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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결자해지’ 원칙 재천명..공은 다시 일본으로

韓 ‘결자해지’ 원칙 재천명..공은 다시 일본으로

입력 2012-09-29 00:00
업데이트 2012-09-29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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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총회서 위안부ㆍ과거사ㆍ독도 거론하며 전방위 압박 평행선 달린 한.중.일 외교전 동북아로 무대 이동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28일(이하 현지시간) 유엔 총회에서 우리 정부의 기조연설 사상 처음으로 위안부와 과거사, 독도 문제 등을 포괄적으로 거론한 데는 다목적 포석이 깔려 있다.

우선 최근 고조된 한일간 외교 갈등의 책임이 식민침탈과 침략전쟁의 죄과를 반성하지 않는 일본에 있음을 거듭 확인하면서 과거사에 대한 국가 차원의 합당한 조치가 없으면 양국 간의 관계 개선이 제한적일 수 밖에 없음을 분명히 한 의미가 있다.

모든 갈등의 원인 제공자가 일본인 만큼 일본이 매듭을 풀지 않고서는 근본적인 사태 해결이 불가하다는 메시지다.

정치적 리더십의 부재와 한계에 이른 경제력 등으로 우경화 기류가 강해지는 일본 사회의 분위기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한편 대일 외교에서 중국보다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 아니냐는 일부 국내 여론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다자외교 공간인 유엔에서 ‘보편적 인권’ 문제에 해당하는 위안부 이슈를 공식 제기해 일본의 ‘파렴치’를 다시 한번 만천하에 알림으로써 국제여론을 동원해 일본을 더욱 압박하고자 하는 전략도 반영된 조치로 해석된다.

실제로 위안부 문제에 관한 한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편은 극히 드물다.

1990년대 후반부터 최근까지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에서는 위안부의 강제동원을 증명하는 보고서와 사죄와 배상을 촉구하는 결의안이 잇따랐으며, 미국을 비롯한 서방 각국도 별도의 결의안을 내며 일본 측을 압박해 왔다.

김 장관의 총회 연설을 끝으로 유엔에서 일주일간 뜨겁게 전개된 한ㆍ중ㆍ일 3국의 외교전은 일단락됐다.

이제 3개국은 동북아시아로 다시 무대를 옮겨 길고도 지루한 싸움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 “과거사 책임 계속 회피하면 관계 개선 힘들다” 압박

우리 정부는 한일 관계의 근본적인 개선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일본의 잘못된 역사인식을 지목한다.

일본 내부에서조차 한일합방을 5년 앞두고 1905년 독도를 시마네현에 편입시킨 것은 ‘약취’라는 지적이 나오는데도 여전히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것은 올바른 역사교육이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일본은 위안부 문제가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에 의해 해결됐기 때문에 아무런 법적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우리는 위안부 이슈가 1990년대부터 본격 제기됐으며 아직 일본이 국가적, 법적 책임을 지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하고 사죄한 1993년의 ‘고노 담화’도 법적 책임이 아닌 ‘도덕적 책임’만 인정하고 있을 뿐이며 이 역시 과거사에 대한 진정한 반성이 없기 때문이라는게 우리 정부의 시각이다.

일본은 이런 왜곡된 역사관을 기반으로 최근 우리 측에 대한 도발을 더욱 노골화했다.

국민의 인기를 노린 정치인들의 가벼운 입놀림이 잇따르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고노 담화를 수정해야 한다는 요구까지 나오는 등 우경화 추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특히 전쟁과 군대 보유를 금지한 헌법 개정을 주도하고 역시 고노 담화의 수정을 요구해 온 극우 정치인인 아베 신조(安倍晉三)가 차기 총리 후보로 급부상하면서 과거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는 더욱 증폭되고 있다.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가 26일 유엔총회 연설과 기자회견 등에서 독도를 거론하면서 우리 정부를 다시 한번 자극한 것도 최근 일본 사회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런 상황에서 김 장관은 양국간 분쟁의 책임이 전쟁범죄를 사죄하지 않은 일본에 있다는 점을 국제사회에 다시 한번 분명히 하기 위해 민감한 양자적 현안들을 유엔 무대로 끌어들인 것으로 판단된다.

