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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시신 희롱 이면엔 ‘파리대왕 신드롬’”

“탈레반 시신 희롱 이면엔 ‘파리대왕 신드롬’”

입력 2012-04-20 00:00
업데이트 2012-04-20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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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군기 문란 원인 놓고 다양한 분석 나와”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의 ‘탈레반 시신 희롱’ 사건은 미군 병사들의 군기가 총체적으로 붕괴된데 따른 결과로 지적된다.

탈레반 시신에 방뇨하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 공개와 코란 소각 파문, 민간인 대상의 총기난사 사건 등에 이어 이번에 다시 불거진 시신 모욕 사건은 그렇지 않아도 살얼음판을 걷는 미군과 아프간의 관계에 새로운 부담을 주고 있다.

미군의 기강이 이처럼 근본적으로 허물어지게 된 원인에 대한 다양한 분석이 쏟아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우선 아프간에 파병된 지원병들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부사관들의 리더십 실종을 지목한다.

평균적으로 18∼19세에 불과한 젊은 병사들의 선임으로 최일선에서 훈련과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부사관들이 전쟁의 피로감 속에서 본연의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게릴라전 방식으로 진행되는 아프간전의 속성도 병사들의 자제력을 한계로 내몰고 있다는 분석이다.

언제 어디에서 테러가 발생할지 모르는 아프간전의 특성상 소규모 군인들을 띄엄띄엄 배치할 수 밖에 없는데 이런 상황에서의 극심한 고립감이 병사들을 극단적인 행동으로 내몰고 있다는 인식이다.

본대와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고 믿을 사람은 오직 자신밖에 없다는 생각이 왜곡된 영웅심리와 비뚤어진 동료애를 자극하는 측면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잘려진 신체 일부와 사진을 찍은 것이 매일 자신의 눈 앞에서 죽어가는 동료를 지켜보거나 테러범의 시신을 수습해야 하는 극한의 환경에서 두려움을 떨쳐내기 위한 나름의 ‘의식’이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아프간전의 최일선에 배치된 분대 단위의 병사 집단에서 최소한의 행동규범마저 무너지면서 이른바 ‘파리대왕(Lord of the Flies) 증후군’이 나타나고 있다는 전문가 진단이 나왔다고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파리대왕은 영국 출신 소설가로 인간 본연에 내재된 악의 본성을 폭로한 윌리엄 골딩의 대표작이다.

워싱턴의 싱크탱크인 신국가안보센터(CNAS)의 앤드루 엑섬 연구원은 “일련의 불미스런 사건을 보면 소규모 단위에서 리더십이 무너졌음을 볼 수 있다”며 “‘시신 모욕은 안된다’고 해야 할 부사관은 어디에 갔느냐”고 반문했다.

엑섬 연구원은 2002∼2004년 이라크와 아프간전에서 소대장으로 활동하다가 전역했으며, 현재 컬럼비아대학에서 비정규전 과목을 가르치고 있다.

이번 파문을 일으킨 병사들은 당초 자살폭탄 테러로 사망한 탈레반 요원의 신원확인을 위해 지문을 채취하거나 망막을 스캔하라는 임무를 부여받았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에 따라 사체의 일부를 만져야 하는 극도의 공포감이 병사들로 하여금 차라리 인간의 시신이라고 생각하지 말자는 식으로 ‘자기방어의 기제’를 작동시켰을 수 있다는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엑섬 연구원은 “일단 시신을 존중하기 않기로 마음먹으면 선은 넘을 수 있는 것”이라며 “심리적 배출 밸브를 갖는다는 것과 시신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는 것은 별개의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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