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재외선거 등록 저조… 관심부족·제도미비 탓

재외선거 등록 저조… 관심부족·제도미비 탓

입력 2012-02-12 00:00
업데이트 2012-02-12 16:08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신삼호 권 훈 이성한 이충원 특파원= “재외 국민이 그토록 염원한 참정권이 손에 쥐어졌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생각뿐입니다.”

90여일 동안 계속된 재외선거인 등록 마감을 앞두고 주로스앤젤레스 총영사관에 마련된 접수창구에서 일을 돕던 박철응 로스앤젤레스 재외선거관리위원회 부위원장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

1976년 미국으로 이민와 여태껏 한국 국적을 지킨 박 부위원장은 재외 국민에게도 참정권을 허용하라는 요구를 줄기차게 제기한 미국 교포 가운데 한 명이었다.

마침내 주어진 참정권이지만 제19대 국회의원 선거에 참여하기 위한 선거인 등록에서 가장 규모가 큰 동포 사회가 자리한 로스앤젤레스 지역 실적이 기대 이하로 나타나자 박 부위원장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로스앤젤레스를 비롯한 남부 캘리포니아주와 네바다주, 애리조나주, 뉴멕시코주에 거주하는 선거권 보유자는 약 19만7천여명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정작 선거인 등록을 마친 인원은 4천200여명이 불과하다.

그나마 2천700여명은 유학이나 회사일로 잠시 미국에 머무는 국외 부재자 선거 대상자. 미국에 생활 터전을 갖고 사는 영주권자는 9만여명 가운데 고작 1천500여명만 선거인으로 등록했다.

재외 국민에게 참정권을 부여하자는 취지가 무색한 실정이다.

정철교 로스앤젤레스 총영사관 선거관리관은 “영주권자의 선거 참여율을 높이는데 한계가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재외 국민 유권자들의 본국 정치에 대한 관심이 너무 낮고 처음 시행한 제도인 탓에 미비한 점이 많다는 사실을 현장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본국의 국회의원 선거에 영주권자들이 관심이 너무 낮다는 사실이다.

국내에 주소지가 있는 유학생이나 주재원은 지역구 국회의원을 직접 뽑지만 영주권자는 정당에만 표를 던질 수 있어 선거권 행사에 대한 의미를 찾기 어렵다.

박 부위원장은 “한국 정치에서 정당의 인기는 바닥 아니냐”며 “지지하는 정당이 없으면 인물을 보고 찍는 게 대안인데 여기선 그게 안 된다”고 설명했다.

이런 사정은 다른 곳도 마찬가지다.

유학생, 주재원, 단기 체류자 등 부재자 선거인은 1천명이 넘게 등록했지만 영주권자 등록은 고작 52명에 그친 영국에서도 ‘잘 알지도 못하는 비례대표 후보에게만 투표할 수 있다’는 점이 등록률을 끌어내렸다는 분석이다.

선거권을 지닌 영주권자가 46만여명에 이르는 일본에서도 선거인 등록은 2만여명에 그쳤다. 일본에서는 여권을 가진 동포들이 약 17만명에 불과한데다 역시 국내 주소지가 없으면 비례투표 밖에 할 수 없다는 사실이 등록률을 끌어내린 요인이 됐다.

반면 영주권자보다 부재자 선거인이 많은 지역은 대체로 등록률이 높았다.

베이징 영사관 관할 지역에서는 예상 유권자수 9만6천480만명 가운데 6%가 넘는 6천여명이 등록을 마쳤다.

중국은 외국인에게 영주권을 내주지 않기 때문에 재외선거 등록자들은 사실상 전부가 한국에 주소가 있거나 거소신고가 돼 있는 주재원, 유학생 등 국외 부재자 신고자들이다.

이탈리아에서도 예상 유권자 1천770명의 31%에 이르는 555명이 등록했고 스위스 역시 등록율이 18%나 됐다.

전체 교민 1만2천여명 가운데 60∼70%가 유학생인 프랑스에서도 재외 선거 등록을 마친 유권자는 1천646명에 이르러 17.3%라는 높은 등록률을 보였다.

세계 각국 교민들이 선거와 관련해 제기하는 불만 가운데 가장 큰 것은 선거인 등록과 투표를 하는 장소가 공관으로 제한되어 있다는 점이다.

로스앤젤레스 총영사관에 등록한 재외국민 가운데 네바다주, 애리조나주, 뉴멕시코주에서 온 사람은 거의 없다시피 했다. 참정권 행사를 위해 비행기로 2시간 이상 걸리는 곳에서 올 사람은 없다는 게 이곳 교민들의 하소연이다.

재외 선거인의 등록률이 1%를 간신히 넘긴 뉴욕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

한국인들이 많이 사는 뉴저지 등지에서 뉴욕 맨해튼 총영사관을 방문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뉴저지에서 교통 혼잡이 심한 맨해튼에 다녀오려면 반나절 이상이 걸리고 통행료와 주차비 등의 경비도 만만치 않다.

재외 선거 대상자 8천명 중 4천명이 수도 멕시코시티가 아닌 몬테레이와 과달라하라 등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멕시코의 경우 과달라하라 거주 교민 등록은 사실상 전무하다.

멕시코 제2의 도시 과달라하라는 대사관이 있는 멕시코시티까지 자동차로 7∼8시간 걸린다.

양금석 주영한국대사관 재외선거관리위원장은 “온라인 부재자 신고, 재외 선거인 등록 우편 신청 허용, 그리고 공관이 아닌 곳에도 투표소를 설치할 수 있도록 선거법을 개정해 대통령 선거 때는 더 많은 재외국민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 각국 공관에서 진행된 재외 선거 등록 과정은 본국 정치에 대한 재외국민의 관심을 끌어내고 더 편리하고 쉽게 참정권을 행사할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숙제를 남겼다.

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 당신의 생각은?
더불어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의 지역화폐를 지급해 내수 경기를 끌어올리는 ‘민생회복지원금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은 빠른 경기 부양을 위해 특별법에 구체적 지원 방법을 담아 지원금을 즉각 집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국민의힘과 정부는 행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하는 ‘위헌’이라고 맞서는 상황입니다. 또 지원금이 물가 상승과 재정 적자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지원금 지급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찬성
반대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