다소 극적인 방식으로 일본 측에 “과거사 해결 없이 진정한 관계 개선은 불가하다”는 최후통첩성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김 장관은 전날 한국특파원 간담회에서도 “독도는 타협 없다”, “요즘 일본 정치인들은 우리에게 최소한의 미안한 마음도 없는데 이는 제대로 된 역사교육을 못 받았기 때문” 등의 일본 비판 발언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다만 이날 연설에서 ‘일본’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위안부’도 ‘무력분쟁하 여성 성폭력’으로 에둘러 표현한 것은 파국으로 치닫는 상황에 대비해 ‘마지막 카드’를 남겨 놓은 차원으로 해석된다.

또 일본과 달리 독도를 명시적으로 거론하지 않은 것은 일본의 분쟁지역화(化) 시도에 말려들지 않으려는 계산으로 읽힌다.

일본은 영토분쟁이 있는 것처럼 비치도록 하려고 국제사회에서 공론화를 시도하지만 우리는 역사적으로나 법적으로나 우리 고유의 영토이기 때문에 분쟁 자체가 있을 수 없고 따라서 이를 언급할 필요도 없다는 입장이다.

◇한.중.일 유엔 외교전 일단락..무대는 다시 동북아로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과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에 대한 일본의 국유화 조치 등을 계기로 심화된 한ㆍ중ㆍ일 3국의 외교적 대치는 유엔 무대로 옮겨져 그대로 재현됐다.

3개국은 활발한 양자 및 다자접촉을 벌이며 치열한 외교전을 벌였고 지극히 감정적이고 자극적인 설전도 주고받았다.

우리 정부는 일본이 한국과 별도로 중국과도 영토 분쟁을 벌이는 최근의 동북아시아 상황을 우리에게 최대한 유리한 쪽으로 활용하겠다는 전략에 따라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이는 자연스럽게 우리나라와 중국이 일본을 협공하는 양상으로 이어졌다.

김 장관과 양제츠(楊潔지<兼대신虎들어간簾) 중국 외교부장은 24일 양자회담을 열어 동북아시아의 질서 유지를 위해서는 관련 국가의 올바른 역사인식이 중요하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일본이 유엔 무대에서 도발하지 못하도록 압박하는 동시에 도발을 강행할 경우 두 나라가 공동대응할 것이라는 경고였다.

우리 측은 일본과의 외교장관 회담에서도 과거사를 반성하지 않는데 대한 강한 우려를 전달했다.

일본과 중국 간의 분위기는 한ㆍ일 간에 비해 더욱 냉랭했다.

겐바 고이치로(玄葉光一郞) 일본 외무상과 중국의 양 외교부장은 센카쿠 갈등 해법을 찾으려고 25일 무릎을 맞댔지만 얼굴을 붉힌 상태에서 거친 공방만 주고받았다. 겐바 외상은 회담후 “분위기가 험악했다”고 말했다.

일본이 지난 11일 센카쿠를 국유화하면서 갈등이 첨예화한 이후 양국 외교장관 대화는 처음이었다.

일본 총리가 26일 기자회견에서 “센카쿠에 관한 후퇴나 타협은 없다”고 싸움을 걸자 친강(秦剛)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자신을 속이고, 남을 속이는 것”이라며 원색적으로 대응했다.

중국의 반격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양 부장은 27일 유엔 총회 연설에서 “일본은 1895년 청일전쟁 말기에 댜오위다오를 훔쳤다”고 비난의 강도를 높였다. 일본을 적시해 ‘도둑’으로 몰아붙인 것이다.

이에 유엔대표부의 일본 차석대사가 답변권을 얻어 반박하자 중국 유엔대사가 재반격에 나서는 등 양측이 2차례씩 반론 연설을 하는 이례적인 사태까지 빚어졌다. 전쟁 중인 적대국을 방불케 하는 격렬한 공방이었다.

이처럼 3개국은 양자 간의 현안을 논의하기에 다소 적절치 않은 유엔 무대에서 한치도 양보할 수 없는 뜨거운 각축전을 벌였지만 서로 간의 입장 차이는 조금도 해소되지 않았다.

미국이 3개국과 두루 접촉하며 냉정과 평화적 해결을 촉구했으나 효과는 없었다.

외교 전문가들은 이제 3국의 분쟁이 다시 동북아로 무대를 옮겨가겠지만 각국의 영토 주권과 국민 정서, 과거사 등 여러가지 요인이 복잡하게 얽힌 사안인 만큼 해결을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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