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보시라이 사건 계기로 중국 개혁 가속화

보시라이 사건 계기로 중국 개혁 가속화

입력 2012-04-27 00:00
업데이트 2012-04-27 12:32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FT “원자바오, 제18차 당대회까지 개혁 세력 규합”

중국 공산당내 개혁파들 사이에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重慶)시 당 서기의 실각을 정치적, 헌법적 변화의 계기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고 영국 경제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27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공산당 핵심 측근 인사들의 말을 인용해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와 그의 추종 세력들은 올 가을 제18차 당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개혁 세력 지지자들을 규합하기를 원한다고 전했다.

한 고위 관리는 “정치적, 헌법적 개혁을 위한 조건들이 거의 갖춰져 있어 지금이 적기”라면서 “원 총리가 개혁을 매우 강력히 추진해 그가 내년초 은퇴한 뒤에도 영향력을 유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보도에 따르면 보의 실각과 영국인 사업가 닐 헤이우드의 살인 혐의로 그의 아내 구카이라이가 체포되면서 중국 공산당이 위기에 빠졌고 지도력에도 큰 균열이 노출됐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은 동시에 민주적 개혁을 추진하는데 나약하고 무력했던 원 총리의 장악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엘리트 정치 분야 전문가인 브루킹스 연구소의 청리는 “보의 실각은 중국에서 입헌주의에 관한 논쟁을 촉발시켰다”면서 “그것이 몇개월만에 또는 몇년만에 끝난다고 보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지만 개혁파들이 밀어붙일 시기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원 총리와 주변 개혁파들이 전투에서 승리를 거두고 있다”면서 “공산당이 살아남으려면 권력의 일부를 포기해야 하고 공산당을 헌법의 틀 아래에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의 실각은 심지어 강경론자들 사이에서 조차 당을 법의 테두리 내에 놓아야 할 필요가 있다는 인식을 확산시키고 있다.

공산당의 한 고위직 인사는 “이 나라에는 진정한 규칙이 없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면서 “공산당이 법을 만들지만 공산당은 법에 종속되지 않으려 하는데 이러한 관계는 오래 지속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 이번 사건이 터진뒤 중국 공산당이 평화적이고 안정적으로 권력을 이양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중국 공산당의 평화적인 정권 교체는 장쩌민(江澤民) 주석이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에 자리를 내준 2002년에 유일하게 한번 있었다.

다른 국가들에서는 정권 말기에 레임덕 현상이 빚어지지만 중국에서는 그동안 권력자가 마지막 순간까지도 강력한 권한을 행사했다.

권력의 정점으로 향하는 인사들을 상대로 권력자는 기수로서의 역할을 하며 후계자를 골라 자신이 물러난 뒤에도 쉽게 바뀌지 않을 정책들을 추진할 유치한 위치에 서 있기 때문이다.

보와 같은 편에 섰던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이자 중앙정법위원회 서기인 저우융캉(周永康), 중국 정인대 상무위원장 우방궈(吳邦國),정치국 상무위원이며 권력서열 5위 리창춘(李長春),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 등은 서구 스타일의 민주 개혁과 사법부 독립에 대해 강력한 반대입장을 보여왔다.

장쩌민을 제외하고 3명은 중국을 지배하는 9명의 정치국원의 일원이며, 18차 당대회에서는 현재의 9명의 정치국원 가운데 7명이 물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국원의 동향에 밝은 한 인사는 “정치국원들과 원 총리 사이에 많은 이견과 개인적 적대감이 있다”면서 “하지만 헌법적, 정치적 개혁을 할 수 있도록 권력구조를 제도화해야 한다는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원 총리는 지금껏 서방에서 행한 수많은 연설을 통해 민주주의에 대해 애매모호한 입장을 보였지만 중국의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안정을 유지하려면 민주적 개혁이 필요하다는 신념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원 총리의 의중을 잘 아는 인사들은 마을 선거를 전국적인 단위까지 점차 확대하고 사법부를 당으로부터 독립시키는 것이 그의 목표라고 말했다.

미국 클린턴 행정부에서 국무부 관리를 지낸 중국 정치 전문가인 수전 셔크는 보의 실각으로 인해 18차 당대회에서 정치국원에 누가 진출해야할지를 놓고 제한적이긴 하지만 투표가 진행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그는 “보의 사건을 어떻게 처리할지, 최고 지도자를 어떻게 선출할지 이견이 있을 경우 당내 민주주의 절차를 도입해 당 중앙위원회에서 상무위원을 정하는 것을 허용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원 총리가 개혁을 통해 실추된 공산당의 정통성을 회복할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베이징대학 법학교수이자 서구식 민주주의의 옹호자인 허 웨이팡은 “ 정치개혁이 확고히 이뤄지지 않는다면 부패와 사회 불안이라는 문제가 공산당의 권력 장악력을 위협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 당신의 생각은?
더불어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의 지역화폐를 지급해 내수 경기를 끌어올리는 ‘민생회복지원금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은 빠른 경기 부양을 위해 특별법에 구체적 지원 방법을 담아 지원금을 즉각 집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국민의힘과 정부는 행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하는 ‘위헌’이라고 맞서는 상황입니다. 또 지원금이 물가 상승과 재정 적자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지원금 지급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찬성
반대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