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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땐 귀국 않겠다” 배수진 외교의 결실

“실패땐 귀국 않겠다” 배수진 외교의 결실

입력 2012-10-19 00:00
업데이트 2012-10-19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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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제심리ㆍ동정표 극복하고 2차투표서 승리

“토끼 사냥에도 최선을 다하는 호랑이의 마음으로 총력 외교전을 벌였다.”(유엔대표부 당국자)

우리나라가 18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 선거에서 캄보디아와 부탄을 제물로 삼아 2013∼2014년 임기의 이사국 지위를 획득한 것은 외견상 당연한 결과로 비쳐진다.

경제력이나 국제사회에서의 위상, 공적개발원조(ODA)나 평화유지활동 등을 통한 기여도 등에서 이들 상대국이 우리와는 비교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3세계의 목소리가 큰 유엔 조직문화의 특성상 개발도상국의 대표성이 작동하고 약소국에 대한 동정표도 무시할 수 없다는 점에서 결코 만만치 않은 싸움이었다.

유엔 내부에서는 한국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김용 세계은행 총재 등 대표적인 국제기구의 수장을 잇따라 배출하고 각종 국제회의와 스포츠경기 유치에 성공하는 것을 시샘하는 분위기가 없지 않았다.

그 중에서도 ‘반 총장의 임기 중에 안보리까지 넘보는 것은 욕심’이라는 질투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었다는게 유엔대표부의 설명이다.

제3세계 국가를 중심으로 자신들과 경제 상황이 비슷한 국가에 동정표가 쏠리는 경향이 있는 점도 우리 측의 승리를 섣불리 예측하기 힘들게 했다.

역대 안보리 선거에서 1개 공석을 놓고 3개국이 경합해 1차 투표로 당선을 확정지은 나라는 없었지만 1차에서 끝낸다는 당초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것도 이런 기류와 무관하지 않다.

실제로 안보리 이사국이 국력이나 국제사회 기여도 만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이는 올해 임기가 종료되는 5개의 이사국(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콜롬비아, 독일, 포르투갈)과 임기를 1년 남겨둔 5개국(파키스탄과 모로코, 토고, 과테말라, 아제르바이잔)의 면면에서도 확인된다.

이번 선거에서는 우리나라가 소속된 아시아 그룹의 경쟁이 가장 치열했다.

아시아 그룹에서는 인도가 물러나면서 공석이 되는 1개 자리를 놓고 3개국이 경합한데 비해 아프리카와 중남미 그룹에서는 르완다와 아르헨티나가 각각 1개 공석을 놓고 단독 출마했다.

서구그룹 역시 2개의 빈자리를 놓고 3개국이 입후보해 상대적으로 경쟁률이 낮았다.

우리로서는 ‘독도 갈등’을 둘러싸고 일본 일각에서 한국에 대한 지지를 철회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도 우려할 만한 요소였다.

당선에 필요(129표)한 표를 충분히 확보한 것으로 보면서도 선거 당일까지 한표라도 더 끌어들이는데 총력전을 펼친 것은 물론 2차 투표에 대비한 전략을 별도로 마련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우리 측은 한국이 안보리에 진출하면 한반도 정세 안정은 물론 세계 10위권 경제력을 바탕으로 국제사회에 기여할 역량과 정치적 의지가 있어 세계 평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을 집중적으로 부각하면서 지지를 호소했다.

사무총장 배출국에 대한 역차별 시도에는 역대 총장 배출국의 대다수가 안보리 이사국을 수임했다는 논리로 적극 대응했다.

다행히도 ‘일본 변수’는 일본이 2015∼2016년 임기의 안보리 이사국 수임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우리측의 도움이 절실하다는 점에서 특별한 장애 요소로 작용하지는 않았다.

이번 안보리 재진출은 본부인 외교부와 세계 각국의 공관에 나가 있는 한국 외교관들이 혼연일체로 총력전을 펼친데 따른 결과이지만 누구보다 최일선에서 배수의 진을 치고 발로 뛴 유엔대표부 직원들의 공이 컸다.

안보리를 담당하는 유엔대표부의 한 관계자는 “선거일이 다가오면서 긴장감에 잠도 제대로 잘 수 없었다”면서 “개인적으로는 안보리 재진출에 실패하면 영영 귀국하지 않겠다는 각오로 임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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