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환관이 오래 산 이유’ 韓연구 소개

WP ‘환관이 오래 산 이유’ 韓연구 소개

입력 2012-10-03 00:00
수정 2012-10-03 0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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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진 교수, 남성호르몬 핵심 역할 규명”

현대사회에서 여성은 남성보다 평균 5년을 더 산다.

과학자들은 더 건강 지향적인 식생활 습관에서 더 강한 세포까지 이를 규명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미국 일간신문 워싱턴 포스트(WP)는 환관(궁중에서 사역했던 거세된 남자)의 수명을 분석해 테스토스테론이 남성 수명을 단축하는데 한몫한다는 점을 시사한 인하대 기초의과학부 민경진 교수의 연구 결과를 2일(현지시간) 소개했다.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수명에 영향을 준다는 것은 새 이론이 아니다.

중성화해 테스토스테론의 원천을 제거당한 개 등이 손을 대지 않은 동물보다 오래 산다.

그러나 인간의 거세와 수명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는 훨씬 수행하기도 어렵고 뚜렷한 결론을 내기도 쉽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1969년 미국 캔자스주의 한 병원 시설에서 거세된 남성이 같은 시설의 환자보다 14년 더 오래 산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지만, 1993년 이탈리아의 ‘카스트라토’(소년과 같은 고음을 유지하기 위해 거세된 가수)에 대한 연구에서는 수명에 별반 차이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WP는 민 교수가 5년 전 환관에 대한 TV 드라마를 보면서 자료가 부족하다는 점을 느꼈다고 소개했다.

따라서 한국의 풍부한 사료를 연구하면 거세와 인간 수명의 상관관계를 밝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9세기 말까지 한국(조선)의 통치자들은 궁중에서 일할 환관을 뒀고, 환관은 결혼은 물론 거세된 소년을 아들로 입양하는 것이 허용됐다.

민 교수는 환관들의 족보인 ‘양세계보’에 등장하는 16세기 중반부터 19세기 중반의 환관 385명의 생일과 사망일을 분석하고 역사 기록과 대조해 81명의 수명을 규명하는 데 성공했다.

이를 동시대의 사회적 지위가 비슷한 비거세 남성들과 비교해 환관들이 14~19년 더 살았다는 결론을 도출했다는 것이다.

81명의 환관 중에서 3명이 100세 수명을 누렸다.

현시대 일본인 3천500명 중 1명, 미국인 4천400명 중 1명이 100년 이상 생존하는 것과 대조된다고 WP는 설명했다.

민 교수는 “자료에 오류가 있다고 생각해 전부 재검토하기도 했다”며 “일반인과 환관을 비교했을 때 수명과 100세를 넘게 산 사람의 차이가 꽤 크다는 점에 스스로 놀랐다”고 말했다.

이 연구가 환관이 더 오래 사는 이유를 직접적으로 규명한 것은 아니지만 테스토스테론이 핵심 열쇠라는 점을 뒷받침하는 가장 강력한 증거라고 이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스티븐 오스터드 텍사스대학 건강과학센터 박사는 밝혔다.

오스터드 박사는 “노화와 수명의 성별 차이는 아직 미개척 영역으로 이번 연구는 테스토스테론이 핵심이라는 점을 잘 정리했다”고 평가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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