해석하거나 왜곡하는 데 대해 화를 내기도 했다.

눈길을 끈 것은 북한의 3대 세습이나 북한의 연평도 공격에 대한 김정남의 평가였다.

김정남은 이메일 곳곳에서 “권력 세습은 비웃음의 대상이 될 것”이라거나 “3대 세습은 과거 봉건왕조 시기를 제외하고는 전례가 없는 일로 사회주의에 맞지 않는다”이라고 비판했고, 부친인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3대 세습에 부정적이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그는 북한이 결국 3대 세습을 추진한 데 대해 “이른바 ‘백두의 혈통’만을 믿고 따르는데 익숙한 북한 주민들 앞에 그 혈통이 아닌 후계자가 등장할 경우 시끄러운 일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라며 “나는 3대 세습에 반대하지만 북한 내부를 안정시키기 위해 어쩔 수 없는 거라면 따를 수밖에 없다”고 애써 이해하려는 듯한 태도를 취했다.

연평도 공격에 대해서는 처음에는 “북-남 어느 쪽이 먼저 도발했는지 판단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가 언론 보도로 북한의 공격이라는 걸 알게 된 뒤에는 “전 세계가 동생을 나쁘게 보는 것이 마음 아프다. 동생이 동족에게, 민간인에게 포격을 가해 악명 높은 지도자로 묘사되지 않길 바란다. 이 얘기는 동생을 보좌하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다”라고 적기도 했다.

고미 기자가 북한의 연평도 공격 직후인 2010년 11월25일 “왜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김정남은 “북한은 서해 5도 지역이 교전지역이라는 이미지를 강조할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핵 보유, 선군정치에 모두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듯 하다”고 말했다.

한국에 대해서도 “한국은 공격을 받아도 전쟁이 확대되는 걸 막기 위해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없는 듯하다. 북한은 한국의 이런 약점을 알고 있어서 언제 어디서든 비슷한 공격을 할 것”이라고 추측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책에는 국내 일부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김정남이 2010년 3월에 일어난 천안함 침몰 사건을 북한의 소행이라고 인정했다는 대목이나 이를 연상시키는 표현은 없었다.

김정남과 이메일을 주고받은 고미 편집위원은 이날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김정남과는 천안함이 아니라 연평도 공격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았다”며 “한국에서 마치 내 책이나 이메일에서 김정남이 천안함 사건을 북한의 소행이라고 인정한 것처럼 알려진 것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