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7세 여아 유괴·살인 용의자, 55년 만에 법정에

美 7세 여아 유괴·살인 용의자, 55년 만에 법정에

입력 2012-09-11 00:00
업데이트 2012-09-11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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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 미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7세 여아 유괴·살해 사건의 용의자가 반세기 만에 검거돼 법정에 섰다.

10일(현지시간) 시카고 트리뷴 등에 따르면 55년 전인 지난 1957년 일리노이 주 시카모어에서 당시 7세이던 여자 어린이 마리아 리덜프를 유괴해 살해한 뒤 숲에 버린 혐의를 받고 있는 전직 시애틀 경찰관 잭 대니얼 맥컬로(72)에 대한 재판이 이날 일리노이주 디켈브 법원에서 시작됐다.

사건 발생 당시 17세였던 용의자 맥컬로는 첫눈이 내린 날 밤 집 앞에서 친구와 둘이 놀고 있던 리덜프에게 “업어주겠다”고 제안하며 접근했다.

함께 놀고 있던 캐시 시그먼(당시 8세)은 “무언가 가져오려고 집에 잠시 들어갔다 나와보니 리덜프가 사라지고 없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리덜프를 찾기 위해 인근 8개 카운티 도로를 봉쇄하고 2천여 명의 자원봉사자를 동원해 수색작업을 벌였다.

당시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까지 이 사건에 관심을 보였으나 리덜프의 흔적은 나타나지 않았다.

리덜프는 유괴된 지 5개월 만인 이듬해 4월 집에서 약 160km 떨어진 조 데이비스 카운티의 고속도로 인근 숲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맥컬로는 처음에는 용의자로 의심을 받았지만 부모가 알리바이를 증명해 수사망에서 벗어났고 곧 군에 입대했다.

맥컬로는 1960년대 초 제대 후 고향 시카모어로 잠시 돌아왔다가 서부 워싱턴 주로 삶의 터전을 옮겼다.

이때 그는 이름을 기존의 존 테시어에서 잭 맥컬로로 바꿨다. 이 사건이 미궁에 빠지게 된 한가지 원인이다.

맥컬로는 1980년대까지 워싱턴 주 경찰로 일했으나 10대 가출 소녀에 대한 성적 학대 혐의로 기소돼 옷을 벗었다.

러덜프 사건은 50여년 만인 2010년 맥컬로의 전 여자친구가 전면에 나서 그의 사건 알리바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면서 경찰이 재조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사건 현장에 리덜프와 함께 있었던 캐시(63)를 찾아 다시 인터뷰했고 캐시는 여러 장의 사진 속에서 맥컬로를 용의자로 지목했다.

지난 해 7월 경찰은 시애틀의 한 실버타운에서 경비로 일하고 있던 맥컬로를 체포했다.

맥컬로는 지금도 혐의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번 재판의 주요 증인으로는 캐시와 맥컬로의 두 여동생이 출석할 예정이다.

여동생 중 한 명은 지난 해 경찰 수사가 재개된 후 맥컬로가 1962년 당시 14세였던 자신을 두 명의 남성과 함께 성폭행했다고 고백했다.

맥컬로는 이 사건으로 별도 기소됐으나 지난 4월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 선고를 받았다.

맥컬로의 여동생들은 지난 1994년 어머니가 사망하기 전 “맥컬로가 리덜프 사건에 연루됐다”고 말한 사실을 증언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맥컬로의 국선 변호인단은 당시 알리바이를 입증할 전화통화 기록을 증거로 제시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 기록이 합법적이지 않은데다 이를 감찰한 연방수사국(FBI) 요원이 이미 사망했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변호인단은 “이 기록을 제외하면 정황이나 심증은 있되 유죄를 증명하기 위한 물리적 증거가 없다”면서 “특히 50여년 전 사건을 희미한 기억에 의존해 판단할 수는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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