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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KAL기 폭파사건’ 직후 김현희 직접 조사

美, ‘KAL기 폭파사건’ 직후 김현희 직접 조사

입력 2012-07-19 00:00
업데이트 2012-07-19 0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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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희, 유럽서 접촉한 北공작원 3명 사진 지목

미국은 1987년 11월29일 발생한 대한항공(KAL) 858기 폭파사건 직후 김현희를 직접 조사해 그가 북한 공작원이라는 결론을 내렸던 것으로 18일(현지시간) 밝혀졌다.

미국은 당시 한국 정부가 북한에 대한 보복에 나설 가능성을 우려했으나 전두환 대통령이 88 서울올림픽과 연말 대선, 정권교체 등을 감안해 보복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사실은 미 국무부가 ‘대한항공 858(Korean Air Flight 858)’이라는 제목으로 최근 공개한 ‘비밀문서’ 57건을 통해 밝혀졌다.

현지 외교소식통은 “미국 정부의 비밀문서는 생산된지 25년 이후에는 열람 요청이 있을 경우 사안에 따라 공개된다”면서 “이번 문서 공개도 미 국무부 규정에 따른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 국무부의 이번 문건 공개는 최근 한국내 일각에서 ‘KAL기 폭파사건이 기획ㆍ공작됐다’거나 ‘김현희는 가짜다’라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시각도 있다.

주한미국대사관이 1988년2월 본국에 보고한 전문에 따르면 미국 관련당국자들은 KAL기 폭파사건 직후 ‘미국이 통제하는 상황에서’ 김현희를 직접 조사했다.

이들은 미국 정보당국이 확보하고 있던 북한 공작원 ‘26명의 사진’을 김현희에게 보여주며 ‘접촉했던 인물’을 확인하도록 했으며 김현희는 유럽의 베오그라드(2명)와 부다페스트(1명)에서 접촉했던 인물 3명을 지목했다.

조사관들은 이를 근거로 “김현희가 북한을 위해 일하고 있다”고 판단했다고 전문은 적고 있다.

미국은 또 김현희에 대한 직접 조사와는 별도로 외국방송정보서비스(FBIS.중앙정보국 산하기관)를 통해 김현희가 1988년1월15일 기자회견에서 한 발언의 성문(聲紋)을 분석해 ‘김현희의 억양과 어휘가 북한사람’이라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정부는 이런 사실을 당시 마인자 초나 주중잠비아 대사에게 설명하도록 했다. 초나 대사는 이에 앞서 김현희 기자회견 직후인 1988년 1월 평양에서 북한 외무성 부상 등과 회동한 뒤 ‘김현희의 진술 외에 명백한 증거가 있어야 한다’며 ‘김현희 가짜’ 의혹을 제기했다.

국무부는 1월15일 김현희의 기자회견 직후 주한미국대사관에 보낸 ‘언론대응지침’(프레스 가이드)에서 “미국은 당시 시점까지 김현희와 직접 접촉하지 않았지만 우리는 직접 접촉을 희망하며 한국정부가 기회를 줄 것이라고 시사했다”고 밝혔다.

보고 전문 일자(88년2월)와 국무부 지침의 시점을 감안할 때 미국의 ‘직접조사’가 이뤄진 시기는 1988년 1월15일 김현희의 기자회견 직후로 추정된다.

문서에 따르면 미국은 당시 한국내의 격앙된 분위기를 고려할 때 한국 정부가 보복에 나설 가능성을 크게 우려했으나 당시 전두환 정부는 북한에 대한 보복을 하지 않기로 결정한다.

전두환 당시 대통령은 1988년1월14일 제임스 릴리 주한미대사를 면담한 자리에서 “(김현희에게) 새옷도 사주고 63빌딩에도 데려갔다”면서 군사보복을 원하는 한국인들이 있지만 “보복은 마지막 옵션”이라고 답했다고 전문은 전했다.

아울러 전두환 대통령은 “소련과 중국에도 미리 알려주는게 필수불가결하다”면서 “두 나라가 북한에 다시는 그런 짓을 하지 말라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전두환 대통령은 1월7일 서울에 온 스티븐 솔라즈 당시 미 하원 외교위원회 아ㆍ태소위원장과 면담한 자리에서도 ‘북한이 폭파 잔학행위를 저질렀다는 믿을만한 증거가 있더라도 군사보복을 할 생각은 없다’는 뜻을 전했고, 북한을 국제적으로 비난하는데 미국과 긴밀히 협조하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주한미대사관이 1987년 12월4일자로 본국에 보고한 전문에서는 송한호 당시 남북대화사무국장이 “북한의 개입을 강하게 의심하고 있다”는 분석내용이 담겨있다. 하지만 송 국장은 범행동기에 대해 정확하게 설명하지 못했다고 전문은 전한다.

왜냐하면 북한으로서는 연말 한국 대선에서 야당의 승리를 원하지만 이번 사태가 여당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전문은 분석했다.

아울러 88 서울 올림픽을 방해하려는 시도도 가능하지만 올림픽까지는 많이 남아있기 때문에 이런 고강도 테러를 감행한 의도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번에 공개된 문건의 첫 내용은 KAL858기가 실종된 직후인 1987년11월30일 새벽 서울 주재 미국대사관에서 국무부 본부로 보낸 긴급전문이다.

대사관측은 이날 오전 KAL의 국제관계담당자(B.H. WON)와 접촉했으며, KAL측에서는 실종사실과 115명이 탑승하고 있었음을 확인해준 것으로 돼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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