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리 당국, 온건 성직자 16명 오인사살

말리 당국, 온건 성직자 16명 오인사살

입력 2012-09-10 00:00
업데이트 2012-09-10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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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염보고 반군인줄 알았다”‥북부 반군 보복 예고

서북 아프리카 말리의 보안 당국자들이 9일(현지시간) 자국 및 이웃 모리타니 출신 온건주의 성직자 16명을 이슬람 반군들로 오인, 집단 사살했다.

말리 정부와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말리와 모리타니 출신 성직자 16명은 말리 수도 바마코에서 북쪽으로 430km 떨어진 디아발리를 출발, 바마코로 이동하는 길에 검문소에서 말리 보안당국자들의 총격을 받고 전원 목숨을 잃었다. 이들은 바마코에서 열리는 종교행사에 참석할 예정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말리 정부는 성명을 통해 참사 사실을 확인하면서 말리인 8명과 모리타니인 8명이 각각 사망했다고 밝혔다. 말리 측은 우발적 성격의 사건이라고 주장하면서 ‘처형설’을 부인했다

이에 대해 모리타니 정부는 말리 정부를 비난하는 성명을 통해 희생자 중 모리타니인이 12명이라고 주장했다.

양국 정부가 전한 초기 사건 경과 보고에 따르면 말리 보안 당국자들이 피해자들의 긴 턱수염을 보고 이들이 말리 북부를 장악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인 것으로 오인하는 바람에 참사가 빚어졌다고 한다. 이번 사건으로 사촌 2명을 잃은 모하메드 바시르는 사망한 성직자 16명은 이슬람교 종파 가운데 온건파로 분류되는 ‘다와’ 소속이라고 소개했다.

말리 정부는 성명에서 “국민의 이름으로 이번 사건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즉각 조사개시를 명령했으며, 조사결과는 국민들과 국제사회에 공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발포 경위와 주체는 아직 정확히 파악되지 않은 상태다. 한 말리 경찰 당국자는 “군인들이 성직자들을 체포한 뒤 사살하기 앞서 모처로 끌고 갔다”고 전했다. 반면 말리 육군은 대변인을 통해 “군 당국은 검문만 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사건으로 말리 북부를 장악한 이슬람 반군 세력과 말리 정부 사이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북부 지역 이슬람 단체 대변인인 오우마르 울드 하마하는 이번 사건으로 양측 사이에 어떤 공통점도 없으며, 갈등 중재가 무의미하다는 점이 입증됐다”며 “(말리 대통령궁이 위치한) 코울로우바에 이슬람주의자의 검은 깃발을 꽂을 것”이라며 보복을 예고했다.

그는 이어 “사망한 성직자들은 성전(聖戰)과 무관하며, 우리에게 온건주의를 설파하던 사람들”이라며 “말리 정부가 야만적 방법으로 이들을 죽인 것이 사실이라면 우리는 복수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또 말리 북부의 민병대 조직인 ‘서아프리카 통합과 성전을 위한 운동(MUJWA)’은 이번 사건을 ‘전쟁 선포’로 규정한다면서 “바마코를 향한 진격을 계속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말리에서는 지난 4월 투아레그 반군이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과 함께 팀북투 등 말리 북부를 점령하고 독립을 선언한 이후 정부군과 북부 반군 간에 치열한 공방이 이어져왔다.

올 3월 군사 쿠데타로 말리를 점령한 군부 세력은 북부지역을 다시 찾아오겠다고 공언해왔으나 아직 전국의 치안을 장악하지 못하고 있다.

한편 이날 알-카에다북아프리카지부(AQIM) 고위 사령관인 알제리인 나빌 사흐라위가 말리 북부 지역에서 자동차 사고로 숨졌다고 알제리 보안당국자가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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