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들 “법정을 극우 견해 피력 장소로 악용”
노르웨이에서 지난해 폭탄과 총기난사로 77명의 목숨을 앗아간 연쇄 테러 용의자 아네르스 베링 브레이비크(33)가 재판 이틀째인 17일(현지시간) 다시 그 때로 돌아가도 똑같은 일을 저지를 것이라고 진술했다.또 자신의 행동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수주의자에 의해 행해진 ‘가장 장엄한’ 공격이었다고 묘사했다.
브레이비크는 준비해온 ‘선언문’에서 이민과 다문화주의를 옹호하는 노르웨이와 유럽 정부들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범행 전 온라인에 게재한 1천500쪽 분량의 선언문의 핵심 내용을 요약해 발언했다.
그는 자신을 실재하지 않는 ‘성전기사단(Knights Templar)’의 사령관이라 소개했다.
브레이비크는 자신의 테러행위에 악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오히려 “더 큰 시민 전쟁을 막기 위해 선의에서 나온 행동”이라며 “되돌아가도 나는 똑같이 행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 공격은 2차 대전을 끝내기 위해 일본에 원자폭탄을 투하한 미국의 선택과 유사하다”며 “미국은 전쟁을 멈추겠다는 좋은 의미로 그런 선택을 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브레이비크는 지난해 우퇴야섬에 머물렀던 노동당 청년부를 나치 청년대에 비유하며 “노동당의 연례 여름 캠프는 ‘교화 캠프’”라고 비난했다.
그는 “내 공격대상이 된 그들은 노르웨이의 문화 정체성을 파괴하려는 음모를 꾸민 이들”이라며 “나는 내 민족, 내 도시, 내 나라를 대신해 자기방어 차원에서 움직인 것이므로 무죄”라는 발언도 쏟아냈다.
그러나 검사 측은 브레이비크가 원래 노르웨이 언론인 회의를 공격하려고 했으나 실행에 옮기는 것이 어렵자 목표를 바꾼 것이라고 지적했다.
첫날 재판에 앞서 브레이비크가 유투브에 올린 반(反)무슬림 영화를 보면서 눈물을 보인 것에 대해 검사가 이유를 묻자 브레이비크는 “정치인과 언론인 때문에 죽어가는 노르웨이와 유럽을 생각했다”고 답했다.
이날 재판에서 브레이비크의 발언이 길어지면서 불만이 터져나왔다.
피해자 가족들은 피고인이 자신의 극우주의적인 견해를 피력하는 장으로 법정을 악용하고 있다고 항의했다.
이에 담당판사가 발언을 빨리 끝내라고 명령했지만 브레이비크는 “내가 말을 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면 아예 한 마디도 하지 않겠다”며 발언을 이어갔다.
재판에 참석한 피해자 가족들은 “이 문제에 있어 브레이비크를 정치인으로 여기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그는 대량 학살을 저지른 살인자”라고 지적했다.
한편 정신 감정 결과 브레이비크는 형법상 정신이상자가 아니라는 판단이 나왔다.
그는 이날 재판에서 자신이 ‘자기도취형 성격장애’를 갖고 있다는 일부 주장에 대해 “7월 22일 공격은 자살테러였고 나는 살아남길 바라지 않았다”며 “나르시스트는 자신의 목숨을 어느 것에도 바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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