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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닥 몰락이 주는 교훈…재기 가능할까

코닥 몰락이 주는 교훈…재기 가능할까

입력 2012-01-20 00:00
업데이트 2012-01-20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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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적 통찰력 갖추지 못해 디지털 시대에 도태잉크제트 프린터시장 공략-보유 특허기술로 재기 모색

“너무 많은 성공이 가장 큰 적이었다.”

131년 전통의 세계적인 브랜드 코닥의 파산보호 신청 소식이 전해지자 시장은 안타까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19일(현지시간) 코닥이 뉴욕 파산법원에 신청한 서류에는 51억 달러의 자산과 68억 달러의 부채가 기록됐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과 블룸버그 통신 등은 이날 아날로그 시대를 지배했던 ‘황색 거인(yellow giant)’이 디지털 기술의 팽창으로 몰락하게 됐다며 디지털 기업으로 신속히 변신하지 못한 것이 실패의 원인이라고 보도했다.

코닥은 일반인이 사용하기 쉬운 필름과 이를 활용한 편리한 카메라를 선보여 1900년대 카메라 시장을 장악했다.

하지만 디지털 사진이라는 새 패러다임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내리막길을 걸었다.

◇마지막 승부 = 코닥의 페레즈 CEO는 파산보호 신청 직후 성명에서 “이사회와 경영진 전체는 파산보호 신청이 코닥의 미래를 위해 필요한 조치라는데 의견 일치를 보았다”고 밝혔다.

파산 신청을 통해 주주들과 함께 군살 없이 디지털 이미지 기술과 첨단소재 과학으로 무장한 월드클래스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각오를 드러냈다.

그는 “파산신청이 퇴출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구조조정을 통해 미래의 코닥에 요구되는, 확고한 토대를 갖춘 강력한 기업으로 탈바꿈하면 고객과 주주의 이익에 들어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재기를 꿈꾸는 131년 전통의 기업 = 코닥은 1888년 조지 이스트먼이 창업한 이래 미국과 전 세계 가정에서 친근한 브랜드로 명성을 쌓아왔다.

코닥이 최초로 개발한 휴대용 카메라는 사진을 대중화해 관련 산업의 폭발적인 성장을 이끌었다.

코닥은 풍부한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필름 시장에서 수십 년 동안 사실상의 독점 시대를 구가했다.

황금기의 필름 사업은 코닥에는 수익이 마르지 않는 효자사업이었다. 이에 따라 1981년 코닥의 매출은 100억 달러를 돌파했다.

하지만 급속한 디지털 혁명의 물결 앞에 이런 영광은 빛을 잃고 말았다.

코닥은 디지털 사진기술조차도 가장 먼저 고안했음에도 니콘, 소니, 캐논 등 경쟁사들에 시장을 내주고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2000~2003년에는 시장 점유율이 추락하면서 극심한 경영난이 찾아왔다. 이 기간 수익은 70%나 줄었다.

2005년 이후 코닥은 단 한 번만 빼고 매년 적자에 허덕였다.

한때 14만5천명에 이르던 직원 수는 현재 1만7000명으로 줄었다.

15년 전 310억 달러에 이르던 기업가치도 1억5천만 달러로 바닥까지 떨어졌다.

뉴욕대학 스턴비즈니스스쿨의 로버트 샐러먼 교수는 “필름 산업이 쇠퇴하는 동안 코닥은 디지털 세상으로 도약할 기회를 여러차례 놓쳤다”고 말했다.

그는 “코닥은 디지털 환경이 미칠 충격을 과소평가하는 실수를 저질렀다”고 분석했다.

◇코닥의 실패가 주는 교훈= 코닥의 실패는 웬만한 경영대학원 수업의 사례연구에 감초처럼 등장하는 소재가 됐다.

전문가들은 코닥이 131년 역사에서 80% 이상의 기간에 정상의 자리를 지켰지만, 최고의 기업으로서 시대를 꿰뚫는 통찰력을 갖지 못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사진기술이 필름 시대에서 디지털 시대로 달려가고 있을 때 그 중요성을 간파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변신을 두려워한 점도 실패 요인으로 꼽힌다.

코닥은 필름이라는 과거의 정체성에 안주한 결과 몰락의 길을 걸어야 했다.

샐러먼 교수는 “시장 지배적 사업자는 새로운 기술을 끊임없이 개발해 그 기술이 시장에 진입하는 시기에 대비해야 하는 데 코닥은 그렇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혁신은 수익과 연결될 때 의미가 있는데 코닥은 그렇지 못했다.

디지털 이미지 분야의 엄청난 지적재산권을 확보하고 있었음에도 애플, HTC, 삼성전자 등 경쟁자들의 성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코닥의 경우엔 사업다각화도 장점으로 작용하지 못했다.

코닥은 필름사업의 수명이 다하면서 이미지 및 화학기술을 활용한 제약, 욕실용 측정장치 등 사업을 추진했으나 재정만 더 나빠졌다.

◇새로운 희망 = 코닥은 구조조정 이후에는 잉크제트 프린터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할 계획이다.

가정용 잉크제트 프린터 시장이 세계적으로 450억 달러 규모에 이른다는 점에서 희망을 품고 있다. 경쟁사보다 훨씬 저렴한 잉크제트 카트리지를 무기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잡지, 서적, 광고 등 산업용 잉크제트 시장을 겨냥해 첨단 기능을 갖췄을뿐만 아니라 빠르고 소형화된 프린터를 선보인다는 계획도 수립했다. 주문형 출판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어 전망이 밝다는 판단이다.

’사진의 원조’ 기업으로서 보유한 방대한 기술특허권 판매와 라이선스 확대에도 희망을 걸고 있다.

애플과 HTC, 삼성전자 등을 상대로 제기한 특허침해 소송은 이를 위한 노림수로 분석된다.

디지털사진 기술과 관련해 코닥이 보유한 기술특허는 1천여 건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지적재산권의 가치가 23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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