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년간 美CBS ‘60분’ 진행했던 마이크 월리스 별세

38년간 美CBS ‘60분’ 진행했던 마이크 월리스 별세

입력 2012-04-10 00:00
수정 2012-04-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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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물을 ‘심문’한 인터뷰의 전설

“당신은 얼마나 많은 사람을 죽였소?”

범죄조직 두목에게 감히 이렇게 물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반세기 전 마피아 두목 미키 코언 앞에서 눈썹을 위로 치키고 이런 질문을 던졌던 언론인이 지난 7일(현지시간) 세상을 떠났다.

미국 CBS방송은 8일 간판 시사프로그램 ‘60분’의 전설적 진행자 마이크 월리스(93)가 전날 코네티컷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고 밝혔다. 월리스는 ‘투견’(鬪犬)이라는 별명이 시사하듯, 도발적 인터뷰의 개척자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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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CBS방송의 간판 시사프로그램인 ‘60분’의 전설적인 진행자 마이크 월리스가 지난 7일(현지시간) 노환으로 별세했다. 1968년부터 38년간 ‘60분’ 등을 진행하면서 공격적이고 틀에 박히지 않은 인터뷰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1979년 “미쳤느냐.”는 도발적인 질문으로 화제가 됐던 이란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와의 인터뷰(왼쪽) 및 1960년대 존 F 케네디 대통령과의 인터뷰 장면.   CBS뉴스 웹사이트
미국 CBS방송의 간판 시사프로그램인 ‘60분’의 전설적인 진행자 마이크 월리스가 지난 7일(현지시간) 노환으로 별세했다. 1968년부터 38년간 ‘60분’ 등을 진행하면서 공격적이고 틀에 박히지 않은 인터뷰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1979년 “미쳤느냐.”는 도발적인 질문으로 화제가 됐던 이란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와의 인터뷰(왼쪽) 및 1960년대 존 F 케네디 대통령과의 인터뷰 장면.

CBS뉴스 웹사이트
●에미상 21차례나 받아

1968년 그가 ‘60분’ 마이크를 잡기 전까지 방송 진행자들은 인터뷰 대상의 심기를 헤아리며 잡담 수준의 인터뷰를 했다. 하지만 월리스는 시청자가 궁금해하는 것은 무엇이든 물어야 한다는 지론 아래 심문에 가까울 정도로 가혹하게 파고들었다.

그는 당시 공포의 대상이었던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에게 “당신은 미쳤느냐.”고 물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인터뷰에서는 “어허, 이건 민주주의가 아니잖아요.”라고 역정을 내 푸틴의 보좌진이 인터뷰를 중단시키려 했다. 가수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에게는 “자기애 성향이 너무 강하다.”고 꼬집어 그녀의 눈물을 쏙 뺐다. 쿠어스맥주는 신문광고에 “가장 무시무시한 영어단어 4개는 ‘Mike Wallace Is Here’(마이크 월리스가 여기 있다)이다.”라는 문구를 실을 정도였다.

하지만 거친 스타일에도 불구하고 ‘거물’들은 그와의 인터뷰에 줄을 섰다. 중국 지도자 덩샤오핑, 파나마 독재자 마누엘 노리에가, 리비아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 등도 그의 앞에 앉았다. 에미상을 21차례나 수상한 월리스는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 이후 역대 미국 대통령을 모두 인터뷰한 기록을 세웠다. 그는 2008년 프로야구 투수 로저 클레멘스와의 인터뷰를 끝으로 방송계를 사실상 떠났다.

월리스는 1962년 큰아들이 등반사고로 숨진 충격으로 이후 일에만 몰두했고 ‘진지한 저널리즘’에 천착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는 네 차례 결혼하는 등 사생활에서는 굴곡이 많았다. 그의 아들인 폭스뉴스 앵커 크리스 월리스는 “아버지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감정을 표현하는 걸 어려워했다.”고 회고했다.

●“내 무기는 철저한 사전조사”

언젠가 월리스는 그의 인터뷰 방식이 너무 심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이렇게 답했다. “내 인터뷰에 나온 사람은 스스로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내가 가진 무기라고는 철저한 사전조사뿐이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2012-04-1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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